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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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 이야기/’3 Strike Out’

2009-10-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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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현

미국에서 생활하며 크레딧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주택 융자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크레딧 점수는 경우에 따라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융자를 받을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고, 융자를 받더라도 불필요한 포인트 비용을 내지 않을 수도 있고 높은 이자에 포인트까지 내고 융자를 해야 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크레딧이 어디 주택 모기지 융자에만 필요한가? 자동차 융자를 받거나 작은 스토어에서 카드를 오픈할 때도 크레딧 체크를 하게 되고 크레딧에 따라 매달 수 십 달러씩 차이가 날 수 있다. 이처럼 크레딧은 우리들의 경제적인 활동 깊숙이 관여해 있다.

예전 크레딧의 중요성이 한인들에게 일반화 되지 않았을 때에 많은 사람들이 코사인(Co-Sign)을 쉽게 해주었다. 하지만 코사인해서 크레딧이 망가지는 사례를 자주 접한 후로는 코사인을 많이 조심하고 있다. 최근 필자도 코사인의 경험이 있는데 오늘은 코사인 시 유의사항과 그 관리에 대해서 필자 나름대로의 규칙을 이야기해 보자.


얼마 전 필자의 친한 지인으로 부터 급한 연락이 왔다. 지금 동생의 자동차 구입으로 자동차 딜러에 와 있는데 일 년 전 이민 온 동생은 크레딧이 전혀 없고 자신은 크레딧에 문제가 생겨서 융자를 얻는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주택 융자를 전문으로 하는 필자는 코사인을 해주는 것의 위험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은 부탁을 한 지인의 입장도 무시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조그마한 무역상을 하는 필자의 지인은 투자용으로 갖고 있는 주택의 융자 재조정을 목적으로 주택 모기지 융자를 몇 번 연체한 기록이 있어 크레딧 상태가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 본국에 있는 동생 식구들 까지 함께 작은 사업체를 건실하게 일구고 있는 상황인데 동생이 소셜 번호를 받은 지가 1년이 되었는데도 아직 크레딧을 전혀 쌓지 않아서 크레딧 점수가 전무했다. 그래서 형인 지인이 코사인을 해주려고 했으나 크레딧이 영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에게 연락이 온 것이다.

코사인은 안 해 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살다보면 부모 형제라던지 정말 필요한 지인의 부탁으로 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각도로 문제점과 해결점을 이야기해보자.먼저 크레딧이 망가진 지인의 경우로 융자 재조정을 목적으로 모기지 연체를 하는 것 만큼 미련하고 위험한 방법이 없다. 융자 재조정은 현재 내고 있는 모기지 이자를 낮추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정말 모기지 페이먼트를 못할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모기지 이자를 조정함으로 주
택을 처분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빌린 원금을 상환해 가겠다고 은행에 호소하는 마지막 방법이다. 그리고 재조정을 신청한다고 하더라도 너무나 까다로운 조건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이것을 월페이먼트 조정의 수단으로 여겨서는 큰 오산이다. 크레딧만 망가질 뿐이다.

두 번 째 소셜 번호를 1년 전에 받은 동생의 상황이다. 소셜 번호를 받은 지가 1년이 되었는데 아직 크레딧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무엇에 비유할까? 전쟁터 한 가운데 물총을 들고 혼자 서 있다고나 할까? 크레딧이 없어 어디에서도 크레딧 카드를 발급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누가 코사인 해 줄때까지 기다린다면 언제 크레딧을 쌓을 수 있겠는가? 대부분의 은행에서는 일정 금액을 디파짓을 하고 그 금액 한도 내에서 크레딧 카드를 열어주는 시큐리티 크레딧 카드(Security Credit Card)가 있다. 그리고 어느 크레딧 라인 하나만 열어서 두 세 달만 사용하면 그 다음 부터는 백화점카드, Store Card나 주유카드 정도는 쉽게 열 수 있다. 이런 식으로 1년 정도만 잘 관리하면 1년 만에 크레딧 점수를 거의 700점 까지 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웬만한 자동차 융자는 문제없이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사인을 해주는 코사이너(Co-Signer)입장이다. 필자는 코사인을 원칙적으로 해주지 말라고 고객들에게 권고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살다보면 피할 수 없이 코사인을 해줘야 할 때가 있다. 이때 코사이너가 철저히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먼저 코사인 수혜자에게 페이먼트를 무조건 자동이체(Auto Payment)를 할 것을 약속받는다. 그리고 그 자동이체는 인터넷으로 코사이너가 언제든지 조회가 가능해야 된다. 그래서 매달 연체가 되고 있는지 코사이너가 직접 확인이 가능해야한다. 둘째로 코사이너가 이런 확인을 5년이나 7년씩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무조건 3년 이내로 못을 박는다.

즉 융자를 5년을 얻던 7년을 얻던 간에 무조건 3년 안에 원금 상환을 마무리하던 아니면 3년 안에 트레이드를 하던 3년 안으로 끝나는 것으로 한다. 3년 정도면 코사인 수혜자가 충분한 크레딧을 쌓을 기간이다. 그리고 마지막인데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코사이너는 코사인 수혜자가 월페이먼트를 못 내었을 경우 한 두 달은 월페이먼트를 대신 낼 각오를 해야한다. 따라서 필자는 ‘3 Strike Out’을 요구한다. 즉 3년 동안 월페이먼트를 못낼 경우 2번까지는
봐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3번째가 되면 무조건 차를 반납하고 타이틀을 클로즈하는 것이다. 마치 야구의 ‘3 Strike Out’과 같은 것이다.

야구에서 타자가 3 Strike Out되었는데 심판에게 미안하지만 한번만 더 쳐보자고 우기면 얼마나 우스운가? 이처럼 연체가 3번이 되면 어떤 이유든지 상관없이 차를 반납해야 되는 것이다. 상기 언급한 것들만 지키고 관리가 가능하다면 코사인을 해주더라도 어느 정도 안심이다.어차피 우리는 살아가며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나누며 살아가야만 된다. 혼자 죽을 때까지 좋은 크레딧만 갖고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힘들 때 가진 것을 잘 나눌 수 있는 지혜를 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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