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구획선의 여성우선주차장, 하이힐이 끼지 않게 정비된 도로, 여성 객을 위한 여성콜택시….
‘여성이 행복한 도시’ 슬로건을 내걸고 다양한 여행(女幸) 프로젝트를 도입하고 있는 서울에서 여성은 과연 행복한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은 5일 ‘하이힐 친화적인 거리가 서울 여성을 행복하게 해줄까’라는 기사에서 서울시의 프로젝트는 좋은 생각이지만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기보다는 현재의 이차적 지위를 재확인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타임은 남성우월주의로 악명높은 서울시가 여성에게 더 안전하고 편안한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2007년부터 1억4백만 달러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고 소개했다.
타임은 이어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조은희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의 말을 인용, 여성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과 걱정,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프로젝트가 시작됐지만 정작 한국여성들이 부닥치는 현실의 어려움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의 4번째 경제 대국인 한국에서 전임으로 일하는 여성의 수는 전체의 절반에 불과한데다 서울의 여성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워킹맘들이 업무와 가사일 사이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기업시스템도 부실하다는 것.
장필화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여성들이 겪는 고충을 거론하며 서울시의 프로젝트가 성희롱이나 폭력에 대한 우려를 덜어줄 수는 있겠지만, 가사일과 책임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25살의 한 한국인 여성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때 추진한 청계천 복원이나 버스체계 개편으로 정치적 인기를 누린 것처럼 오세훈 시장도 이를 따르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타임은 유엔 개발 계획(UNDP)이 매년 발표하는 2007-2008 여성권한척도(GEM)에서 한국이 93개 국가 중에서 64위를 기록한 것을 상기시키며 지난해 여성부를 보건복지부로 통폐합하려던 이명박 정부의 시도는 결국 수포가 됐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