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각’ 잡힌 실루엣이 아름답다

2009-08-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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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키텍처 숄더 & 스커트가 뜬다

▶ 사랑스러운 ‘머스트 해브’ 패션

곰곰이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긴 하다. 일년에 한 번도 아니고 반년에 한 번도 아니고, 계절 별로 자그마치 1년에 4번씩이나, 그것도 세계적인 런웨이가 한 곳도 아닌 세 곳(파리, 밀라노, 뉴욕)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그 패션쇼에선 항상 그 시즌의 공통된 유행경향을 제시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아무리 패션이 업이라고 해도 ‘하늘 아래 새 것 없고 땅 위에 헌 것 없다’는 오래된 명제가 무색하리 만치 패션계의 놀라운 열정과 아이디어를 매 시즌 런웨이를 통해 마주하고 있노라면 기함하게 된다. 물론 더 곰곰이 뜯어보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위대한 디자이너들도 신의 피조물인지라 경천동지할 만한 트렌드는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정도이고 사실 대부분은 지난 시즌에서 약간의 변주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그리고 그 변주의 시간들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우리 같은 ‘보통녀’들은 그걸 유행이라 부르고, 어쩐지 옷장 안에 한 벌쯤은 갖춰놓아야 할, 일명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등극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바로 그 머스트 해브 아이템 문턱을 이제 막 넘을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건축학적 소매(architecture shoulder)와 스커트다. 건축물을 패션에 옮겨 놓은 듯 딱 ‘각 잡힌’ 실루엣은 사실 너무 사랑스럽고 시크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바로 머스트 해브 아이템 0순위에 올려놓아도 손색이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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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엔 각 제대로 잡힌 소매 높은 드레스 한 벌쯤은 갖춰놔야 하지 싶다. 돌체 앤 가버나(Dolce&Gabbana)는 이번 시즌 가장 페미닌하면서도 아름다운 아키텍처 숄더를 선보여 트렌드 세터들의 마음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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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커트에도 아키텍처 열풍은 거세서 스커트 양 옆의 각을 세운 아키텍처 스커트가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 심심찮게 등장했다. 밀라손(Mila Schon) 2009 F/W 컬렉션.


건축물을 옮겨놓은듯 하지만
부드럽고 페미닌한 매력 물씬
모든 웃도리에 ‘숄더 플레이’
스커트 매칭하면 ‘엣지’ 더해

■ 아키텍처 숄더

아키텍처 숄더는 사실 2년 전 겨울 컬렉션 때부터 트렌드 세터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워낙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이다 보니 처음엔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지난해 언제쯤인가 윤은혜가 한 공식행사에서 몸에 꼭 붙는 프라다의 블랙 아키텍처 숄더 미니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을 때 꽤 많은 네티즌들이 혹평을 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아키텍처 숄더는 진화와 변신을 거듭해 보다 더 웨어러블 하게 변모했으며 이에 대한 트렌드 세터들의 반응도 뜨거워 이번 시즌엔 결단코 아키텍처 숄더를 빼놓고는 트렌드를 논할 수 없을 듯 싶다.

이번 시즌 가장 아름다운 아키텍처 숄더를 선보인 디자이너는 신기하게도 발렌시아가(Balenciaga)다. 매 시즌 워낙 아방가르드한 패션만 선보이는지라 아름답다는 수식어가 어색한 디자이너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과하지도 그리 모자라지도 않는 적당한 높이와 디자인의 아키텍처 숄더를 선보였다.

또 니나리치는 아키텍처 숄더를 이브닝 가운에 어떻게 가장 아름답게, 그러면서도 적절하게 소화할 수 있는가를 보여줬으며 지방시 역시 미니 드레스에 원 오프(one off) 숄더와 아키텍처 숄더를 동시에 배치함으로써 시크한 아키텍처 숄더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이처럼 런웨이에 등장한 아키텍처 숄더가 지난해보다는 한결 부드럽고 아담하게 진화한 덕분에 이번 시즌 다른 건 몰라도 이 아키텍처 숄더 재킷이나 미니 드레스 한 벌쯤은 갖춰 두면 좋을 듯 싶다.

이번 시즌 아키텍처 숄더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하면 상의로 입을 수 있는 모든 옷에 이 ‘숄더 플레이’(sholder play)가 도입됐다는 것이다. 단순히 재킷과 드레스뿐 아니라 니트, 블라우스에 심지어 티셔츠에 이르기까지 입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상의에 아키텍처 숄더를 도입하고 있어 맘만 먹으면, 원하는 예산 안에서 이를 즐길 수 있다.

이번 시즌 아키텍처 숄더로 가장 재미를 볼 브랜드는 단연 D&G. 재킷과 블라우스, 드레스에 이르기까지 페미닌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또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Rodriguez)와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잭 포센(Jack Posen) 등에서도 ‘엣지’있는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 아키텍처 스커트

사실 아키텍처 숄더와 스커트가 한 쌍으로 묶인 아키텍처 실루엣 드레스가 유행의 정점에 서 있긴 하지만 이번 시즌엔 아키텍처 스커트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유행을 형성하고 있다. 오히려 아키텍처 숄더가 아무리 순화됐다곤 하지만 집밖에 입고 나서기 불편한 반면 아키텍처 스커트는 무난한 블라우스나 재킷과 매치하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은근한 ‘엣지’를 더해 오히려 재킷이나 블라우스보다 훨씬 더 실용성이 있는 아이템이다. 그러나 사실 이 아키텍처 스커트를 찾아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 브랜드에선 재킷과 세트로 스커트롤 내놓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까지 숄더보다는 최신 유행 축에 속하는지라 희소성이 높기도 하다.

그러나 잘만 골라 한 벌쯤 ‘소장’하면 이번 시즌뿐 아니라 내년까지도 꽤 오랫동안 울궈먹을 수 있는 아이템 되겠다.

그러나 D&G, 이브 생 로랑, 캐롤리나 헤레라(Carolina Herrera), 오스카 드 라 렌타(Oscar de la Renta) 등의 브랜드에선 펜슬 스커트 혹은 버블 스커트에 아키텍처 컨셉을 도입, 정장으로도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어 둘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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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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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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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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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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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enci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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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a Ricci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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