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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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세라 박 남매 자전거 여행기 (1)

2009-08-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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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활한 대지 아름다움 가슴으로 느껴

뉴욕에 거주하는 제임스 박(22세), 세라 박(17세) 남매가 두 달간 미 전역을 자전거로 여행했다. 이전까지 단 한번도 자전거 장기 여행을 해 본 적이 없는 남매는 불과 열흘 남짓의 짧은 준비기간을 거치고 “살고 있지만 가본 적이 없는 미국”의 참 모습을 보기 위해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16개주를 거친 두달간의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이들은 새삼 미국의 광대한 자연을 느꼈고, 무엇보다 어려움이 처할 때마다 기꺼이 친절을 베풀었던 사람들의 자상한 마음을 발견했다. 여행도중 틈틈이 올렸던 제임스 박 군의 블로그를 정리해 2주간 ‘남매의 미국 자전거 여행기’를 싣는다.

*7월 7일~
드디어 출발이다. 이 여행을 떠나기 전 가장 어려웠던 점은 부모님의 반대였다. 특히 몸이 다소 불편해지신 어머님의 염려가 마음에 걸렸다. 일정상 다른 준비도 길게 할 수 없었다. 고등학생인 동생 새라의 개학 전에 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결국 출발을 강행했다. 최소한 처음 며칠동안만은 날씨가 화창하길 바라며...

아버지가 뉴저지를 지날 때까지는 차로 장비를 실어주었다. 나는 반대하지 않았다. 뉴저지는 자전거 여행자들에게는 끔찍한 곳이며 심지어 운전자에게도 힘든 지역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첫번째 여행지는 펜실베니아인 셈이다.


펜실베니아 교외! 첫 며칠 동안 우리는 많은 들판과 옥수수밭을 지나쳤다. 하늘은 맑았고 경치는 좋았지만 타운들 사이의 거리가 무척 멀어 힘이 들기도 했다. 특히 우리가 전적으로 믿었던 ‘어드벤처 사이클링 어쏘시에이션’이 제공한 펜실베니아의 사이클 로드는 너무 험한 곳이 많았다. 그저 한적한 시골길을 통과하리라고 생각했지만, 무수히 많은 험한 고갯길을 헐떡거리며 넘어야 했다. “도대체 왜 이런 길을 소개한 거야”라며 툴툴거렸지만 그렇게 힘든 길을 넘어간 후엔 그림같이 아름다운 호수와 강들을 또 만났다. 그제서야 선배 사이클리스트들의 깊은 뜻을 알 수가 있었다.어쨌든 사이클링은 생각이상으로 힘들었다. 첫 1주일 동안 난 늘 녹초가 되었다.

* 7월 11일~
볼티모어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에서 첫 번째로 들린 도시인 셈이다. 볼티모어는 기대 이상으로 자전거 여행이 편한 곳이었다. 우리 남매는 이틀 동안 저렴한 호스텔에서 모처럼 좋은 휴식을 취했다. 반면 워싱턴 DC를 찾는 길은 의외로 어려웠고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초조해졌다. 매일같이 가장 신경 쓰였던 건 해가 지기 전 다음 숙소에 도착해야 하는 것이었다. 여동생을 동행한 여행
에 완전히 어두운 낯선 길을 헤매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그러나 내가 스스로를 보호자로 느낀 반면 실제로 여행길에 나의 힘을 복돋아준 것은 오히려
동생이었다. 하루 일정이 끝나면 내는 기진맥진한 반면, 동생은 늘 힘이 넘쳤고 즐거웠다.

어쨌든 하루 종일 페달을 밟아 목적했던 장소에 도착했을 때의 희열은 매일 상상이상으로 값진 보람이었다. 그리고 멈추어 서서 사진 몇장을 찍지 않고서는 못견딜만큼 멋진 경치들을 시시때때로 마주치는 것은 정말로 신나는 일이었다.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다.

* 7월 18일~
버지니아에서 부모님과 조우했고 같이 아팔래치안 트레일을 넘으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켄터키주로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솔직히 켄터키주의 끝이 없는 펼쳐지는 농장과 벌판은 조금 무서웠다.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변하지 않는 상황 속에 놓여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켄터키 사람들은 내가 그때까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친절했다. 갑자기 폭풍우가 치거나, 어두워졌어도 마땅한 숙소가 없을 때 켄터기 주민들은 언제나 친절하게 우리에게
도움을 주었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우리가 먹은 음식 값마저 받으려 하지 않았다. 우리는 점점 더 중부로 향하고 있었다.

* 7월 25일 ~
켄터키와 일리노이의 경계를 흐르는 오하이오 강을 건넌 것은 우리 여행 전반기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강을 건너는 페리를 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번째 일리노이 도착지인 에비빌(Eddyville)은 너무 작고 편의 시설이 없었으며, 켄터키에서 받은 환대 때문에 기대가 너무 컸던 때문인지 주민들도 생각만큼 우리를 환대하지 않았다. 일리노이에서 첫 번째 밤에 우리는 묵을 곳을 찾기 위해 무척 고생했다.마침 인근 목장의 여주인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그리고 그곳엔 미주리, 워싱턴 등 각 지역에서 말을 타고 온 여행객이 머무르고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목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미국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그날 밤 바라본 하늘은 내 생애 가장 멋진 밤하늘이었다. 그렇게 많은 별을, 그렇게 가깝게 본적이 없었다. 또한 그날 밤 만큼 시끄럽게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나와 동생은 거의 밤새도록 귀가 먹먹해지도록 개구리 울음 소리 때문에 잠을 설쳤다.

일리노이를 지나 우리는 아쉽게도 미주리와 캔사스를 건너뛰고 콜로라도로 향했다. 9월 안에는 반드시 마쳐야 하는 일정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느덧 여행 4주차가 지나 간다. 중부여 안녕~ <박원영 기자>
* 블로그 전문은 http://jamesandsarahbikeusa.xanga.com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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