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하.한수미의 댄스 스토리 15. 상상력
2009-08-07 (금)
어릴 적 보았던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사운드 오브 뮤직’ 이다. 멋진 정원에서 빠른 템포의 비엔나 왈츠(Viennese waltz) 를 호핑스텝(Hopping Step)을 연결시키며 여자가 돌아가는 (Turn)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는지 마치 내가 주인공인양 착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올 가을에 결혼을 한다는 커플이 내가 감동받았던 바로 그 왈츠 장면을 녹화 해가지고 영화와
똑같은 작품으로 First Dance를 추고 싶다고 했다.
대개의 예비신랑, 신부들은 슬로우 댄스(Slow Dance) 를 추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열심히 연습해서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도 그 장면에 감동을 많이 받았던 모양
이다. 내심 하겠다는 의지가 대견스럽기도 하였으나, 빠른 탬포의 비엔나 풍의 왈츠를 추기 위해서는 연습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처음에는 걷는 연습부터 시작해서 몸의 중심잡기 등을 터득하게 하였다. 기능적인 일들을 처음에 배울 때는 의식적으로 몰두해서 하게 되는데, 이러한 동작들이 완전히 몸에 익으면 점차적으로 의식하지 않고도 그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피아니스트들은 근육이 음표와 소나타를 기억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손가락에 그 기억들을 저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무용가들이 몸의 움직임을 근육의 기억장치에 저장한다고 하여 머슬 메모리( Muscle Memory) 라고 하는데 아무리 빠른 템포의 춤을 춘다고 하여도 무용수들은 수많은 연습을 통해 머슬에 기억을 시키게 되는 것이다. 항상 무엇인가를 창조해내어 새로움을 추구하는 행위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의해 재창조가 가능한 것이다.가끔 남편은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가 들어있는 요리책을 선물이라면서 안겨준다. 내손을 거치면 맛있는 음식이 탄생한다는 칭찬과 함께. 어떤 날은 피곤해서 만들기 싫다가도,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니 음식 만들 때도 아이디어가 생긴다.
요리책의 레서피대로 하면 맛은 보장이 되지만, 춤을 안무하는 것처럼 뭔가 창조적인 멋을 부리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러면 한 두가지의 식재료를 첨가 하거나, 응용과 변형을 주어 나만의 스타일로 멋진 접시에 꽃잎이나 바즐 또는 오레가노 등으로 장식하여 완성되면,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의 선택은 남편의 몫이다. 그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살맛나게 하는지. 모방에서 창조가 나온다고 하였으니 춤이든, 요리이든 기본적인 훈련을 계속 연마하다보면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 가을에 결혼하는 커플은 기본기를 충실하게 연습하고 있으므로 스텝과 손동작이 화려한 안무를 잘 소화해 낼 것이라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