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머와의 (500)일’ ((500) days of Summer)

2009-07-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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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와의 (500)일’ ((500) days of Summer)

탐과 서머(왼쪽)가 LA 다운타운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

‘사랑이란’… 가슴 시리고 신선한 로맨틱 코미디

고 것 참 귀엽고 참신하고 또 총명하고 위트 있다. 사랑은 운명이라는 청년과 그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처녀 간의 만남과 헤어짐과 다시 만남과 정말 헤어짐에 관한 가슴 아프고 신선한 로맨틱 코미디다.

약간 플롯을 과다하게 배배 꼰 데다가 때로 당분이 너무 많을 때도 있지만 여러 가지 특이한 서술방식을 이용해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독특하게 파헤친 로맨틱하고 달콤쌉싸름한 청춘물이다.

극본과 촬영과 음악 등이 다 좋은데 특히 두 주인공들의 화학작용이 일품이다. 둘이 너무 사랑스러워 그들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마음에 와 닿는다. 그런데도 둘은 결국 헤어지니 사랑이란 과연 도깨비장난인가 보다.

영화는 사랑을 거절당한 젊은이 탐(조셉 고든-레빗)의 입장에서 얘기 된다. 제목은 탐이 서머를 보고 한 눈에 반한 그 날부터 서머와 헤어지기까지의 날을 말하는데 시간을 마구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서술된다(둘의 관계의 날짜를 알려 주는 숫자가 계속해 화면에 나타난다).

건축을 공부한 탐의 직업은 그리팅 카드의 글을 고안하는 일. 그는 새로 입사한 사장 비서 서머(조이 데샤넬)를 보고 첫 눈에 반한다. 둘은 같은 종류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을 계기로 서서히 대화를 나누다가 회사 가라오케 파티를 계기로 화끈하게 달아오른다.

탐은 수줍은 형이어서 자꾸 미적거리는데 사내 복사실에 있는 그에게 먼저 다가가 입을 맞춘 뒤 시치미 뚝 떼고 제자리로 가는 것이 서머. 마침내 탐과 서머는 육체관계를 맺는데 이 일이 있은 후 탐이 너무나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LA 다운타운에서의 군무를 곁들인 뮤지컬로 그렸다.

둘은 잉꼬처럼 다정한 데도 어딘가 균형이 맞지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기분파인 서머는 사랑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그냥 상대와 즐기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탐은 서머를 운명이 점지한 평생 반려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머가 별 이유도 없이 갑자기 탐에게 차갑게 굴면서 탐은 큰 속앓이를 한다. 탐에게 연민이 간다.

고든-레빗과 데샤넬이 자연스러운 연기가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아 보기 좋고 LA 다운타운 옛 건물들의 아름다움이 잘 쓰였다. 마크 웹 감독. PG-13. Fox Searchlight. 아크라이트, 랜드마크, 그로브, 센추리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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