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대로 죽는구나…’ 눈떠보니 난 날고 있었어

2009-07-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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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량 레포츠’ 스카이다이빙

마치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며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는 소망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이트 형제 등 역사의 인물들은 물론 어릴 적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던 인류의 공통된 꿈이 아니었을까. 모든 레포츠를 총 망라해 최고의 스릴을 안겨준다는 스카이다이빙은 아슬아슬한 쾌감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끝없이 추구하는 도전의 레포츠이다. 무한한 푸른 공간과 그 사이로 간간이 스쳐 가는 흰 구름, 발아래 아스라이 펼쳐진 산과 들…. 맑은 하늘에서 마음껏 이리 저리 흘러 다니며 떨어지는 스카이다이빙은 땅을 딛고 살아야 하는 인간들에게 더 없는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게 해 준다. 무더운 여름을 한방에 시원하게 씻어주게 되는 레포츠 스카이다이빙을 본보 현지윤 인턴기자의 체험기와 함께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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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을 가로지르면서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맛보게 되는 스카이다이빙.


스카이다이빙은 낙하산의 역사 그리고 전쟁의 역사에서 그 탄생을 알 수 있다. 1차 대전 이전부터 개발된 낙하산은 대전 중 전투기 혹은 정찰용 기구에서의 탈출용이었으며 2차 대전에서는 독일군이 처음으로 공수낙하 개념으로 전장에 병사를 투입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는 시간은 비교적 짧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단 50초에서 1분만 다이빙을 하는데 이 순간의 짜릿함은 실제 체험자 외에는 모른다고 한다. 보통 비행기로 1만피트 이상의 상공까지 올라가서 뛰어내리고 낙하산을 펴는 안전고도인 2,500피트까지 내려오면서 45초∼1분 동안 하늘을 날게 된다. 자세와 체중에 따라 다르지만 시속 110~150마일로 내려오며 수직으로 서는 경우엔 무려 시속 210마일의 속도를 보인다.

처음부터 혼자서 뛰어내리는 일은 거의 없고 초보 다이버들은 강사와 장치를 연결하고 둘이서 같이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텐덤’(Tendom)으로 스카이다이빙에 입문한다. 실제로 낙하산을 메고서 뛰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훈련된 강사의 몸에 매달려 뛰어내리는 것으로 보면 되는데, 강사가 낙하산을 조정하므로 위험도가 아주 낮고 스카이다이빙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강사는 체중 감당을 위해 평소보다 두배 정도 큰 낙하산을 매고 평소보다 높은 고도에서 낙하산을 펴게 된다. 훈련 시간도 30분에서 한시간 정도로 짧다.

만약에 혼자서 뛰고 싶으면 일정 시간의 훈련을 거친 후 두 명의 강사와 동시에 다이빙하는 코스(Accelerated Freefall Training)를 선택할 수도 있다. 8시간 가량의 안전 수칙 및 ‘freefall’ 자세, 낙하산 조정법, 핸드 시그널, 돌발 상황 대처법, 착지 방법 등에 대해 교육 받는다.

체험자들은 처음으로 낙하산을 메고 하늘에서 뛰어 내렸을 때의 그 짜릿하고 아찔했던 전율을 항상 기억하고 있다고 하는데 스스로 망망대해에 몸을 던지는 것 같은 두려움이 가시고 나면 마치 꿈을 꾸듯 흰 구름이 되어 하늘에 둥실 떠있는 기분이 된다고 입을 모운다. 떨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떠있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첫 점프는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점점 이러한 감정은 사라지고 엄청나게 빠른 스피드를 체감하면서 자세를 바꾸는 대로 날아다니거나 공중에서 동료들과 약속한 모양을 만드는 것(relative work)을 시도하면서 비로소 전문 스카이다이버의 명찰을 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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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단체로 스카이다이빙을 체험 한 본보 인턴기자들. 왼쪽부터 신원경, 송영선 강사, 현지윤, 유성찬, 이진구, 서정규 인턴기자.


‘사고나도 좋습니다’서약에 비장감이…
안전점검·지상훈련 후 드디어 이륙
12,500피트 상공 ‘만감’이 교차


<현지윤 인턴기자 체험담>


한국에서의 치열한 입시전쟁, 취업전쟁으로 반복되는 생활이 지겨워 졌을 때,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리스트를 작성했다. 그 리스트 중 하나가 ‘스카이다이빙’이었다.

그런데 최근 LA에서 고작 2시간 남짓만 가면 스카이다이빙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59년 설립된 ‘스카이다이브 엘시노어’는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소망만큼이나 오래된 남가주 스카이다이빙의 메카와 같은 곳이다.

지난 주말 호기심과 기대감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이 뒤섞인 기분으로 처음 방문한 이곳은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학생들과 체험자들, 교관들로 붐볐다. 도착하자마자 ‘사고가 나더라도 본인 책임’이라는 내용으로 된 2~3장 분량의 서약서에 사인을 하고 서명 내용을 큰소리로 읽으며 한 명씩 비디오 기록을 남기라고 한다. 긴장감이 점점 더 해진다. 이름, 주소, 전화번호, 긴급연락처 등 인적사항을 기입하면서 스카이다이빙 비디오를 감상하면 슬슬 배속에서 위산이 올라온다.

노래 목록이 나와 있는 메뉴판을 보며 촬영할 DVD의 배경음악을 직접 고를 수 있으며 선택하기 전 노래를 미리 들어 볼 수도 있다. 몸무게를 재고 가슴에 이름표를 단 채, 드디어 옆 건물로 이동하면 이제 곧 내 생명줄을 연결할 파트너 조교를 만난다. 안전장치를 단단히 점검한 후 땅 위에 준비된 가상의 경비행기 구조물에서 뛰어내리는 연습을 한다. 빨리 하늘로 올라가고 싶은 내 마음도 모른 채, 계속해서 ‘쓰리, 투, 원, 점프’의 준비동작만 외치는 지겨운 교관의 목소리가 하늘에서는 그토록 무서운 단어가 될 줄 그때는 몰랐다.

드디어 비행기에 올라 하늘로 향한다. 비행기는 단 10여분만에 점프고도에 진입한다. 신기함과 두려움이 복잡하게 마음속에서 엉켜지는 가운데 드디어 점프를 하기 위해 비행기 문으로 몸을 움직인다.

쓰리, 투, 원, 점프! 교관의 카운트다운 소리와 함께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무려 1만2,500피트 상공의 경비행기에서 힘껏 뛰어내렸다.

내가 하늘을 나는 줄… 알았지만 나는 빠른 속도로 아래를 향해 추락하고 있었다. 온 세상의 바람이 내 입과 코로 불어 닥쳤고 소리를 지르기는커녕, 숨을 쉬기도 힘들어졌다. ‘이대로 죽는구나’는 생각으로 눈물이 찔끔 났다.

눈을 살짝 떠보니 내 모습을 찍어주고 있는 사진작가가 웃으며 손가락을 아래로 가르킨다. 용기를 내어 내려다 본 세상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나란히 서있는 집들, 땅에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는 개미만한 사람들을 내가 까마득히 먼 하늘 위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입가에도 사진작가처럼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곧이어 낙하산이 펴지고 마치 땅으로 착륙하려는 새처럼 상공을 빙글빙글 날아다니다가 목표지점에 정확히 도착했다. 긴장감으로 땀이 흠뻑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는 나에게 최고의 순간을 함께 한 교관이 소리쳤다.

“You mad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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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뛰어내리기 바로 전 교관과 함께 한 현지윤 인턴기자. 표정은 밝았지만 마음은 두려움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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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낙하산이 펴지고 땅으로 착륙하려는 새처럼 상공을 빙글빙글 날아다니다가 목표지점에 정확히 도착했다.


■ 가는 길

10번 프리웨이를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15번 남쪽 프리웨이를 타고 레익 엘시노어(Lake Elsinore)에 도착해서 Bundy Canyon Road에서 우회전, Misson Trail과 Corydon이 만나는 길에 ‘스카이다이브 엘시노어’(SKYDIVE ELSINORE)가 위치해 있다.

문의: (951)245-9939, SkydiveElsinore.com

■ 자격 및 비용

스카이다이빙은 ▲18세 이상 포토 ID 소지자 ▲체중 220파운드 이하 ▲건강상 문제없는 사람에 한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비용(이론교육 및 장비 대여비 포함·스카이다이브 엘시노어 기준)은 텐덤을 할 경우 이용료는 월~목 199달러, 금~일 209달러, DVD와 사진을 찍으려면 279달러다. 단체로 신청할 경우 3~5명은 10달러, 6~10명은 15달러 할인을 받을 수 있다. 65세 이상은 10달러 할인된다. 좀 더 일찍 서둘러 주말 아침 7시30분부터 8시 사이에 예약을 하면 10달러를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다.

■ 남가주 스카이다이빙 센터

▲Jim Wallace Skydiving School, Perris Airport(온타리오에서 남동쪽 40마일 지점)-(800)795-3483, JimWallaceSkydiving.com

▲Pacific Coast Skydiving, Brown Field(샌디에고 공항에서 남쪽 20마일 지점)-(619)804-1494, PacificCoastSkydiving.com

▲Perris Valley Skydiving, Perris Valley Airport(온타리오에서 남동쪽 40마일 지점)-(951)657-3904, SkydivePerris.com

▲Skydive Palm Springs, Bermuda Dunes Airport(팜스프링스 다운타운에서 동쪽 10마일 지점)-(760)345-8500

▲Skydive San Diego, Nichols Field(샌디에고 다운타운에서 남쪽 20마일 지점)-(619)216-8416, SkydiveSanDiego.com

▲Skydive Santa Barbara, Lompoc Airport(샌타바바라에서 북쪽 50마일 지점)-(805)740-9099, SkydiveSantaBarbara.com

▲Skydive Taft, Taft-Kern County Airport (LA에서 북쪽 90마일 지점)-(661)765-5867, SkydiveTa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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