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 기 Fitness Academy 원장
1999년 1월30일~31일 이틀간 개최된 ‘제2회 제3의 의학/대체의학 심포지엄’은 한국추나학회, 한국대체의학학회, 한국정신과학학회, 대한여한의사회가 협찬하였다.학술위원장 조기용 조한의원 원장도 발표에 참여하였고 그 내용은 의림(醫林1999년 2월호)의 ‘양자파동정보’라는 글에 나와 있다.또한 심포지엄에서 전세일 한국정신과학학회 회장은 ‘동종요법의 소개 및 침술과 통증치료’를 발표하였는데 동종요법이란 약제를 무한 희석했을 때에 약효가 나타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플라시보 효과라고 말하나 동종요법의 추종자들은 약재의 정보(파동)가 물에 각인된 결과라고 한다. 오줌 속에 몸속 장기의 정보가 담겨있다는 주장에도 유사한 의미가 들어있다.
1. 한국정신과학학회 회원의 에너지요법
또한 심포지엄에는 방건웅 박사의 ‘에너지요법의 개념과 21세기 의학발전방향’이 발표되었는데, 같은 제목의 글을 의림(1999년 2월 호)에서 발견하였다. 현대의학과 에너지요법의 차이가 무엇인지는 다음과 같이 표현되어 있다.
(컴퓨터의)본체는 몸에 해당되고 전기에너지는 기이며 소프트웨어는 마음이 된다.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태는 죽어있는 상태로서 하드웨어만으로 우주가 구성되어 있다고 보는 물질론적 세계관이 이에 해당된다. ...결과적으로 물질론적 인체관에서는 기의 존재를 이해하지 못하며 심지어는 부정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마음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별개의 것이라고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결국 ...소프트웨어 이상이나 전기에너지 이상으로 인한 질병에 대하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것을 그럴듯한 설명이라고 볼 것인가? 그는 마치 현대의학에서 몸을(컴퓨터)본체만으로 본다고 상상시키나 이것은 전혀 다르다. 현대 의학에서 몸을 단지 떼어낸 간, 신장, 신경, 뇌 등처럼 죽어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이들 기관 사이의 인과관계를 기와 같은 고대 마술적 개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물리학적, 화학적 관점으로 보며 또한 그 바탕은 에너지론적인 것이다. 그리고 전체가 부분의 합 보다 크다고 하며, 그 이유를 생기에 두는 것이 아니라 부분을 파악하여 전체를 알 수 있다고 보며 이제까지 이러한 현대 의학의 탐구방향이 그릇된 것으로 밝혀진 적이 없다.
방 박사는 심신일원론을 주장하며 현대의학에서 정신을 배제했다고 하지만 정신자체의 정체는 아직 연구의 과제이지만, 인체생리에 두뇌기능의 역할은 상당히 연구된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정신적 질병에 대한 연구가 얼마만큼 진척되어 있는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정신(예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으로 그 메커니즘을 포함하여 상당히 연구가 진척돼 있다.
필자는 방 박사의 심신일원론이란 다분히 한국 정신과학학회에서 잠재능력 개발과 함께 강조하는 요가 명상 등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명상 수련에 의해 질병을 치료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나 실제 스트레스 해소만 해도 명상이 진정으로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방 박사는 병 치료의 처방과 관련지어 현대의학을 병원균 박멸, 체력적 회복이라고 하고는 이와 대비시켜 에너지론적 의학에서는 에너지균형의 회복, 에너지 강화라고 적어 놓았다. 실제 현대 생리학을 조금만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현대의학을 병원균 박멸 식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혈압만 해도 인체에는 절묘한 조절 메커니즘이 있다. 현대 의학에서는 이 조절메커니즘을 파악하여 어떤 경우에 균형이 파괴되어 어떤 병적 현상으로 나타나며 이것을 되돌리기 위해 어떤 약을 사용할지 연구하는 것이다. 막연한 에너지라는 신비한 개념이 아니라 명확한 과학적 인과관계 파악이다.
이제 에너지요법의 추종자는 막연한 기 또는 에너지를 설정한 다음에 파동요법의 주장으로 나아간다. 예를 들어 한국정신과학학회 ‘98 춘계학술대회에서 방건웅 박사 등은 ‘극미약 광에너지의 면역력 증강 효과에 대한 임상결과’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아마도 기를 증강시켜 면역력을 높인다는 유의 과학적 증거를 찾기 위한 시도라고 생각된다. 논문 초록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생체 세포간의 통신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생리대사 작용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극미약 바이오포톤 광자에너지와 동질성의 에너지를 인위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에서 나오는 극미약 광에너지를 생체에 조사하여 생체반응을 조사한 결과, 면역기능의 중추역할을 하는 T 림프구가 높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들을 종합하여 볼 때 면역력 결핍과 관련된 질병들을 에너지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가 있다이 초록에는 무엇을 어떻게 실험했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학술적으로 알 수 있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
학술대회라고 하지만 학술적 형식과는 거리가 먼 학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선 ‘극미약 바이오포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세포간의 통신수단이라거나 생리대사 작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정말로 그런 것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확립된 것일까? ‘바이오포톤’이라는 용어로 보아 과학이 아닌 ‘동종요법’의 물각인설에 나오는 ‘바이오포톤’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한 바이오포톤을 만들어내는 장치를 개발했다고 하자. 그것을 생체에 쏘여준다는 것이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것일까? 그것이 그대로 생체 세포수준에서 작용한다고 하자. 그렇다고 모두 좋은 결과만 나타날 것인가? 거리의 신호등만 해도 빨강, 파랑 등으로 바꾸어 차가 원활히 소통하도록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체의 원리도 마찬가지다. 세포간의 통신수단이라고 쏘여준다고 모두 좋은 결과만 나타날까? 파랑 신호등만 켜 놓으면 생명은 지속되지 못한다. 생체 메커니즘은 교란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