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9년이라서 그런가?… 제목에 ‘9’ 달린 영화 봇물

2009-08-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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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 중인 ‘디스트릭9’ 비롯
‘$9.99’‘클라우드9’‘9’‘나인’…
브로드웨이선 ‘9 to 5’‘39계단’


2009년인 올해 제목에 9자를 단 영화들이 유난히 많이 개봉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이스라엘 스톱모션 만화영화로 인생의 제반 문제를 다루는 비법이 담긴 9달러99센트짜리 책을 산 젊은이와 그의 주변 인물들의 삶을 그린 ‘$9.99’가 개봉됐고 지난 14일에는 공상과학 액션 스릴러인 남아공 영화 ‘디스트릭 9’(District 9)이 나왔다.


이 영화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상공에서 고장 난 외계 우주선에서 나온 외계인들을 집단 수용한 디스트릭 9의 곤충 모양의 외계인들을 다른 장소로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액션 영화로 지금 빅히트를 하고 있다.

21일에는 독일 영화로 60대의 주부와 70대의 홀아비가 육체적으로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클라우드 9’(Cloud 9-★★★½)이 개봉된다. 제목은 환희의 절정을 뜻하는데 젊은이 못지않게 정열적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을 통해 무미건조한 일상에의 안주와 비도덕적이나 인간의 영혼을 새롭게 만드는 새 사랑의 수용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오는 9월9일에는 팀 버튼이 제작한 공상과학 만화영화 ‘9’(★★★)이 나온다. 이 영화는 인간들이 멸종된 지구에서 과학자가 창조한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인형들에 관한 스릴러다.

또 오는 11월25일에는 와인스틴 영화사가 오스카상을 노리고 뮤지컬 ‘나인’(Nine)을 개봉한다. 대니러 데이-루이스와 페넬로피 크루스 등 호화 앙상블 캐스트가 나오는 영화는 동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원작. 이 뮤지컬의 원전은 이탈리아의 명장 페데리코 펠리니가 감독하고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가 주연한 명화 ‘81/2’이다.

한편 케이블 TV HBO는 이달 초에 파란 많은 정치적 개인적 삶을 산 워싱턴 DC 시장 매리온 배리의 삶을 다룬 기록영화 ‘매리온 배리의 9개의 목숨’을 방영했다.

9자를 제목에 단 작품은 영화뿐 아니라 현재 공연 중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목에도 사용되고 있다. 히트 코미디 영화가 원작인 ‘9에서 5시까지’와 히치콕의 영화로 유명한 ‘39계단’(39 Steps) 등이다.

중국과 그리스와 이집트의 신화와 성경 등에서 모두 중요한 숫자인 9은 변화와 완성의 숫자로 여겨지는데 숫자에 관한 전문가인 케이 라저퀴스트는 지금 9라는 숫자가 표면으로 부상하고 있는 까닭을 새 천년 첫 사이클이 끝나는 2009년은 끝과 변화의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그는 최근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지구는 경제적, 정신적 및 생태계적으로 변화를 맞고 있다”면서 “모든 사물과 인간들이 변화를 맞으면서 9이 자주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화인들은 9의 갑작스런 유행은 하나의 우연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고 말하면서 관객들이 비슷한 영화 제목에 혼란을 느낄까 봐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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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 스릴러 만화영화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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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 9’의 외계우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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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여인과 70대 남자의 사랑을 그린 ‘클라우드 9’.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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