한국일보

가을의 정취 와인의 향기

2009-11-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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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캘리포니아 와인축제

“가을의 정취와 와인의 향기를 듬뿍 담은 환상의 칵테일 여행을 즐기고 돌아왔습니다.” 하나투어가 주최하고 라디오 서울과 캘리포니아 관광청이 특별 후원·협찬한 ‘2009 캘리포니아 와인축제’가 지난 1일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박3일간 성황리에 펼쳐졌다. 캘리포니아 와인 메카 나파밸리와 남가주 최대 와인 생산지인 샌타바바라 인근 샌타이네즈 밸리에서 열린 축제는 이 지역 주요 와이너리 탐방은 물론 와인전문가 저스틴 김 박사와 함께 하는 와인예절 강의 그리고 샌타크루즈 레드우드 주립공원 방문 및 증기기관차 탑승 등의 행사가 이어지면서 참가자들이 와인에 대한 주요 정보를 배우면서 유명 캘리포니아 관광지에서 가을을 만끽하는 기회가 제공됐다. 샌타바바라 카운티를 대표하는 관광지, 154번 하이웨이 샌마르코스 패스를 따라 시작된 환상의 와이너리 여행에 동행했다.

샌타이네즈 가는 길, 환상의 여행
울창한 떡갈나무 숲 지나
끝없이 이어지는 구릉지대
그림같은 포도농장 펼쳐져



최근 한인들 사이에 불고 있는 와인 열풍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고 할 수 있다. 비수기에, 불황으로 인해 여행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캘리포니아 와인축제’는 주최 측이 축제를 알린지 3주 만에 200명이 이상이 참가신청을 하면서 예약이 조기 마감됐으며 웨이팅 리스트에만 60여명이 오르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쌀쌀한 가을의 아침 바람이 와인 여행의 분위기 메이커로 나선 11월의 첫 주말, 대형 관광버스 4대와 보조차량인 밴·승용차가 마치 성지여행을 떠나듯 종렬로 LA 한인타운을 벗어났다.

LA에서 샌타바바라로 향하는 101번 프리웨이 노스는 일년 내내 언제 방문해도 상쾌한 느낌을 여행자들에게 선사한다. 멀리 신기루처럼 보이는 채널 아일랜드 사이로 불어오는 태평양의 해풍은 뜨거웠던 남가주의 늦여름을 멀리 떨쳐버리고 곧 다가오는 겨울 우기를 향해 빠른 손짓을 하고 있다. 간간이 1번과 합쳐지는 101번 도로는 바다와 만나는 부분에서 갑자기 형성된 낭떠러지와 함께 어우러져 해안선을 따라 그림처럼 이어진다.

휴양지인 벤추라와 샌타바바라를 지나서 나오는 154번 하이웨이 샌마르코스 패스(San Marcos Pass)에 들어서면서 드디어 볼거리들의 즐거움으로 눈이 바빠진다. LA 카운티를 대표하는 산악 레크리에이션 지역은 앤젤레스 국유림이며 오렌지와 샌디에고 카운티에서는 클리블랜드 국유림을 들 수 있다. 또 샌타바바라와 벤추라 지역이라면 단연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Los Padres National Forest)이다.

샌마르코스 패스에 들어서면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의 진미를 맛보게 된다. 사막인 남가주는 산간지역 역시 나무가 작고 황폐한 언덕에 숲이 듬성듬성 조성된다. 하지만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의 특징은 울창한 삼나무 숲 사이에 아름드리 떡갈나무가 긴 팔을 늘어뜨린 모습으로 완만한 구릉들 중간 중간에 들어서 있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선사한다. 판에 박힌 듯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난 ‘여유’를 그리고 있는데 도시보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은 시골 마을이 이어지면서 앞으로 만나게 될 포도밭의 기대감을 더욱 고취시키고 있다.

와이너리에 도착하기 전에 피크닉을 하기 위해 들른 곳이 바로 캠핑 여행지로 한인들에게 잘 알려진 카추마 레익(Cachuma Lake). 캠핑은 물론 낚시, 하이킹 등을 겸해서 가볼 만한 이상적인 레크리에이션 공원이다. 완만한 구릉지대에 위치한 이 호수는 총 3,232에이커로 4,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캠프 시설과 수영장, 보트 정박장, 피크닉 시설 등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으며 관리가 잘 돼 아주 청결하다.


인근의 산 구릉으로 이어지는 호젓한 오솔길을 따라 하이킹을 할 수 있으며 승마나 생태계 관찰 또는 공원 안에 마련된 운동장에서 가족, 이웃들과 함께 공차기 등 단체놀이도 가능하다.

준비한 도시락을 들고 삼삼오오 흩어져 단풍으로 물든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 아래서 피크닉을 즐긴다. 가볍게 식사를 끝내고 호수 주변을 돌고나니 어느덧 가이드의 출발신호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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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와인 메카 나파밸리와 남가주 최대 와인 생산지인 샌타바바라 인근 샌타이네즈 밸리에서 열린 와인축제에는 200여명이 참가해 성황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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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와 화이트 와인 모두 세계 정상에 오른 바 있는 베린저에서 축제 참가자들이 와인을 시음하고 있다.

100여개 포도밭·양조장 산재
세계 정상급 품질로 명성
한인 방문객 늘어나 특별 대접

■ 샌타이네즈 밸리 브라이드우드 와이너리

드디어 첫 번째 와이너리를 만나는 시간이다.

샌타이네즈 밸리에는 100여개의 포도밭과 양조장이 있다. 일반적으로 와이너리를 방문하면 양조장을 투어한 후 와인을 시음한 다음 원하는 와인을 구입하는 것으로 방문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와이너리 방문에 각종 행사를 접속시키는 특별 이벤트가 이어졌다.

특히 샌타이네즈 밸리의 유명 양조장 ‘브라이드우드’(Bridewood) 와이너리는 한인들에게 자사의 양조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는 의미에서 와이너리 그라운드와 테이스팅룸(testing room)을 모두 활용하는 ‘웰컴밍 파티’(welcoming party)를 준비했다.

스패니시 미션 스타일로 품위 있게 지어진 와이너리 정문에 브라이드우드의 존 코치스 사장이 직접 나와 자사의 대표적인 와인을 권했다. 105에이커의 그라운드에는 경마장 스타일의 목장과 큼직한 호수도 조성되어 있는데 가을 정취가 듬뿍 물든 그라운드에서 다섯 종류의 다른 와인을 맛보는 파티가 이어졌다.

브라이드우드가 자신 있게 내놓은 와인은 중가주 포도밭에서 특별하게 선별한 포도로 만든 피노누아(Pinot Noir)와 샤도네(Chardonnay) 등인데 향기가 뛰어나고 신선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와인으로 그 명성이 높다.

브라이드우드의 존 코치스 사장은 “최근 와인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을 한인 방문객 급증 등으로 실감하고 있다”며 “한인 방문객들을 위해 최대의 편의와 서비스를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 가주 와인의 메카 나파밸리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나파밸리의 ‘베린저’(Beringer) 와이너리는 여행 이틀째 오전에 도착했다.

베린저는 와인 제조에서 캘리포니아 최고 양조장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관광산업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정문에서부터 잘 가꿔진 가든 그리고 테이스팅룸까지 지나치다고 할 만큼 잘 꾸며져 있다.

베린저는 와인 양조의 역사가 길지 않은 미국 와인산업계에 있어서는 실로 살아 있는 역사와 같은 와이너리로 정평이 나있다. 1876년에 독일계 이주민에 의해 설립된 이곳은 캐주얼한 와인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까지 방대한 포트폴리오로도 유명하다.

베린저는 레드와 화이트 와인 모두 세계 정상에 오른 바 있는 와이너리로 잘 알려져 있는데 특히 샤도네는 각종 와인대회에서 나파밸리 최고의 샤도네로 25년 이상 등극해 온 명품 와인이다. 베린저의 샤도네는 재배 포도밭에서 온 각각의 포도를 구분하여 발효와 숙성의 절차까지 별도로 처리하는 양조를 통해 탄생된다.

와인 투어는 입구 바로 뒤에 있는 베린저 와인너리의 본관에서 시작된다. 베린저가 처음 세워졌을 때 와인을 압착·숙성시키고 노동자들이 합숙하던 건물인데 10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베린저를 처음 세운 베린저 형제의 입간판이 오크통 앞에 서 있다. 뒤로는 산을 뚫어 만든 석굴과 연결되어 있는데 와인 저장고로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매우 어두우면서도 신비한 느낌을 선사한다.

동굴에서 나와 시음장으로 향한다. 베린저가 자랑하는 샤도네와 화이트 진판델 그리고 카버네 소비뇽 등을 차례로 즐긴다.

베린저의 투어 가이드는 “베린저는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와인을 만들어 와인을 대중화하려는 노력을 부단히 해 왔다”며 “현재 화이트 진판델 시장에서 베린저가 가장 시장 점유율이 높으며 최근에는 화이트 메를로를 새로이 개발하여 출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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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의 방문으로 모처럼 활기를 띤 베린저 와이너리의 테이스팅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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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방문코스로 그만인 샌마르코스 패스의 카추마 레익. 지금 방문하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글·사진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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