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2009-07-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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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혼혈왕자’(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덤블도어 교장(왼쪽)과 해리가 적인 볼디모트를 찾을 방법을 얘기하고 있다.

★★★(5개 만점)

너무 커 버린 해리 포터는 어색하기만
화려한 마술도, 액션도 부족…


호그와츠 마술학교에 다니는 해리 포터가 어느덧 고 3이 됐다. 이번 시리즈는 아이들용 환상 모험액션 영화라기보다 반 어른들인 주인공들이 생과 사에 관해 생각하고 또 이에 대면하는 매우 어둡고 심각한 영화다.


이번이 6번째 시리즈인데 그동안 여기까지 오느라고 너무 힘이 들었는지 영화가 맥이 없다. 화려한 마술도 부족하고 또 액션도 모자라는데 영화의 외면이나 내용이 모두 잿빛 구름이 잔뜩 껴 재미를 제공하는 대신 사람을 암울하게 만든다.

그리고 내용도 다소 애매모호한데다가 세 주인공들이 육체적으로 완전히 성장해 그들이 “수리수리 마수리”하는 모습이나 연기(이들의 연기는 늘 평범한 것이긴 하지만)가 어색하다. 결정적인 단점은 내용에 극적 기복이 결여된 것으로 영화의 상당부분을 10대들의 끓어오르는 호르몬의 후유증인 로맨스에 할애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과연 이번 시리즈에 얼마나 호응할지 궁금하다.

영화는 처음에 검은 잿더미 같은 데스 이터들이 런던을 습격하는 특수효과를 동원한 서론으로 시작되는데 이 공격으로 많은 런더너들이 죽는다. 이어 호그와츠의 덤블도어 교장(마이클 갬본)이 새 학기를 맞아 해리(대니얼 래드클립)를 학교로 데려가면서 아울러 묘약 제조의 명수인 호레이스 선생(짐 브로드벤트)도 동행한다.

해리는 학교에서 친구인 빨강 머리 론(루퍼트 그린트)과 처녀처럼 성숙한 허마이오니(에마 왓슨)와 재회한다. 그리고 자신의 드라코(탐 펠턴)와도 만나는데 드라코는 호그와츠를 파괴하려는 볼디모트의 귀환을 도모하기 위한 사악한 방안을 모색한다.

학생들의 마술수업과 함께 특수효과가 볼만한 공중비상 퀴디치 경기가 두 번씩이나 벌어진다. 그리고 학교의 선생님들과 해리의 충실한 친구 등이 재등장한다. 이들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덤블도어와 늘 선인인지 악인인지 구별하기가 힘든 스내이프 선생(앨란 리크만).

한편 호레이스는 사랑의 묘약 제조법을 제자들에게 가르치는데 이 묘약을 마신 론이 자기를 짝사랑하는 라벤더와 뜨겁게 사랑하게 되는 장면이 우습다. 그런데 론을 사랑하는 또 다른 소녀는 다름 아닌 허마이오니. 그리고 해리는 론의 여동생 지니를 짝사랑하면서 틴에이저들의 사랑 타령이 희비쌍곡선을 이룬다.
본적인 액션은 정체를 드러낸 스내이프가 요란스러운 마녀 벨라트릭스(헬레나 본햄 카터)의 지시에 따라 호그와츠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으면서 화면에 불난리가 일어난다. 그리고 호레이스에게서 볼디모트에 관한 결정적인 정보를 얻어낸 해리가 덤블도어와 함께 인간 영혼의 편린이 숨어 있는(무슨 소린지 알 바 없지만) 호크럭스를 찾아 나서면서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이 호크럭스가 시리즈 제7편의 하나의 주제로 등장하는데 제6편에서는 영화에서 중요한 역을 맡았던 인물 중 하나가 죽는다. 상영시간 153분이 길기만하다. 데이빗 예이츠 감독. PG. WB.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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