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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칼럼/ 진실의 힘

2009-09-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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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삼(소유디자인그룹 대표)

요즘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 중 하나가 ‘선덕 여왕’이 아닌가 싶다. 가장 힘이 없고 왜소했던 신라가 삼국을 통일시키기 위해 한 발, 한 발 다가가고 있는 모습을 선덕 여왕의 시대적 배경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이 드라마는 미실, 문노, 덕만, 비담, 유신 등 독특한 캐릭터들을 가지고 숱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나간다.

최고의 정치 권력자인 미실은 당대의 뛰어난 지략가가 아니었나 싶다. 거짓으로 꾸며진 신통력과 그것을 토대로 발전시킨 절대적인 힘과 권력, 그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었던 것이 그 당시 미실의 정치적 처지가 아니었나 본다.
반면, 덕만 공주는 역사적으로 첨성대라는 그 당시로는 획기적인 건축물을 통해 왕족과 귀족만이 누리던 천문 현상을 이용한 절대 권력을 대중에게 돌려줌으로써, 하늘을 이용한 거짓으로 평민들을 더 이상 기만하지 않는다. 그 어떤 달콤한 권력의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덕만은 오직 ‘진실’이라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따르기 쉽지 않은 이념 하나로 자신을 무장한 채 최고의 정치세력, 미실파를 정면 승부한다. 책략, 정치적 권모술수가 극에 달한 미실과 정치적으로도 굳건한 뿌리도 없이 신념 하나로 대적하는 덕만, 그리고 그 두 주인공을 보좌하는 신하들의 끊임없는 두뇌 싸움, 작가는 현실 자본주의 사회의 정치, 경제를 둘러싸고 이뤄지는 일들을 신라의 선덕여왕의 시대를 빗대어 너무나 리얼하고 박진감 넘치게 풀어가고 있는 것 같다.


갑자기 건축 칼럼에서 드라마 이야기는 뭐야? 라고 의아해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눈에는 하루하루 비즈니스의 전쟁터 속에서 생활하는 우리의 모습을 이 드라마에서 하나도 빠짐없이 그 속내까지 볼 수 있어 오늘의 서두를 선덕여왕으로 시작했다.미실을 빗대어 본다면, 규모가 중간 이상의 자리가 어느 정도 잡혀 소위 말하는 인지도가 일반 교민들에게 어느 정도 퍼져있는 건축 회사 정도가 아닐까 싶다. 물론, 대부분의 중대 건축업체들은 소신있게 많은 프로젝트를 열심히 실행해 간다고 본다. 일부 이익에 눈이 먼 몇 몇 업체들에게 국한된 내용이다. 기존의 쌓여진 인지도를 바탕으로 회사의 규모를 넓히기에 급급하다면 무엇에 가장 초점을 맞추겠는가? 고급 인력의 확보? 사용하는 건축 재료들의 품질 향상? 입찰 가격 장난으로 경쟁 중소 건축 업체 죽이기, 일단 프로젝트는 따놓고 보기, 보다 더 많은 광고로 폭넓은 인지도 쌓기에 총력 등 너무나 많지만 나열하기 부끄러운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이 대중들에게 펼치고 있는 신비주의, 거짓과 과장으로 포장된 여신의 권력과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그런가 하면, 덕만처럼 백성들을 살피며 그들의 힘듦을 생각하는 공사업자들도 물론 많다. 한 번의 프로젝트로 눈앞의 보이는 이익만을 쫓으며 회사를 키우겠다기보다는 그 클라이언트가 만족해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냄으로써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회사를 키워나가는 진실된 업자들도 있다.하지만, 요즘같은 불경기에는 더없이 경쟁이 치열해지고, 우선 싼 값에 타당하지 못한 인건비, 좀 더 싼 재질로 quality 를 앞세우지 못하고 공사를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을까하는 열정만 앞세우는 게 현실이다.

공사를 시작하게 되면 GC(General Contractor)는 덕만 아니면, 미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Bidding을 시작하면 모든 GC 는 치열한 경쟁을 시작하고 작전을 세우며, 어떻게 클라이언트한테 다가가 그 프로젝트를 잘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고민하기 마련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속에서 모든 업체들이 덕만과 같이 100% 진실될 수 있기는 힘들다고 본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자기의 능력을 클라이언트한테 보답하고 성심을 다하려는 노력은 진실이란 단어로 통한다고 생각된다.

완성된 프로젝트를 보며, 흐뭇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건축업자, 고맙고 감사한 맘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클라이언트로 남는 관계, 미실보다는 덕만과 그의 충신들이 건축 관련 비즈니스에서 더 많아지기를 바라며 이번 칼럼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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