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스운 사람들’(Funny People)

2009-07-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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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 내 농담작가로 고용하지”

‘우스운 사람들’(Funny People)

아이라(왼쪽)와 조지가 농담 내용을 상의하고 있다.

★★★(5개 만점)
불치병 걸린 코미디언과 그 주변 이야기


음탕하기 짝이 없는 코미디 ‘40세 숫총각’과 ‘임신했네’를 감독한 저드 애파토의 세 번째 영화로 이번에는 코미디와 드라마를 엮은 한수 높인 영화를 만들었는데 반죽이 썩 잘 되질 못했다.

불치의 병에 걸린 할리웃의 유명한 코미디언과 그가 고용한 농담작가와의 관계와 성공하려고 몸부림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의 쇼와 우정과 경쟁의식과 시샘이 영화의 전반부 내용이고 후반부는 갑자기 지금까지의 얘기나 흐름에서 일탈해 주인공의 옛 애인의 이야기로 엮어진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주제가 잘 조화를 이루지 못해 마치 세 편의 영화의 일부를 한 영화 속에서 보는 느낌이다. 죽도 밥도 아닌 영화라고나 할까.


이 영화는 죽음에 직면해서야 자신의 참된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질병 드라마요 음탕하기 짝이 없는 농담이 많은 코미디로 웬만한 한국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스탠드업 코미디 농담 때문에 보면서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게 된다.

40대의 수퍼스타 코미디언 조지 시몬스(애담 샌들러)는 자신 및 타인들에 대해서 모두 냉소적이요 오만하다. 조지를 통해 유명인이라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조지가 더욱 냉소적이 된 까닭은 그가 희귀한 불치병에 걸렸기 때문인 것 같다.

조지는 LA의 코미디 클럽(샌타모니카 불러버드에 있는 유명한 스탠드업 코미디 극장에서 찍었다)에서 우연히 만난 스탠드업 코미디 지망생 아이라(세스 로건)를 자기 농담작가로 고용한다. 아이라는 역시 스탠드업 코미디로 성공하려는 호전적인 리오(조나 힐)와 나르시시즘에 빠진 TV 코미디 시리즈에 주연하는 마크(제이슨 슈와츠맨)와 한 집에서 함께 산다. 이 셋의 관계가 재미있게 묘사된다.

아이라는 고약한 조지에 의해 종 취급을 받지만 이로 인해 지금까지의 삶이 큰 회전을 하게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둘은 우정으로 맺어진다. 영화에서는 아이라와 조지 그리고 리오 및 다른 코미디언들의 음탕하고 상스럽기 짝이 없는 농담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스탠드업 코미디계의 이면이 상세하게 노출된다.

한편 조지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얼굴을 봐야겠다는 심정으로 결혼한 옛 애인 로라(레슬리 맨-애파토의 아내)에게 연락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조지의 병세가 호전되면서(조지의 의사와 조지의 관계 에피소드가 매우 우습다) 얘기의 무대가 로라가 사는 북가주 마린카운티로 옮겨진다.

살맛이 난 조지는 아이라를 데리고 로라의 집을 방문하는데 이 뒤로 조지와 로라와 로라의 두 딸 그리고 로라의 바람둥이 남편으로 호주인인 클라크(에릭 바나가 강한 액센트를 써가며 배꼽 빠지게 코믹한 연기를 한다) 간의 얘기가 장황하게 이어진다. 이 영화는 상영시간이 무려 146분인데 마린카운티에서의 쓸데없이 횡설수설하는 식의 내용을 대폭 잘라냈어야 한다.

샌들러와 로건이 서로 호흡도 잘 맞고 연기도 잘한다. 촬영은 ‘쉰들러 리스트’를 찍은 야누스 카민스키. R. Universal.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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