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거주하는 제임스 박(22세), 세라 박(17세) 남매가 두 달간 미 전역을 자전거로 여행했다. 여행도중 틈틈이 올렸던 제임스 박 군의 블로그를 상, 하편으로 정리한 시리즈 ‘남매의 미국 자전거 여행기’ 하편이다.
8월 1일
콜로라도에 도착했다. 하늘은 너무나 넓고 깨끗하게 펼쳐져 있었다. 지평선 끝에 닿아 있는 끝을 알 수 없는 광대한 하늘이었다. 그리고 록키 마운틴은 말 그대로 바위산이었다. 경사가 심한 산을 계속 오르면서 광대한 자연의 힘을 새삼 느끼고,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이 얼마나 빈약한 존재인가를 실감하며 과연 내가 이 여정을 끝낼 수 있을까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의 의지력으로 해발 1만1,000피트 정상에 결국 섰다.
콜로라도의 날씨는 그야말로 극단적이었다. 정말로 건조한가 하면, 마치 대형 드라이를 튼 것처럼 심한 바람이 불기도 했고, 비를 맞았고, 구슬만한 우박이 쏟아지기도 했다. 콜로라도를 횡단하며 지나치게 된 브레큰릿지 타운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광경을 연출했다. 기타와 클래식 뮤직, 그리고 중서부의 자연 환경에 영향을 받았음에 분명한 영적인 예술들이 흥겨운 유원지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마치 디즈니랜드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던 이 마을은 여행 중 경험한 가장 매력적인 광경의 하나였다.
8월 12일
와이오밍에 도착했을 때 나와 세라는 서로에게 똑같이 물었다. “도대체 와이오밍에는 뭐가 있지?” 와이오밍하면 떠오르는 것은 사실 별로 없다.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들판을 계속 지나면서도 과연 이곳에서 어떤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때때로 건조한 들판과 사막을 지날 때 수천마리의 메뚜기떼들이 덤벼들기도 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와이오밍은 소소한 즐거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사한 장소였고, 평탄한 지형과 차분한 날씨덕에 여행의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그 유명한 옐로우스톤에 도착했을 때 이곳이 와이오밍주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고 우리는 서로에게 했던 질문이 얼마나 우스운 것이었나를 깨달았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국립공원을 자전거로 둘러볼 생각에 너무 흥분되었지만 곧 옐로우스톤이 자전거 여행객들에게는 결코 친절한
곳이 아님을 발견했다. 갓길은 너무 거칠고 차들은 너무 많았다.
물론 이런 불편을 모두 감수할 정도로 옐로우스톤이 펼쳐내는 장관들은 훌륭했다. 특히 맘모스 핫 스프링은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을 연상할 정도로 초현실적인 광경이었다. 그런데 사라가 사고를 당했다. 옐로우스톤을 나와 4마일 정도 진행하던 중이었다. 모랫길에 미끄러진 동생은 머리를 심하게 부딪쳤다. 지나가던 차에서 사람들이 내려 서로 우리를 도와주려 애썼다. 그들의 도움으로 신속하게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고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고 더 큰 사고가 나지 않도록 더 많은 주위를 기울였다.
* 8월 19일
아이다호에 도착하는 순간 우리는 동시에 “와, 감자 농장이다”라고 외쳤다. 아이다호는 무척이나 건조하고 광활한 지역이었다. 그저 사막같은 평야를 지나가면서 우리는 자전거가 밟고 있는 땅이 용암이 흘려내려 굳은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다호 곳곳은 외계의 지형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우주여행사들이 달에 착륙하기전 이곳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하며 화성의 표면과도 비슷하다는 말도 들었다. 자전거가 진행하기 힘들 정도의 세찬 바람도 불었다. 이곳에 풍력발전 시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아이다호의 첫날 결국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한 교회의 도움을 얻어 숙식을 해결했다.
우리가 곤경에 처할 때마다 아이다호 사람들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친절한 호스트들 덕에 운좋게 로데오의 진수를 감상할 기회를 가졌다. 이들은 스스로가 너무나 뛰어난 로데오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기도 했다. 아이다호는 환상적인 곳이었다. 우리 앞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떤 광경이 벌어질지 기대하게 만드는 곳이었고, 언제나 친절한 사람들의 도움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었다.
8월 27일
오레곤은 서쪽과 동쪽으로 크게 나뉘었고 서쪽 오레곤은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척박한 황무지다.서쪽 오레곤으로 뻗어있는 오레곤 트레일을 지나면서 나는 100여년전부터 이 길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했던 옛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곤 했다. 여행길에 들른 오아시스 카페는, 반경 수백 마일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말 그대로 오아시스 같은 장소다. 나와 같은 길은 거친 수많은 사이클리스트들이 공통적으로 화제로 올리는 명소이기도 하다. 오레곤의 유진을 지나면서 만난 나무들은 조금 과장해서 뉴욕의 빌딩만큼이나 컸다. 또한 나무들이 뿜어내는 향기는 놀라웠다. 자이언트 트리들의 장관과 향기는 지친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었다.
이제 여행의 막바지다. 우리는 태평양을 보기 위해 마지막 목적지인 플로렌스로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마침내 태평양이 보이는 곳에 다다랐다.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을 바라보며 우리는 지난 두 달간의 여행을 차근차근 회상했다.
너무나 떠올릴 것이 많고, 너무나 감사해야 할 사람들이 많다. 두달간의 여행을 곱씹는 데는 아마도 수십배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정리: 박원영 기자>
* 지면 관계상 제임스 남매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부분 싣지 못했다. 이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사진은 블로그 http://jamesandsarahbikeusa.xanga.com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