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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칼럼/ 성공을 꿈꾸는 건축 학도들에게

2009-10-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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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삼(소유디자인그룹 대표)

맨하탄을 거닐다 보면 다른 도시들에 비해 눈에 띄는 건축물들이 많이 있다. 도시의 나이만큼이나 오래된 건물들이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있고, 유명한 건축가들의 터치가 여기저기서 묻어 나오는 곳이 여기가 아닌가 싶다. 동부 지역에는 우수한 건축 학교들이 집중되어 있다 보니, 그만큼 유능한 건축 학도들이 많고, 실무에서 성공을 꿈꾸는 건축가들도 많다. 또 이미 유명해진 건축가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곳 또한 이 곳 뉴욕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유명한 건축가가 된다면 과연 명예와 부가 같이 따라오는 것인가? 다른 전문 직업과는 달리 건축은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 비즈니스 측면을 잘 살려서 짧은 시간에 많은 작품들을 소화하는 건축가들은 부를 가질 것이다. 그 중의 몇몇은 명예까지도 얻을 수 있다. 작품의 자기만족과 디자인 측면을 따져 한 작품, 한 작품에 열정을 가지고 매달린다면 부를 가지기는 힘들 것이다. 이 길에 들어서는 건축가들의 대부분은 정말 건축이라는 직업을 사랑하고 아끼며 명예와 부를 뒤로 한 대다수와 소수의 명예를 가진 건축의 마스터들로 나눠지지 않을까 싶다.건축을 공부하고 건축가를 평생 직업으로 목표하고 있는 학도들이여, 자신에게 항상 질문을 던져보라. ‘나는 어떤 길을 가고 싶은가?’라고, 정답은 없다.


어떤 길이 좋다고 표현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냥 매 순간, 순간을 즐기며 작품을 통한 자기만족만이 다른 모든 사회적 조건들을 뒤로 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루이스 칸이라는 건축가의 건축에 대한 자기의 열정은 재료에 대한 애정으로 필자의 머리 속에 남아 있다. 칸은 여러 재료 중 벽돌과 콘크리트를 좋아 했다. 그가 남긴 유명한 표현들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당신이 벽돌에 대해 생각한다면, 벽돌에게 질문을 던져 보라. “벽돌아, 뭐가 되고 싶으냐?” 벽돌이 당신에게 답하길, “나는 아치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당신이 벽돌에게 말하길, “봐, 아치는 너무 비싼데, 나는 너 대신에 콘크리트 린텔을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면 어떡할래?” “…….”. “ 응?, 벽돌?” 벽돌이 답하길, “…..그래도 나는 아치가 좋아.”

이토록 루이스 칸은 재료 하나하나 그냥 사용하지 않았고, 그 특성과 프로젝트의 주어진 상황을 꼼꼼히 따져 마감 재료에서 표현될 수 있는 최상의 효과를 끄집어 낸 마스터 건축 거장들 중 한 명이 된 것이다. 그러나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칸의 일생은 실패작이었다.유펜에서 건축과 교수로 활동하며 필라델피아 다운타운에 20명 남짓의 직원을 둔 건축 사무소를 꾸려 갔지만, 그의 세계적인 명성과 명예에 걸맞은 부는 찾아오지 않았다.작품마다 계속되는 디자인 변경과 시공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부수고 다시 만들어야만 일을 진척시키는 그의 예술적 접근 방식은 많은 건축주들의 원성을 쌓고, 건축 사무소는 심각
한 경영난에 허덕였다. 그의 말로는 너무나 비참해서 필자에게는 큰 충격으로 남아 있다. 인디아로의 긴 비즈니스 여행을 마치고 필라델피아로 돌아온 후 심장마비로 기차역의 공중 화장실에서 생을 마감했으며, 3일 동안 그의 신분이 확인되지 못했으며, 엄청난 빚으로 파산 위기에 몰려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하고, 그에 맞는 직업을 가져 돈도 벌고 나아가 명예와 부를 가질 수 있다면 너무 이상적인 스토리일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후배와의 대화에서 필자는 그들의 목적이 성공, 부와 명성이라는 단어에 너무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에 염려가 되었다.루이스 칸의 예로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건축의 거장도 명예와 부가 병행해서 찾아오지는 못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공부의 목표를 부와 명예에 두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통한 자기에의 표현에 만족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건축을 하면서 부딪치게 될 현실에서도 즐거워하며 건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건축 학도들이여, 당신들은 건축이란 직업을 통해 부와 명예를 꿈꾸고 있는가? 아니면 건축 그 자체를 사랑하는가? 아님, 다른 인생을 위해 잠시 선택한 휴식처 혹은 도피처인가? 이 글을 읽은 후, 한 번쯤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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