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칼럼 - 지도를 만드는 사람들

2009-11-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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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고 한다. 개발되지 않는 길,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자만이 지도를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이를 테면 웅덩이에도 빠지고, 늪에도 들어가야 꽃밭도 만나고 절벽도 만날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의 삶이 언제나 평탄하지 않고 위험하고 그럴 것은 뻔한 이치다. 하지만 새로운 길을 찾으려면 이런 모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사람들은 조선시대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가 “대단하다, 의문스럽다” “어떻게 지도를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사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못 오를 나무를 쳐다만 보고 있는 것처럼 풀이 죽어 사는 것은 아닐까.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격언은 성공을 겨냥한 사람에게 도움이 전혀 되지 못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약간 현대화된 말로 “못 오를 나무는 사다리 놓고 올라간다”는 적극성을 가진 말이 더 듣기 좋다.

길을 찾다가 없으면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자. 경부고속도로가 처음 만들어질 때 이야기다. 독일의 아우토반을 보고 온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도 고속도로를 만들어야 되겠다는 신념 하나로 꽉 차 있었다. 고속도로의 원칙적 기본 설계는 지반을 1미터는 다져 깔아야 한다. 그러나 경부고속도로를 우선 30센티로 깔라는 지시를 했다. 건설 관계자들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공사라며 포기를 해야 했을 때 박정희 대통령은 고속도로를 못 만드는 것보다 만들어놓고 경제가 돌아가면 자꾸 덮어 깔면 된다고 실행한 것이다. 그랬다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되고 몇 년이 지나자 여기저기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이때 혹자들은 경부고속도로가 부실공사라며 많은 의혹의 눈으로 비난을 했지만 이런 속내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처음 길을 만든 CEO의 계산된 설계였기 때문이다.


비난하기 전에 일을 한 사람 편에서 이해를 하는 것도 좋은 방편이다. 그리고 무엇이든 내가 해봐야 확실한 이해와 결실을 맛볼 수 있다. 스스로는 용기가 없어서 해 보지도 않으면서 앞서 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처럼 불쌍한 인생도 없다. 길을 내는 사람들이란 도로를 만드는 선구자들만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개인이든 가정이든 국가 경영 등 개발하고 개척해야 할 많은 일들도 마찬가지다.

며칠 전에 나는 한국을 다녀왔다. 한국은 70년대의 새마을 망치소리 못잖게 곳곳에서 개발붐이 일고 있다. 지방자치제 시대를 맞아 중구난방으로 개발하는데 있어 낭비라는 비평론자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좀 더 부동산 개발이나 선진국의 도시계획의 전문인들을 동원하여 연구하며 발전해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물론 문화행사도 다양하다. 지방마다 특색을 가지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이번 한국 방문 중 색다른 문화행사에 참석했다. 나의 회사이자 LA 본사 곁에 ‘뉴스타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독도 화가 권용섭 화백의 서울 나들이 행사였기에 더욱 관심을 가져보았다. 고종 황제 칙령 반포 110주년 기념행사로 ‘한국 땅 독도’라는 테마로 권 화백 가족의 그림을 110점을 전시해 초대한 행사였다.

세종문화회관이란 그 넓은 전시장에 밀려드는 관객과 정치인들과 예술계의 참여를 보고 전시행사로서 보기 드문 성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독도 화가의 변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한일 간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반일감정에 앞서 독도에 대한 애착을 갖는 것입니다. 독도는 폭이 300미터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이기에 독도를 살피고 사랑을 실천하는 마음으로 독도의 그림지도를 만들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했다. 몇 해 전에 일본이 다케시마의 날을 만들었다. 기념행사를 시작한지 4년 째 되는 해에 한국에서도 ‘독도의 날’을 만들자며 맞대응 식으로 ‘제1회 독도의 날’을 만들었다. 한국의 일부 정치인과 권위 있는 독도 단체의 뜻이었기에 좀처럼 수그러들지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시기에 고종 황제 칙령 41호 ‘독도는 조선영토’라는 칙령 반포 110년 주년에, 110점의 그림으로 기념하는 것은 기발한 아이디어인 것 같아 보였다.

맥스웰은 비전을 가진 사람과 몽상가의 차이를 이렇게 정의한다. 비전이 있는 사람은 말은 적으며 행동은 많이 한다. 몽상가는 말은 많으나 행동은 적다. 비전이 있는 사람은 자기 내면의 확신에서 힘을 얻는다. 몽상가는 외부환경에서 힘을 찾는다. 비전이 있는 사람은 문제가 생겨도 계속 전진한다. 몽상가는 가는 길이 힘들면 그만둔다. 말보다는 행동을 많이 하는 사람, 가는 길이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전진하는 자세의 사람, 그런 끝없는 비전을 가진 사람들이 전구도, 자동차도, 비행기도 만들었다. 김정호가 한반도의 지도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의문하기 전에 작은 마을의 지도라도 스스로 그려 보았으면 한다.

남문기 / 뉴스타 부동산 대표
(213)999-4989
ceo@newstarreal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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