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완벽 실루엣 ‘자라’ 의 유혹

2009-10-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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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예산 고품격 패션 ZARA

▶ ‘자라’ 명성 미국서 재확인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세계 경제는 여전히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패션계는 영 허리띠 졸라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 가을·겨울 키워드가 가죽 재킷에 허벅지까지 오는 롱 부츠라는 것만 봐도 얼마나 이 패션계라는 곳이 야박하고 세상 물정 어두운지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이 바닥이 보통 1년 앞서 디자인하고 마케팅 계획을 세운다는 것을 감안한다 해도 도대체 이 대책 없는 옷값의 고공행진은 영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래서인지 요즘 백화점들의 광고 카피를 보고 있으면 ‘투자’가 키워드다. 백화점 소식지나 캐털로그 등을 보면 ‘여기에 투자하라’ 혹은 ‘이번 시즌 투자할 만한 아이템’ 이라는 문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언뜻 어느 투자회사 광고처럼 보이는 이 광고 문안이 암시하고 있듯 이번 시즌 머스트 해브 아이템 혹은 위시 리스트에 오른 아이템들은 그냥 지름신 손잡고 ‘지르는’ 수준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나의 재정상태까지 꼼꼼히 고려해 투자를 해야 할만큼 고가다. 그러다 보니 제 아무리 트렌드 세터를 자처한다 해도 요즘 같아선 참으로 샤핑에 나설 맛이 나질 않는다. ‘그림의 떡’ 수준을 넘어 투자 대상이 된 패션 아이템들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으니 말이다.


이번 시즌 바로 이런 답답한 고민녀들의 시름을 단박에 해결해 줄 구원투수는 바로 자라(ZARA)다. 사실 미국 진출 후 오래 전 유럽에서 본 그 간지와 포스를 찾을 길 없었던 자라가 이번 시즌, 엄청난 카리스마와 패션 영감을 가지고 우리 곁을 찾아왔다.

만약 이번 시즌 저 예산으로 오트 쿠튀르 느낌 팍팍 나는 아름다운 패션에 목말라 하는 이들이라면 자라 매장을 찾아보길. 분명 당신의 갈증을 해결해줄 썩 괜찮은 아이템들을 만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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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망 스타일의 스트롱 숄더 재킷과
블랙 드레스·레더 재킷 ‘훌륭한 피팅’
‘패스트 패션’ 티나지 않는 고급스러움

■머스트 해브 아이템은

단연 발망 스타일의 스트롱 숄더(strong shoulder) 아이템들이다.


이번 시즌 자라가 ‘자라 스튜디오’라인 중 한정판으로 내놓은 발망 스타일의 스트롱 숄더 재킷과 블랙 드레스, 레더 재킷은 정말이지 자라 컬렉션 중 군계일학일 뿐더러 피팅 역시 결코 패스트(fast) 패션 냄새 나지 않는 완벽함을 자랑한다. 특히 이중 이미 매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벌룬 스타일 드레스는 기네스 펠트로가 한 공식 석상에 입고 나와 유명세를 치렀는데 덕분에 매장에 출시되자마자 ‘완판’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이외에 V네크나 보트 네크라인 드레스는 여전히 구입 가능하다. 그러나 역시 스트롱 숄더의 진수는 재킷. 발망 스타일 재킷은 역시 대부분의 매장에서 완판됐지만 자라 패션 특성상 앞으로 재입고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매장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자라 스튜디오 라인은 전 자라 매장에서 판매되는 게 아닌 일부 플랙십 스토어에서만 판매된다. LA 인근에선 샌타모니카와 파머스 마켓, 센추리시티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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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패셔니스타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스트롱 숄더 레더 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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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나오자마자 완판 기록을 세운 발망 스타일의 강력한 스트롱 숄더 블랙 재킷.

코트와 재킷 고를 땐
완벽히 맞는 사이즈 선택
액세서리도 알차고 다양

■겨울 코트의 진수

사실 자라가 한국에 진출하기도 전 한국 트렌드 세터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것은 재킷과 코트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스트 패션의 고수답게 오트 쿠튀르의 유행 코트와 재킷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값싼 브랜드들이 갖고 있는 몹쓸 피팅감을 극복, 완벽한 실루엣이 트렌드 리더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한동안 이런 자라의 명성이 미국에서는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이번 시즌 자라는 다양한 패브릭과 다양한 유행 디자인으로 트렌드 세터들을 다시 한번 감동시켰다.

그리 나쁘지 않은 레이온과 울을 적절히 조합, 아름다운 트위드(tweed) 코트는 보는 순간 일단 한번 발길을 멈춰 세우게 하며 스웨터 소재의 편안한 코쿤 스타일 코트도 눈길을 떼기 힘들다. 이외에도 막스마라 풍의 고급스런 느낌과 스티치가 돋보이는 카멜 컬러 벨티드 코트 역시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시즌 트렌드 세터들의 군침을 흘리게 하는 아이템은 역시 앙고라 소재의 순백의 얇디얇은 털 코트다. 무릎까지 오는 이 화이트 코트는 LA에서도 너무 과하지 않은 듯 캐주얼과 수트 모두에 무난하게 입을 수 있어 누구라도 군침을 흘리게 한다. 그러나 가격이 1,000달러 대를 훌쩍 넘고 있어 자라를 이용하는 주고객들 중 누가 이 물건을 사갈지는 알 수가 없다.

이렇게 헤비한 코트가 조금 부담스럽다면 눈길을 돌려 베이직한 스타일의 블랙 재킷에 집중하길.

새틴 컬러가 돋보이는 턱시도 재킷에서부터 스트롱 숄더를 변주한 적절한 어깨높이를 가진 더블 버튼 블레이저까지 끝도 없이 다양한 재킷의 향연이 보는 것만으로도 패셔니스타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자라에서 재킷과 코트를 고를 때 주의할 점은 무엇보다 사이즈. 자라는 스몰 사이즈에서 라지 사이즈까지 보통 3사이즈 정도 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자라 컬렉션과 자라 우먼 등 일부 라인에서만 XS을 출시하고 있다.

만약 체구가 작거나 스키니한 이라면 아무리 디자인이 맘에 들어도 사이즈가 XS을 출시하지 않는다면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리길. 코트와 재킷의 생명은 바로 얼마나 몸에 맞춘 듯 잘 맞느냐에 하는데 있으니까 말이다. 코트 가격은 디자인별로 80~200달러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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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자라가 내놓은 아웃웨어 중 최고가를 자랑하는 앙고라 소재 하프 코트.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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