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 어미 새의 교훈(상)

2009-07-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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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설거지를 하고 서 있는데 현관문으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휙 들어온다. 조금 뒤 “엄마, 집에 새 들어왔어, 엄마~” “뭐? 새가?” “잡아 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소리를 지르는 통에 정신이 없다. “조용히 해!” “저 바보 새, 드디어 일을 치네. 에이 참”

얼만 전 현관문 바로 앞에 새둥지가 생겼다. 문만 열면 푸드득거리는 통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세 들어 사는 입장에 어렵사리 둥지를 튼 새를 내쫓을 수가 없었다. 알을 품고 있는지 현관 문 옆 창문으로 올려다보면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참을 알을 품고 있더니만 배가 고팠던지 먹이를 잡아먹고 알을 품으러 들어오다 방향감각을 잃고 둥지로 들어가야 할 새가 열린 현관문으로 쑥 들어와 버린 것이다.

아래층에서 푸드득거리던 새가 이층으로 올라갔다. 친정엄마가 방으로 들어가면 더 잡을 수가 없다고 올라가서 방문을 닫고 오란다. “엄마, 진짜 잡으려고?” “알 품는 어미 새인데 빨리 둥지로 보내줘야지” “저리 난리를 피우고 날아다니는데 어떻게 잡아?”


친정엄마는 커다란 수건을 들고 새를 덮치려고 한다. 엄마는 새를 어르고 달래고 내보내준다고 손짓을 하고 말을 걸고… “엄마, 새가 엄마 말을 알아들을까?” 애들은 숨죽은 듯 거실 소파에 얌전히 앉아 있다. 참 새 한 마리가 여러 사람 잡네. 안 잡히려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다가 벽에 부딪치고, 전등 줄에 간신히 앉아 있고, 위층으로 아래층으로 살아보려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밖으로 나가는 길을 알려주려고 집에 창문을 다 열고 현관문·뒷문까지 다 열어 놓았는데도 더운 2층에서만 푸드득거리고 있다.

“엄마, 쟤를 기운을 완전히 뺀 다음에 잡아야겠어” 계속 쫓아다니자. 엄마와 난 한 시간 가까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새가 날아오를 수 없는 상태가 돼서야 겨우 잡았다. “야, 너 살려주려고 그러는 거지 죽이려고 이러는 줄 알아?” 새도 숨이 차는지 부리를 쩍쩍 벌리면서 숨을 헉헉거린다. “너도 힘들지? 우리도 힘들어. 다음부터 집 잘 찾아가 알았어?”

어미 새를 둥지 위에 안전하게 올려주었다.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살려줬더니 저 버릇없는 것 봐라. 너 알이나 잘 품어”

그런데 다음날부터 얼마나 웃긴 짓을 하는지. 문이 열릴 때마다 가관도 아니다. “엄마, 쟤 새 맞아?”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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