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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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미사참례 태도에 감동

2009-10-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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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광영 신부의 유람선 지도신부 이야기 (4)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2,000명이 넘는 유람객들을 태우고 오후 4시에 시애틀을 출항한 유람선은 육중한 무게를 전연 못 느끼는 듯이 신나게 목적지 알래스카를 향해 달리고 있다. 몇 차례 유람선 사목을 하면서 받은 강한 인상들 중 한가지를 든다면 미사 참례하는 교우들의 숫자와 그들의 미사참례 하는 태도다. 상당한 교우들이 미사참례를 하면서 대단히 정숙하고 진지한 태도로 미사 참례하는 모습들이 나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점들이다.

유람선에서 미사를 빠지지 않고 참례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수시로 바뀌는 미사시간과 미사 봉헌하는 장소를 알아야 한다. 유람선내 볼거리 먹거리가 너무나 많은데 이러한 유혹을 뿌리치고 수시로 바뀌는 미사 시간과 장소를 챙겨 미사참례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나는 유람선에서 매일 미사를 봉헌할 때마다 미사참례를 한 교우들에게 감사를 느끼며 또한 미사봉헌의 지향을 미사 참례자들과 그분들의 가족들을 위해 바친다.

미사 후 나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유람선 전 둘레를 합판으로 깔아놓은 3층으로 내려가 걷기 시작했다. 유람선 사목을 여러 차례 하면서 경험한 잊을 수없는 중요한 보람들이 많지만 그 중 한가지를 언급한다면 매일 마다 유람선둘레를 약 10바퀴정도 걷는 운동이다.유람선 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유람선 둘레를 3바퀴를 돌면 1mile이다. 약 3마일 이상을 매일 빠른 속도로 걷는 셈이다. 유람선에서 확 트인 청정바다와 자주 눈에 보이는 울창한 산림으로 뒤덮인 조막만한 섬들을 보면서 무공해 바닷바람을 마음껏 들어 마시며 걷는다. 세상사 모든 시름을 다 잊고서 오로지 주님의 위대한 창조 업적을 나름대로 관상하며 걷는 즐거움은 한마디로 대단하다.


오늘따라 시커먼 먹구름이 하늘 창공을 뒤덮고 당장이라도 소낙비를 쏟아부을 듯이 험상궂은 날씨에 몸의 중심을 잃어버릴 정도로 불어대는 강풍을 안고 걷는 것도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추억일 것 같다. 약 10바퀴를 돌고 나니 속옷이 땀에 젖는다. 걷고 난 후에는 본인이 개발한 맨손체조를 반드시한다. 그리고 방에서 샤워를 하고 나면 몸은 날듯이 개운하고 상쾌함을 느낀다. 시간을 보니 7시 30분 경이 되었기에 4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당입구에서 좌석을 안내하는 승무원은 7명이 앉는 식탁인데 6명은 이미 좌석을 차지하고 있고 비어있는 한 좌석에 나를 앉도록 친절하게 안내한다. 식탁에 앉으면서 나는 천주교 정 안토니오 신부이며 유람선 지도신부라고 소개했다.

한 식탁에 앉은 다른 6명이 각자 소개를 하는데 다들 남부 캐롤리나 주에서 온 형제 가족들이 함께 왔으며 종교는 남부 침례교회에 다니는 분들이다. 한 분이 즉시 나에게 말을 걸어오면서 우리식탁에 개신교 목사가 아니고 천주교 신부님이 우리들과 자리를 함께 해주신 주님의 뜻이 무엇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고 말문을 연다. 천주교 신자들은 술을 많이 마시고 심지어는 술을 많이 마시는 신부님도 많다고 하는데 안토니오 신부님은 술 주량이 얼마나 됩니까 하고 묻는다. 마치 가톨릭에 대한 비판의 공격을 사전에 준비나 한 듯이 처음 보는 천주교신부에게 천주교를 비하하는 무례한 질문을 한다. 나는 술을 한방울도 못 마시는 신부라고 즉석에 대답을 했다. 천주교 신부는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가 주님의 뜻인지 등등 상식 밖의 질문공세를 한다.

나는 즉시 잘못된 식탁에 앉았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이 나의 마음을 불편하
게 한다. 타 종교를 지극히 주관적인 안목으로 평가하고 비판하는 태도를 여러 분들이 믿는 주님도 절대로 용납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믿는 종교 외에는 타 종교를 수용하는 아량에는 한치 여유도 없는 메마른 대화만을 고집하기에 실은 대화가 불가능하다. 대화가 있다면 자기들 주장에만 집착하는 대화를 원한다. 지극히 시간 낭비에 불과한 종교적인 논쟁에 승부를
걸고 갖은 괴변을 늘어놓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여기까지 이야길 했을 때 분위기는 기대이상으로 조용하다.저녁 식사 때 오고 간 종교적인 논쟁으로 분위기는 약간 긴장된 것 같았다. 나름대로 이들의 상식밖의 종교적인 인신공격에 휘말려 논쟁이 계속 되었다면 결국 서로의 주장만으로 설전은 계속 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화제를 돌려 이번 유람여행이 처음이냐고 물었다. 모두 처음이며 유람선 말만 많이 들었는데 막상 유람선을 타고 보니 정말 평생토록 잊을 수없는 유람여행이 될 것 같다고 하면서 벌써 유람선 여행을 만족해하는 것 같다. 나는 유람선을 타고 유람사목을 하면서 나의 방을 찾을 때 미사 봉헌하는 장소를 찾을 때 한 번도 곧장 찾아 가 본적이 없다. 적어도 10-20분 정도 목적지를 찾는데 이리저리 헤맨 적이 있는데 오늘 여러 분들의 방을 찾는데 곧장 한 번에 찾을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6명 전원이 방을 찾는데 몇 차례나 헤매다가 결국 찾았다고 한다. 이렇게 유람선 안의 구조가 매우 복잡하기에 유람선을 탈 때마다 번 번히 갈 목적지를 못찾아 헤맨다. 식당에서 정식 저녁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포도주를 마시는데 우리 식탁에 앉은 분들은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식탁에 함께 앉은 어느 중년부인이 신부님이 포도주를 마시면 자기가 포도주를 한병 사겠다면서 호의를 표시한다. 말씀 들인 것처럼 미사 때는 어쩔 수없이 포도주를 사용해야 하기에 아주 소량의 포도주를 사용한지만 그 외는 술을 전연 못 마신다고 말하면서 성의에 너무나 감사하다는 인사로 사양을 했다.
7명이 한 식탁에 앉아 저녁음식을 주문하는데 한 사람도 같은 음식을 주문한 사람이 없다.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화제로 시간이 상당이 흘렀다. 시간을 보니 10시가 넘었다. 나는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 일어나서 곧장 방으로 왔다.

밤 11시30분, 승무원들을 위한 첫 미사

나의 전화기에 빨간불이 깜박거린다. 오늘 밤 11시 30분에 승무원을 위한 미사가 있는데 11시 10분에 신부님을 모시러 오겠다는 전화내용이다. 오늘은 일요일이기에 늦은 밤 승무원을 위한 미사가 따로 있음을 알지만 순간 깜박 잊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10시 45분이다. 조금 있으니 누군가 내 방을 두드린다. 승무원이 나를 데리러 왔다. 승무원을 따라 유람선 지하 2층 승무원들의 computer 연습실로 나를 안내한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니 수많은 전화선, 전기선과 무수한 파이프들이 복도위로 복잡하게 설치된 것을 보면서 대형 공장에 들어선 같은 기분을 느낄 정도다. 약 40명의 승무원들이 이미 모여 성가를 부르고 있는데 신부가 들어가니 일제히 박수로 나를 환영해준다. 미사는 정각 밤 11시30분에 시작했다.

약 60명에 가까운 승무원들이 모였다. 유람선내에 수많은 종류의 부서에서 일하는 승무원들의 숫자는 약 800명이나 되는데 이중 700명에 가까운 숫자는 필리핀 청년들이며 약 100명 정도는 인도네시아의 청년들이다. 필리핀 승무원 700명은 전원이 가톨릭 신자들이며 인도네시아 승무원들 100명중 약 50명 가까운 숫자는 역시 가톨릭 신자들이다. 일요일에도 승무원들은 낮에 일을 해야 하기에 밤늦게 이분들을 위해 따로 미사를 봉헌해야한다. 젊은 승무원들은 대개가 결혼해서 아기가 하나 둘 있고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고 유람선의 승무원이 된 청년들도 많다. 유람선과 일년 계약을 맺고 일하면 일년동안은 유람선을 벗어 나갈 수가 없고 일년 후에는 대개가 다른 유람선 승무원으로 옮긴다고 한다. 미사 도중 신자들의 기도 때는 대개가 한 마디씩 기도를 하는데 기도의 대부분이 집에 두고 온 아내 와 어린 자녀들에 대한 기도이며 어떤 승무원들은 울먹이면서 기도를 하는데 참으로 마음이 뭉클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미사가 끝나고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방에 오니 새벽 2시경이 되었다. 오늘 하루는 길고도 피곤한 하루가 되었다.

오늘 일요일(19일)은 미사봉헌을 4번이나 했다. 일요일 오전 시애틀 성당에서 2번의 미사봉헌, 오후 2시 유람선에 승선한 후 오후 5시 유람객들을 위한 일요일 미사, 밤 11시30분 승무원을 위한 미사였다. 승무원들을 위한 미사를 끝내고 방에 오니 너무나 피곤하다. 간단한 저녁기도를 바치고 나는 곧장 곤한 잠에 빠져 버렸다. 7월 19일 오후 4시경 시애틀항을 출항한 유람선은 상상도 못하는 무거운 짐을 등에 업고 장장 62시간이란 장구한 시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숨가쁘게 달려 결국 7월 22일 새벽 6시경 알래스카의 수도 Juneau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유람선의 출발부터 도착까지 62시간이란 장구한 시간을 유람객들은 유람선내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생각하면 너무 지루할 것같은데 실은 전연 지루함을 못느낄 정도로 유람선내에서 유람객들이 너무나 분주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 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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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을 감상하는 유람선 승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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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에 참여한 신자들과 함께 한 정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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