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유영하.한수미의 댄스스토리 (18) 음악과 춤

2009-08-28 (금)
크게 작게
우리들은 모임에서 흥이 나면 우선 노래를 부르게 되며, 가락이나 박자가 맞지 않더라도 서로 노래를 청하면서 번갈아 부르게 된다. 손뼉치며 장단을 맞추고 여기에 악기가 들어가면 흥은 한층 높아지게 된다.

인종, 지역 그리고 나라에 따라 노래도 저마다의 개성이 나타난다. 민요가 태어나게 되며 또 역사적인 배경으로부터 ‘노래’ 가 생겨난다. 사기를 돋구고 사람의 마음을 한곳으로 모으는데에는 ‘노래’ 가 최상책이기 때문에, 군대에서 부르는 ‘군가’ 가 생기는 것도 당연하고, 모임이나 집회에도 꼭 필요로 한다. 차이코프스키가 작곡을 하느라 고심을 하고 있을 때, 어떤 길을 가는 나그네가 창밖을 지나가면서 휘파람을 불며 가는데, 무심코 듣고 보니 좋은 멜로디였다. 즉시 그 멜로디를 종이에 적어두었는데, 그것이 훗날 D 장조 4중주곡의 아다지오로 사용되어 그 유명한 ‘안단테 칸타빌레’ 가 작곡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민요를 사용한 것은 차이코프스키 한사람 뿐이 아니다. 베토벤과 모짜르트도 그 작품속에는 상당히 많은 민요를 널리 도입하고 있다.
이 차이코프스키 이야기는 여고시절 짝사랑 했던 음악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그 음악선생님은 슈베르트 조각상을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하얀 와이셔츠 깃을 약간 올리고, 끝부분만 웨이브진 헤어스타일, 흰 피부에 가는 은테 안경을 쓴 그 모습이 그 당시에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꿈 많던 사춘기 시절 여고생들의 목말랐던 감수성을 채워주셨으며, 후에 예술활동을 하면서 음악선별을 할 때 은연중에 선생님의 영향을 받은 것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리스트의 ‘헝가리 랩소디’,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등 유명한 곡들과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등 셀 수 없이 잘 알려진 곡들을 들려주셨으며, 곡에 대한 부연 설명과 곁들여서 음악가들의 숨은 이야기를 너무 재미있게 해주시는 음악시간이 꿈속을 여행하듯 즐거웠다. 수업시간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리면 ‘ 아! 그냥 이대로 음악 속에 푹 빠져서 상상의 나라로 가고싶다~’ 이런 생각을 하곤 했었다.

멋쟁이 음악선생님은 원어로 이태리 민요 ‘오 솔레미오’, ‘마리아 마리’, ‘산타루치아’ 등을 가르쳐주어 정말 멋들어지게 부르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대학 졸업 발표회를 할 때 슈베르트의 ‘알페지오네’ 를 가지고 안무를 하게 된 것도 음악 선생님의 영향이 컸다. 춤에 있어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음악 없이 한번 춤을 춰보라. 그 삭막함은 누구나 느낄 것이다. 심지어 댄스 경연대회에서 테크닉이 아무리 출중하다 할지라도 음악 박자에 맞지 않게 춤을 춘다면 그 사람은 절대로 상위권에 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심판관은 실격으로 간주해버리기도 한다.

아름다운 음악과 춤이 하나가 되어 잘 어울리는 춤을 보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인간의 마음을 움직여 무한한 감동을 받게 되어 예술로 승화되는 것이다.
HSPACE=5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