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챨리 윌슨의 전쟁 (2)

2009-08-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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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이어 우연한 계기로, 1979년에 소련의 침공으로 야기된 아프가니스탄과 소련의 전쟁에 휘말리게 된 텍사스주 출신 미연방 하원의원의 이야기를 계속한다. 날라리 하원의원인 챨리와 그의 정부인 동시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죠앤, 그리고 미 CIA의 말썽쟁이 거스트는 의기투합하여 소련의 아프간 침공을 저지하려 하나, 유태계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미 행정부나 의회 그리고 CIA는 아무도 크게 관심을 기울이거나 이에 동조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그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불참하는 정도의 미온적인 태도로 그쳤다. 한술 더 떠 CIA의 경우에는, 미국의 아프간 전쟁 개입은 미소간에 직접적인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아프간에서 미국제 무기의 사용조차 금지하는 등, 미국의 노출을 적극 기피하였다. 할 수 없이 챨리는 거스트와 함께 그 당시 가장 많이 소련제 무기를 가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비밀무기 거래상을 찾아가 소련제 무기 구입을 의논한다.

유태인 무기거래상과 챨리, 그리고 거스트는 소련제 무기를 생산하고 있는 에짚트의 국방장관을 설득하여 마침내 3천 5백만불어치의 소련제 무기구매 계약을 비밀리에 체결한다.


그당시 아프간이나 파키스탄은 이스라엘과 종교이념상 적대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조차 않고 있던때였다. 특히 에짚트는 그동안 이스라엘과 몇차례의 영토전쟁을 치루었기 때문에 서로 대단한 앙숙이었다. 그러나 소련이라는 거대 제국의 아프간 침공 앞에 종교이념은 그 다음의 문제가 되어, 그들은 한데 뭉쳐 힘을 모아 서로 돕기로 약속했다.

챨리는 3천 5백만불어치의 비밀 무기구입 비용의 의회승인을 얻어내기 위하여 당시 하원의 국방분과 위원장이었던 닥을, 죠앤과 함께 구어 삶아 그로 하여금 아프간 전쟁 피난민들의 집결지인 파키스탄을 방문하여 소련의 만행과 전쟁 난민들의 참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한 후, 마침내 그의 동조를 얻어 아프간을 돕기 위한 4천만불의 비밀 무기구입 예산을 의회로 부터 얻어내는 쾌거를 이룩하였다.

그러나 소련의 KGB는 챨리가 미 하원내에서 이룩한 활약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왜냐하면 당시 챨리는 년전에 라스 베가스에서 그의 친구들과 마약을 피우고 스트립쇼 걸들과 스캔들을 벌인 혐의로 윤리위원회의 재판에 회부되어 심사를 받아, 미국 언론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그러한 큰 일을 벌일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새로운 무기를 지원받은 아프간의 무자헤딘(성스러운 전사들)은 용기백배하여 더욱 열심히 그리고 용감하게 소련의 침공을 물리치기 시작했다. 더불어 미국의 비밀전쟁 수행지원 예산도 해마다 늘어 1987년에는 10억불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스팅어 미사일과 대 전차포 등, 최신 병기로 무장한 무자헤딘은 1987년 봄부터 1988년 봄까지 약 1년여 동안에 소련의 전투용 헬리콥터 약 150대, 신예 전투기 약 90대를 격추하였고, 수송 트럭 4대, 장갑차와 탱크는 모두 268대를 격파하는 혁혁한 전과를 올리게 되었다. 막대한 피해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소련은 마침내 1988년 봄에 제네바 평화협상을 제의하여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휴전하여 철수를 결정하였다.

아프가니스탄 침공 실패의 여파로 소련은 급격히 쇠퇴하여,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소련붕괴라는 역사적 사건의 단초가 되었으며, 마침내 동서간의 냉전이 종식되는 계기가 되었다. 챨리 윌슨은 1988년 선거에서 텍사스주에서 다시 하원의원에 당선 되었으며, 1992년에는 미국 CIA로 부터 최초의 민간인 CIA 최고 명예회원으로 추대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그는 전쟁이 종식 된 후에도 계속 아프간에 친미 정권의 수립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의회에 호소하였지만, 유태계의 영향력이 강한 의회의 설득을 얻어내지 못하고 은퇴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20년이 지난 현재 미국이 아프간의 탈레반으로 부터 도전을 받아, 다시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역사의 아이로니를 낳게 하였다.

이것은 실화입니다. 그들은 세상을 바꾸었고, 우리는 막판에 죽을 쑤고 말았죠
-챨리 윌슨-

키 한 / 뉴스타 부동산 토랜스 지사장
(310)968-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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