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하.한수미의 댄스 스토리 (16)이태리 요리와 춤
2009-08-14 (금)
마사 그래함 무용단에 솔리스트로 활동하던 시절 여러 차례 이태리로 공연을 가게 되어 자연스럽게 이태리 요리를 즐기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평소에 에너지 소모가 많기 때문에 먹거리를 잘 챙기며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얼마전 파스타 요리를 하려고 수퍼마켓에서 요리에 사용할 시즐링을 찾고 있는데 한참을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마침 옆에서 열심히 장을 보고 있는 어느 여자분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보기에도 넉넉해 보이는 그녀는 자신도 이태리 요리를 즐겨 해서 대학에 다니는 손주녀석에게도 소스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고 하면서, 금요일마다 이 시간에 장을 보러 나오니 원한다면 몇가지 요리법을 알려주겠노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이 바쁜 세상에 이렇게 고마운 인연도 있구나 싶어서 다음주에 꼭 나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한주를 기다리고 나서 설레는 마음으로 필기도구를 지참하여 그녀와 같이 장을 보면서 느낀 점은 그녀도 나처럼 요리를 무척이나 즐기는 사람이며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그녀와 마켓에서의 미팅은 친절한 설명과 함께 재료를 직접 골라주기도 하여서 어찌나 고마웠는지… 우연한 기회에 나의 요리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이 내게는 엄청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마켓 요리사 케이는 주로 와인을 이용하여 고기의 잡냄새를 없앤다든가, 생강이나 시즐링 종류를 넣어주어야 맛이 살아난다고 강조 하였다. 옛 우리 선조들은 콩을 원료로 한 장맛을 가지고 손끝에서 맛을 내는 것처럼, 기본적인 맛이 가장 중요하며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시간과
정성이었다.
베이직 소스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2-3 시간정도 걸린다. 토마토 페이스트와 와인, 몇 가지의 부재료들을 넣어 뭉근하게 끓이면서 정성을 가지고 저어주어야 한다. 그녀에게 배운 경험을 토대로 시간이 날 때면 베이직 소스를 만들어 놓아 해물과 치킨 등 입맛 당기는 타핑을 얹어서 짧은 시간에 맛을 내는 법도 어느 정도 익히게 되었다. 요리에도 기본적인 맛이 중요하듯 춤도 잘 추기 위해서는 기초체력과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하여 스트레칭도 해주어서 몸의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야 표현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것이다. 그동안 그녀가 나에게 전해준 행복을 나는 춤으로 보답하기 위하여 우리 스튜디오에 초대했다.
언어 소통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그녀에게 끌린 것은 매사에 긍정적이고 명랑하며 남을 배려해준다는 것이었다.
내 소개를 했을 때 그녀는 자신도 춤을 너무 좋아해서 예전에 집 근처의 community center 에서 몇년동안 열심히 레슨을 받았었는데, 무릎에 통증이 와서 그만두게 되었다고 한다. 언젠가 건강잡지에서 읽은 기사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서 무릎과 무릎사이의 Joint 가 끈적하게 맞물려 있어야 하는데 물이 차는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무릎에 통증이 오게 되는데, 물리 치료를 받으면서 계속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고 전문의들이 말한 것을 그녀에게 이야기해주었더니 그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이제는 나를 만나게 되었으니 다시 춤을 시작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푸짐한 배를 가리키며 이 살을 빼 줄 수 있냐 고 되물으며 시원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해서 또 하나의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