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밀리아’(Amelia)

2009-10-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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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만점)


여성으로 첫 대서양 비행횡단
“하늘의 방랑자, 에밀리아”
세계일주 중 실종된 여류 비행사 전기물

여성 비행사로서 최초로 단독으로 대서양을 횡단했고 이어 세계일주 비행에 나섰다가 실종된 미국의 에밀리아 에어하트에 관한 전기영화로 그저 무던한 작품이다. 자칭 ‘하늘의 방랑자’라 부르며 비행을 무엇보다 사랑하고 또 독립심과 모험심이 강한 여자로서 센세이셔널하고 극적인 삶을 살다 40세에 실종된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영화치곤 정열도 극적 기복도 그리고 신비감도 없어 물에 물 탄 것 같은 영화지만 보고 즐기기엔 무난한 작품.

영화가 겉으로 보기엔 매끈하고 아름답지만(특히 컴퓨터 특수효과를 쓴 비행 장면) 구식 전기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데다가 여류 미라 나이르 감독은 독창성 없이 교과서적으로 연출해 이 모험적인 여자의 내성을 충분히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에밀리아의 삶을 충분히 다 다루지 못한 것을 비롯해 뭔가 모자라는 영화다.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오스카상을 두 번이나 탄 힐라리 스왱크와 리처드 기어 및 이완 맥그레고 등과 같은 좋은 배우들의 연기가 약한 점. 이들이 허기 진 연기를 하는 바람에 하늘을 훨훨 날아야 할 영화가 저공 비행을 하고 있다.

영화는 에밀리아(스왱크)가 대서양 횡단에 성공, 수퍼 스타가 된 1928년부터 그가 세계일주에 나서 귀향 비행 중 남태평양 상공에서 항법사와 함께 실종된 1937년까지를 다루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비행사가 되는 것이 꿈인 캔자스 시골 소녀 에밀리아는 커서 아마추어 비행사일 때 출판사 사장 조지 퍼트남(기어)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비행사가 된다. 퍼트남은 세계 최초로 대서양을 단독 비행한 찰스 린드버그의 베스트셀러 자서전을 출판한 사람으로 에밀리아의 모습과 모험심과 이상을 좇는 열정에 매력을 느끼면서 아울러 에밀리아가 노다지 거리가 될 수 있음을 파악한다.

퍼트남은 후원자를 물색해 에밀리아로 하여금 각종 비행 신기록을 수립하게 만든다. 그 중 최초의 것은 대서양 횡단인데 이 때 에밀리아는 승객에 지나지 않았다. 불굴의 개척 정신을 지닌 에밀리아는 마침내 단독 대서양 횡단 비행을 하면서 전세계적 스타가 된다.

특히 그는 이 비행으로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남녀간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또 많은 여성들에게 꿈을 좇으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그는 여성 해방의 선구자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를 ‘레이디 린디(린드버그의 애칭)’라고 부른다. 이어 에밀리아는 각종 강연을 통해 여성들에게 꿈과 독립심을 심어 주고 또 자기 비행 비용 마련을 위해 광고에도 출연한다.

영화는 에밀리아의 비행과 함께 그와 퍼트남 간의 사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유 때문에 퍼트남의 청혼을 거절하던 에밀리아는 결국 청혼을 승낙한다. 그러나 에밀리아의 정착 못하는 성격과 각종 펀드 레이징 행사 출연에 대한 불만 등으로 결혼 생활에 긴장감이 인다. 게다가 에밀리아가 역시 조종사이자 항공학 교수인 진 비달(맥그레고-진은 작가 고어의 부친)에게 매력을 느껴서 그의 애인이 되면서 에밀리아와 퍼트남의 관계가 큰 장애에 부닥친다. 그러나 이런 삼각관계도 소심한 연출 때문에 정열이나 긴장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에밀리아는 은퇴하기 전의 마지막 비행으로 세계 일주에 나선다. 그리고 돌아오던 중에 항법사와 함께 실종된다. 내레에션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실제 에밀리아의 뉴스 필름을 써가며 영화에 사실감을 주려 하고 있다. PG. Fox Searchlight.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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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아 에어하트는 세계일주 귀향비행 중 실종됐다.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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