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은주의 공간연출 - 디자인의 아포리즘

2009-10-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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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구조주의의 아포리즘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와 너무나 일치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형화된 구조나 형식에 벗어나 새로운 장르를 열었던 18세기말에 문학에서처럼 지금의 인테리어 디자인 또한 새로운 사조와 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디자인을 창출해 내고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화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작업공간, 주거지 그리고 그 안에서 생활을 만들어가는 가구나 가재도구 또한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성격으로 맞추어져가고 있다.

공간을 들어서면 모든 것이 자동 시스템으로 리모트 컨트롤 없이 작동을 하고 냉장고에 모니터가 부착이 되어 있다. 거실엔 소파가 있어야 하고 TV는 패밀리룸에 두어야 하며 냉장고는 키친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들은 이미 우리의 생활권과는 무관한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복잡한 사회 속에 현대인의 주거공간은 더욱 더 간단하여 지고 가구의 편리와 실용성이 생활에서의 장식의 효과보다 훨씬 그 가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기존에 사용하던 가구나 주거 공간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친구의 집을 디자인해 주면서 친구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통나무의 동물 모형이 조각 된 커피 테이블이 처치곤란으로 남게 되었다.

20~30년이 지난 테이블은 많이 낡고 모양과 디자인은 이미 앤틱의 지경에 달했지만 어중간한 테이블 다리를 떼어내고 현대 모양의 바퀴 다리를 달고 아크릴로 박스를 만들어 씌워 모던한 디자인의 가죽소파와 매치를 시켜보았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가구가 가치 있게 쓰이기도 하고 또한 조그만 변화를 거쳐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물론 친구는 어머니의 유품을 가까이 두고 애용하게 되어 기뻐했으며 모던한 가구와 어우러져 사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 다음 세대에까지 물려주고 싶은 소중한 물건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지금 다운타운에는 오래된 건물의 리노베이션이 한창이다. 물론 기존의 건물을 헐어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건축물이 세워지기도 하지만 현존하는 오랜 건물 위에 아크릴이나 메탈 등 새로운 건축자재를 가미하여 시대에 맞춰 새로운 디자인으로 하루하루 바뀌어 가는 다운타운의 모습은 탈구조주의, 탈형식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생활의 좋은 예가 되고 있다.

<테라 디자인 대표 (213)48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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