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잡다한 욕구로부터 벗어나 본래의 나를

2009-11-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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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승 한 사람이 산 속에서 수도를 하며 살고 있었는데 가지고 싶은 책을 한 권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쥐들이 그 책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가져오고 고양이에게 먹일 우유가 없으니 이번에는 암소를 데려오고 암소까지 데려오니 이 암소와 고양이를 혼자서 돌 볼 수가 없어 돌보아줄 여자를 구해서 데려왔다.

2년을 지내는 사이 커진 집과 아내와 두 아이와 고양이와 암소와 그 주변의 것들이 그의 삶이 되어 버리고 그의 삶은 연명을 위한 쳇바퀴 자체가 되어버렸다.


그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 그의 목적인 수도로부터 끝없이 멀어지고 수도의 목적인 창조주를 찾고 창조주의 뜻을 따르며 창조주께서 창조한 목적대로의 삶에서 아주 멀어져 버린 것이다. 단 한 권의 책 때문에
2세대만 거슬러 올라가도 지금의 소위 재벌기업이라는 사람들은 영세상인의 범주 속에서 돈 벌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입고 먹을 것이 턱없이 부족해 터진 옷 꿰매 입고, 터진 양말 꿰매 신고, 떨어진 신발 신고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못 싸가지고 오는 아이들도 꽤 있었다.

미국의 월남전과 어떻게 하든지 먹고 입는 것만은 해결해야 한다는 박정희 대통령의 기본정책이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 월남 파병이라는 전투요원 위주의 우리 젊은이들을 미국군 대신 죽으러 정글 전쟁 속으로 보내게 되고 그 많은 젊은이들의 피 값으로 지금의 재벌기업들은 기초를 마련하게 되고 파견됐던 군인들 중에 죽지 않고, 불구자가 되지 않은 군인들은 다시 전선에 배치되어 전투경험이 있는 군인들이 지키는 한국이 되었었고 달러로 받은 군인들과 미국회사나 부대에서 일하던 노무자들의 봉급 등 달러를 벌어들이며 먹고 입는 것의 해결의 실마리가 생겼던 것이다.

또 하나의 밑거름 역할을 해준 것이 서독 광부·간호원 파견이다. 한국에서의 엘리트들이 외국으로 간다는 부풀음과 달러를 번다는 자긍심으로 남의 나라 탄광 속에서 석탄을 캐내며 젊은 시절의 몇 년을 보냈던 것이다.

월남전이나 서독 광부 파견 등등으로 기초를 다지기 시작한 돈벌이(경제)는 권력에 대한 아부와 은행과의 협잡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Korea를 아무도 모르던 시절에 많은 젊은 엘리트들을 세계 각처로 보내며 장사를 한 덕분에 한국의 제품은 봉제품, 가발, 신발 등으로 시작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불과 30, 40년 전만해도 외국을 간다는 것 자체가 동경의 대상이었고 미국에 오는 것은 문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였으며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당시에 외국이나 미국 구경은커녕 먹고 입을 것조차 없고 궁핍했던 친구들이 월남전에서 흘린 우리 젊은이들의 피, 서독 광부들의 눈물어린 애환 등등이 밑거름되어 자체적인 의식주 해결이 됐음을 망각하고 부동산 값 몇푼 올라가고 주식 장난해서 돈을 좀 벌었다고 돈돈돈 하며 생활환경을 팽창만 시켜놓으니 본인도 모르는 사이 고양이도 몇 마리씩이 되고 소도 몇 마리씩 되니 빠져 나오려 해도 나오기가 힘들어지고 남들의 시선을 유난히도 인식하며 거들먹거리게 교육받은 덕분에 고양이나 소의 숫자를 기를 쓰고 유지하자니 돈이 된다면 무슨 짓이든 하는 것이 생활이 되어 버리고 보험으로 들어놓은 교회에 가서 돈타령하는 교회에게 돈 몇 푼 던져 주고는 좋은 일했다는 자만 감으로 못된 짓하고 사는 생활조차 합리화시키는 쳇바퀴의 생활을 사는 것 아니겠나.

지금이라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부터 시작해 보자

잡다한 욕구로부터 조금씩이라도 자유로워지도록 노력해 보자. 그것이 불필요한 물질에 대한 욕구이든, 허구에 찬 감투와 과시에 대한 욕구이든, 그리하여 본래의 나를 찾고 당당히 진지하게 우리 삶의 한 복판으로 걸어 나가자.
하워드 한 / 부동산 컨설턴트·법학박사
(213)748-8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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