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업용 손실 늘고 주택차압 안줄고 대출 연체 증가
모기지 연체 증가 등 악재로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어 부동산 시장 부활에 적신호가 켜졌다.
부동산 시장을 위협하는 첫 번째 악재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로 인한 손실의 증가다. 월스트릿 저널은 최근 미국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의 상각규모가 약 2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말에 이와 관련된 손실규모가 3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8,000개 이상의 미국 내 은행들이 1·4분기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를 토대로 자체 분석한 결과 이렇게 전망됐으며 일부 은행들이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6조7,000억달러 규모로 미국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한다.
그동안 경기침체와 신용경색으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 개발업자와 투자자 중 상당수가 파산하면서 모기지의 원리금 연체가 늘고 이들 부동산의 가치는 급락하는 악순환이 지속돼 왔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은 대형 은행들에 집중된 주거용 부동산 담보대출과 달리 소형 지방은행들이 광범위하게 취급하고 있어 이 부동산 시장이 부실해질수록 도산하는 소형 지방은행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57개 은행이 도산했다.
실제로 은행들이 갖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의 연체율은 2분기 4.3%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를 넘었다. 하지만, 중소형 은행들은 대형 은행보다 손실 인정에 인색해 앞으로 더 큰 손실을 볼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자산규모 1,000억달러 이상의 대형 은행은 상각규모가 4배로 늘었지만, 중소형 은행들은 120%만 증가했을 뿐이다.
부동산 시장이 서서히 살아나고는 있으나 주택차압의 증가는 줄지 않는 실정이다. 압류주택이 늘면서 주택가격 하락 압력이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주택시장 회복 전망은 여전히 암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올해 미국의 1·4분기 압류주택 증가율은 최악의 수준이다. 모기지은행가협회(MBA)가 발표한 1·4분기 주택 압류율은 거의 1.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이치방크의 글로벌 증권연구책임자인 카렌 웨버는 “서브프라임 대출의 손실이 급증하면서 은행들이 원래 대출의 약 26% 정도만을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조사기관 리얼티 트랙에 따르면 지난 5월 미 전역에서 발생한 채무불이행 통보, 경매, 회수조치 등 주택차압 신청건수는 지난 4월에 비해서는 약간 감소했지만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18% 증가했다. 차압건수 증가는 특히 작년 주택차압 신청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40여개 카운티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끌고 있다.
주택대출의 연체율 증가도 부동산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1분기 프라임 모기지(주택담보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우량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이 상승함에 따라 주택시장 및 경제 회복의 갈 길이 여전히 멀었다는 진단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재무부 산하의 연방통화감독청(OCC)과 연방저축기관감독청(OTS)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60일 이상 상환 일을 넘긴 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이 전년 동기 1.1%에서 2.9%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주택차압 건수도 지난해 4분기에 비해 2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90일 이상 상환 일을 넘긴 ‘심각한 연체’도 전년 동기 25만986건에서 66만1,914건으로 급증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주택시장 지원책과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하락과 신용여건 악화, 실업 사태 등으로 모기지 대금을 납부하지 못해 집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