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자

2009-07-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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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가을 나는 첫 번째 식당을 창업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그렇다고 어떤 특별한 기술도 없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사회 경험을 쌓으라며 식당을 경영해 보라고 권했다. 나는 그 식당의 개업을 앞두고 가게를 열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 이년 안에 분점도 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개업을 하고 일주일이 지나자 나는 식당경영이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고 내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을 가졌다. 우선 식당 일은 너무나 힘들었다.

그때 나는 이십 대 젊은 나이였지만 새벽부터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돼서 아무것도 못하고 잠만 자기 바빴다. 하지만 육체적 피곤함 보다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정신적인 고통이었다. 특히 주방장 아저씨의 짜증을 듣는 것과 까다로운 손님을 대하는 것은 내게는 너무나 큰 스트레스였다. 또한 내가 왜 이런 일을 시작해서 이 고생인가 하는 후회의 마음이 들면 혼자 줄담배만 피우게 되었다.


아마 식당을 개업하고 한 달이 지난 후였다고 기억된다. 아버지는 나에게 식당을 접으라고 말씀했다. 사실 나도 그 순간 그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버지에게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나는 불평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버리고 어떻게 하면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만 고민했다. 그 첫 번째가 내가 더 많이 일을 하기로 했다. 우선 배달을 시키던 재료를 내가 새벽에 직접 가서 구입해 비용을 절감했다. 그리고 종업원들을 최대한 줄이고 내가 두 세배 일을 했다. 또한 마음이 맞지 않던 주방장 아저씨를 해고하고 어머니에게 주방 일을 부탁했다.

그 후 3개월이 지나고 6개월이 되면서 나의 첫 번째 식당은 손익분기점을 넘어 최소한 나와 어머니의 인건비 정도는 나오게 되었다. 요즘도 나는 가끔 암담하고 힘들었던 그때의 꿈을 꾼다. 돈을 벌고 성공하려고 뛰어 다닌 것이 아니라 망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쳤던 그 시절. 하지만 나는 그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밑바닥에서 힘들게 일을 했기 때문에 식당경영을 현장에서 제대로 배웠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는 우리 가게 근처에서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가끔 그 가게 앞을 지나가다 보면 가게 뒤편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는 그 사장님의 모습에서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이야기를 해본 결과 역시 그 사장님의 마음 상태는 식당을 처음 했을 때의 나와 비슷했다. 처음으로 하는 식당 일이 너무 힘들고 이 일을 어떻게 계속 할 것인가 하는 막막함이 보였다. 나는 그 사장님에게 우선 3개월만 무조건 열심히 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후회, 낙담, 불안한 마음은 절대 가지지 말고 우선 살아남아야 하겠다는 일념으로 일에만 몰입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물론 그런 말을 하는 나도 현실이라는 어려움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식당을 창업하고 어려움에 빠졌을 때 생존을 위해서 몸부림을 쳐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은 지난 내 경험에서 배운 단순한 진리이다.

# 이것이 핵심

1. 후회, 낙심, 원망은 망하는 길로 가는 증거다. 우선 마음을 굳세게 잡아라.

2. 식당을 시작하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우선 3개월, 그리고 6개월만 참고 견뎌라.

3.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 쳐봐라. 그때부터 성공의 길로 나아간다.


이재호(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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