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 탕수육과 자장면

2009-09-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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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특별한 날에는 탕수육에 자장면이 최고의 음식이었던 세대에 태어난 난 요즘도 식구들과 아이들 생일에 중국집을 찾는다. 얼마 전 조카 생일이어서 어김없이 중국집을 찾았다. 언제나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 시키는 요리는 항상 같다.

아이들과 승욱이를 자리에 앉히고 음식을 기다리는데 승욱이가 계속 음식을 달라고 손으로 이야기를 한다.

“조금만 기다려. 배고프지?” 요리 몇 가지 중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리는 단연 탕수육이다. 각자 먹을 만큼 음식을 덜어먹는데 승욱이가 입을 벌리고 나를 행해 앉아있다. “알았어 줄게. 아~” 얼마나 잘 먹는지 덜어온 탕수육이 바닥이 났다.


옆에 앉은 아이들 접시에 탕수육을 도로 뺏아오기 시작이다. 승욱이가 좋아하는 탕수육은 식구들도 좋아하긴 마찬가지지만 승욱이를 위해서 기꺼이 포기한다.

“오늘 왜 이리 잘 먹지? 얘들아 탕수육 좀…” 승욱이는 눈치 없이 계속 입으로 탕수육이 들어가고 나머지 아이들 여섯은 승욱이 입만 보고있다. “이모, 승욱이가 맛있나 봐요. 제 것도 더 주세요” 결국 승욱이가 거의 한 접시를 다 비웠다. 승욱이는 포만감으로 얼굴에 함박웃음이고 나머지 아이들은 아쉬움이 얼굴에 교차한다. 난 보다 못해 탕수육 한 접시를 더 시켰다.

요리를 다 먹고 입가심으로 자장면을 먹는데 제비새끼 입벌리듯 승욱이가 또 입을 벌리고 나를 향해 앉는다. “승욱, 배 터지겠다. 오늘 과식한 것 같아. 그만 먹어!” 내 손등을 탁탁 치면서 자장면을 달라고 계속 치댄다. 면발을 둘둘 말아 한입 주니 맛있어 하는 얼굴이 행복지수가 100점 만점에 100점이다. 세상에서 제일 뿌듯한 것이 논에 물들어 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라는 옛말이 이제야 실감이 나는 것 같다. 음식을 먹을 줄 아는 승욱이가 오늘 제대로 포식한 날이다.

오래 전 가족 외식 때마다 음식을 시켜놓고 우리 삼 남매가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 보시던 것과 우리가 배불리 먹은 후에야 부모님이 음식을 드시던 모습이 희미하게 기억이 난다. 궁핍하게 살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것이 부모 마음이었던 것을 알 것 같다.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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