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염소를 응시하는 남자들’ (The Men Who Stare at Goats)

2009-11-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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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½ (5개만점)

미군의 ‘심령 스파이 양성훈련’ 스토리

이 괴상한 제목을 지닌 영화는 내용도 제목만큼이나 희한한데 이것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말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얘기다. 20여년 전에 미군 당국이 테러리즘을 다스린다는 명목 하에 고안해 낸 심령 스파이 양성훈련을 둘러싼 미친 역사적 해프닝으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보지 않고는 믿을 수가 없는 영화다.

영화가 지적이면서도 위트와 유머를 갖췄고 또 나오는 일류 배우들이 모두 동물들이 나와 야단법석을 떠는 만화영화의 주인공들 같아 경쾌한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약 먹고 취한 듯한 영화로 너무 똑똑하게 굴다가 자기가 판 함정에 스스로 빠지는 우를 범하기도 하나 미군의 해괴한 역사도 공부할 겸해서 한번 볼 만한 영화다.

이야기는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한 2002년과 1980년대를 오락가락하면서 전개된다. 젊은 저널리스트 밥 윌턴(이완 맥그레고)은 이라크전 종군취재를 해 한 건 하려 하나 얻어 걸린 거리가 정신병동에 있는 자칭 특수 심령능력을 지녔다는 거스를 인터뷰 하는 것.

거스는 자기가 80년대 미군의 특급 비밀부대인 ‘심령 스파이’의 한 사람으로 동물을 응시해 죽이는 훈련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같은 부대원 중 린 캐사디라는 자가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녔었다고 알려준다.

한편 밥은 2003년 채 이라크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쿠웨이트시티에 머문다. 밥은 여기서 스킵을 만나는데 그가 바로 캐사디(조지 클루니). 전역했던 캐사디는 심령 스파이로 다시 복귀해 이라크로 초특급 비밀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가는 중이다.

밥이 캐사디에게 사정사정해 둘이 함께 가면서 캐사디는 밥에게 20년 전에 베트남 전 베테런으로 뉴에이지 히피인 빌 장고(제프 브리지스)에 의해 생성된 ‘신지구 부대’에 관해 들려준다.

이 부대는 심령술을 지닌 자들을 모아 염소를 뚫어져라 응시하게 해 그것들을 쓰러지게 만드는 기술을 터득케 하는 비밀부대로 이런 기술을 이용해 테러리즘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그런데 염소는 실제로 사람이 오래 응시하면 쓰러진다고 한다).

얘기는 다시 현재로 돌아와 캐사디와 밥이 사막에서 길을 잃고 또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됐다가 풀려나는 등 온갖 시련과 액션과 모험을 경험하다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면서 ‘신지구 부대’의 신입생 래리 후퍼(케빈 스페이시)가 부대 작전을 사보타지 하려고 들면서 포복절도할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미국의 대 테러리즘 전략에 대한 풍자영화이기도 한데 배우들이 모두 장난치듯 신이 나게 연기를 한다. 그랜트 헤스로브 감독. R. Overture.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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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스파이 요원 캐사디(조지 클루니)가 염소를 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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