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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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영 신부의 유람선 지도신부 이야기 (6) 밀림을 날다

2009-10-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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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공질주 짜릿한 스릴 말로 형용할 수 없어

오전 10시경이지만 마치 해가 떨어진 초저녁같이 어둠침침하게 안개가 자욱한 산속으로 두 선생이 우리를 안내한다. 해안에서 약 10분 정도 진흙투성이의 험악한 해안 길을 따라 올라 가니 허름한 큰 창고 같은 목조 건물이 있다. 날씨가 차갑고 안개가 자욱한 숲속 그 건물 안에 캐노피 짚라인(Canopy & Zipline)을 하는데 필요로 하는 장비들이 있다. 빨간색으로 된 비를 막는
잠바 같은 웃옷과 헬맷과 두터운 장갑을 나누어준다. 그리고 양다리 사이를 넣어서 엉덩이에 걸린 장비를 양팔사이를 넣어서 몸체를 고정시킨 줄에 쇠고랑을 달아 두 개의 케이블 위에 거는 장비를 각각 나누어 준다.

공중질주(Canopy&Zipline) 모험을 할 때 몸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각자에게 나누어준 장비를 입는데 안내 선생들이 나같이 입을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직접 입혀 주기도 한다. 마치 낙하산 장비를 입는 것처럼 양다리사이에 집어넣어 엉덩이에 고정된 장비가 양팔 어깨에 결려 몸에 단단하게 부착 된다. 우리일행이 이상의 장비를 입고 헬맷을 쓰고 안내 선생의 주의와 캐노피 짚
라인 타는 요령을 들은 후 타는 곳까지 걸어간다. 마치 인공위성을 타기 위해 가는 것 같은 육중한 복장으로 모두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면서 걷는다. 투박한 발걸음으로 약 100m 걸어가니 드디어 도착한다. 100m가 넘어 보이는 우람한 나무중간에 사람들이 발을 디디고 설 수 있도록 발판이 만들어져 있다. 16명을 2개조로 나누어 따로따로 공중질주를 즐기기 위해 드리워진 밧줄을 잡고 나무 위에 마련된 발판으로 한 사람씩 올라간다. 우람한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밀림 속에 약 300m의 간격으로 이쪽 나무와 저쪽나무에 고정된 2개의 케이블(Cable)이 있다.

사람이 케이블에 매달려 이 나무에서 저쪽 나무로 가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공간만 뚫어져 있다. 케이블을 타기위해 뚫어 놓은 공간 외에는 사방이 우람한 나무로 뒤덮인 밀림이다. 약 300에서 400m의 간격으로 지구자기로 10번을 타도록 되어있다. 40m 높이의 나무중간에 마련된 발판 위에 한 조가 된 8명이 서있다. 우선 남자선생이 시범을 보이면서 케이블을 타고 400m나 떨어져 있는 저편 나무에서 우리일행 한 사람씩 오도록 기다리고 있다. 이편의 여자 선생은 각자가 케이블을 타도록 우리 몸에 고정시킨 고리하나는 위에 있는 케이블에 걸어주고 다른 하나의 고리는 아래에 있는 케이블에 걸어준다. 그리고 왼 손바닥은 위의 케이블에 걸어둔 고리를 덮고 있고 오늘 손은 위 아래 케이블에 걸어둔 줄을 잡는다. 일단 아래위의 케이블이 정된 고리를 걸면 몸은 이미 케이블에 몸이 매달인 채 공중에 떠있고 발은 아직 발판에 대고 있는데 발만 떼면 몸무게로 케이블에 의존하면서 쏜살같이 날아간다. 갈수록 가속이 붙어 도착될 저편 나무에 가까워지면 속도가 몇 배로 더 빨라진다.


8명 중에는 중년 부부가 2쌍이고 2명은 30대 청년같이 보이고 한 사람은 60에 가까운 부인이고 그리고 71세가 된 8명중에는 최고 고령인 나 자신이었다. 내가 4번째 차례가 된다. 내 앞에 간 사람들은 한 사람도 실패 없이 무난히 저편까지 잘 갔다. 나의 차례가 되었다. 나는 속으로 기도를 바치면서 언제나 함께 계시는 우리 주님과 캐노피 짚라인(Canopy&Zipline)을 같이 즐기게
되어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스릴이 넘치고 위험이 뒤따르는 이 운동을 통해서도 우리 주님과 함께 있음을 깊이 깨닫게 해주십시오 하고 기도를 바치고 발판에 의존한 발을 떼었다. 케이블에 의존한 몸은 사정없이 날아가는 순간의 짜릿한 스릴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쾌적한 기쁨이다.

그런데 가속으로 된 속도를 조절해야 저편 나무 위에 마련한 발판에 무난히 도착하도록 저편에서 보고 기다리는 선생이 과속을 줄이는 신호를 주는데도 순간 당황이 되다보니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저편 나무에 도착할 순간 선생이 나의 몸을 순간 안으면서 충격을 막아 주었다. 발판 위 나무 둘레에는 두터운 고무로 둘러쌓여 있다. 나같이 과속을 조절 못한 채 빠른 속도로 도착하드라도 몸의 충격을 막아 주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러하지 않고 머리나 팔 다리가 과속을 조절 못 한채 나무 둥치에 받으면 엄청난 위험이 있기 마련이다. 나도 점차 요령이 생기면서 재미가 있고 스릴을 느끼면서 즐긴다.

대개가 고공을 날면서 야호라고 큰소리로 고함을 치면 고요한 밀림은 순식간에 고음의 메아리가 밀림의 정적을 깨트리는 순간으로 메아리의 세력이 점차 줄어들면서 광활한 산림지대를 넘실거리면서 산울림으로 살아진다. 나도 이젠 재미에 요령과 과속이 붙기에 케이블에 나의 몸을 달랑 매달고 빠른 속도로 공중 질주를 하면서 있는 힘을 다해 목청을 높여 야호 하고 외치면서 내려가면 즉시 산울림으로 반사된 나의 음성을 다시 들으면서 알래스카의 빽빽이 들어선 방대
한 밀림 위를 내가 종횡무진으로 날아다니고 있는 현실이 도리어 이상할 정도로 꿈같이 느껴진다.

요령을 바탕으로 몇 차례 어려움 없이 잘 하다가도 순간 배운 요령을 잊어 버려 나무와 나무를 연결한 300-400m 거리의 케이블 위에서 몸이 댕그랑 매달인체 오도가도 못 하는 위험한 고비가 2차례나 있었다. 이러한 경우가 생기면 저편 나무 위에 마련한 발판 위에서 지켜보고 있는 선생이 케이블을 타고 나에게 접근해서 자기 몸에 고정시킨 쇠고랑을 나의 허리에 고정시켜 자기 힘으로 저편 나무 위에 마련된 발판 까지 나를 끌고 간다. 이러한 현상이 생길 때 긴장과 두려움이 나를 엄습하기에 나의 몸에서 기운이 쭉 빠지는 것같이 느낀다.

체력이 점차 소모 될수록 타는 요령이 잊어지고 피곤이 전신을 엄습하는 것 같다. 아직도 3번의 코스가 더 남았다. 지구자기로 나무와 나무를 연결시켜 케이블을 고정 시켜두었기에 마지막 코스 까지 타고 가야 땅에 내려 갈 수가 있다. 마지막 코스가 끝날 때 까지는 힘들지만 참고 계속해야한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다 보니 가다가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가는 방법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 그런데 함께 케이블에 매달려 고공비행을 즐기는 주님은 나와는 정반대로 신바람이 나신 것처럼 재미를 마음껏 누리시는 것 같다.

지쳐 있는 나의 모습을 본 주님은 나의 눈과 마주 치면서 눈을 끔벅 하시고는 두려워 할 것이 무엇이 있는가 내가 너와 함께 있지 않느냐 하는 말씀을 하시는 것같이 들인다. 순간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느껴지면서 동시에 온몸에 기운이 대살아 나는 것 같은 강한 자신감과 용기를 받는 것 같다.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이 나면서 나머지 남은 3코스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면서 두려워했던 걱정은 삽시간에 사라진다. 나머지 코스를 반듯이 즐겁게 해야겠다는 자신감이 나의 마음 안에 강하게 살아난다.

즉시 지쳐 있는 나의 몸을 케이블에 의존하고 공중에 매달린 채 쏜살같이 저편 나무로 몸이 날아간다. 나도 모르게 속도조절을 하는 요령이 손쉽게 되살아나 가속을 줄이면서 무사히 저편 나무 위에 설치해둔 발판 위에 나의 두발이 사푼 아주 가볍게 닿으면서 성공을 했다. 이미 도착해서 발판 위에 기다리고 있는 일부 일행들과 선생은 큰 박수와 칭찬으로 나의 성공을 축하해 준다. 나도 모르게 이 모험을 즐기는 참된 맛을 처음으로 경험한 셈이다. 겁 없이 침착하게 선생이 가르쳐 준 요령을 그대로 잘 적용하면 성공할 수 밖에 없도록 되어있
다. 그러나 기가 죽으면 이러한 요령이 살아 날 수가 없다. 10코스 중 나머지 3코스를 제일 성공적으로 이 모험을 즐긴 셈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함께 계시는 주님을 분명히 의식하면서 주님의 힘이 나의 영혼 안에 활동하시도록 순간 마음을 비우고 주님과 간격 없는 일치를 이루면 상상을 불허하는 기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체험한 것이다. 물론 같은 일행도 한 사람 낙오 없이 10코스를 무난히 성공 했다. 10코스를 마치게 되는 마지막 나무 위에 마련한 발판에 8명이 나무를 둘러싸고 모였다. 한 사람씩 나무 위에 고정된 밧줄을 타고 땅에 내려온다. 약 1시간 30분 정도 지구자기로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다니다가 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 나는 해내었구나 하는 보람과 성취감에 나의 마음은 술에 취한 듯 짜릿한 쾌감을 맛보는 것 같다.

한 사람도 낙오자 없이 위험하고 어려운 모험을 해낸 장한 공로를 치하하는 뜻으로 모험 사진이 박힌 동메달을 각자의 목에 하나씩 걸어준다. 전쟁영화에서나 본 위험하고도 무시무시한 이 모험을 성공적으로 내가 직접 해낸 사실은 평생 잊어지지 않을 나름의 무용담으로 오래 기억되리라 믿어진다. 안내 선생은 우리 일행을 해안에 대기하고 있는 고무보트 까지 안내 해주었다. 우리일행을 태운 고무보트는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해안까지 쾌속으로 달리고 있는데 나의 몸은 아직도 고공에 설치된 케이블에 매달려 있는 것 같이 착각을 하고 있다. HSPACE=5
캐노피 짚라인을 한 후 일행과 함께 찍은 기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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