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9-06-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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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나의 기적 (상)

승욱이가 오른쪽 귀에 와우이식을 한 것이 5년이 되어간다. 지난 5년간 와우이식 분야에 많은 발전이 있었다. 기기도 작아지고 기능 면에서 업그레이드가 되어서 성능도 월등해진 것이다. UCLA에 승욱이의 청력검사를 하러 갈 때마다 청력사 지나에게 승욱이의 양쪽 귀에 와우이식을 받고 싶다고 몇 번이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냥 돌아 온 것이 몇 번째다.

‘승욱이도 양쪽 귀에 와우이식을 해주면 더 잘 들릴 텐데’ 라는 마음이 지워지질 않는다. 하지만 반대쪽 마음은 애를 다시 수술실로 들여보내고 수술을 시킨다는 건 엄마로서 너무 마음 아픈 일이고 혹시 나의 욕심으로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마음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다시 승욱이의 청력검사가 있는 날이다. 청력검사에 익숙한 승욱이는 소리에 잘도 반응한다. ‘소리에 반응을 잘하는 녀석이 왜 아직 말을 못하는 거야?’ 청력검사를 할 때마다 지나는 만족스런 얼굴로 승욱이를 바라 본다.

그리고 지나에게 와우이식을 하지 않은 왼쪽 귀에도 와우이식을 하고 싶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오랜 시간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다른 한쪽 귀에도 와우이식을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지나가 말이 없다. 승욱이의 차트를 보더니 “사실 요즘은 다들 양쪽 귀에 와우이식을 하고 있어요. 부모가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가 원하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승욱이는 표현을 못하니까” “아이가 원하는 경우가 있다는 건 와우이식을 통해 소리를 듣기 때문이잖아요. 더 잘 듣고 싶어서 그런거 잖아요” “그럼, 승욱이 엄마가 그렇게 원하면 일단 검사를 한번 해봐요. 집에 전에 승욱이가 쓰던 보청기가 있죠? 다음에 올 때 보청기를 가지고 병원에 오세요. 보청기를 끼고 검사를 해봐야 해요.”


일단 검사를 해보자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집에 와서 오래 전 승욱이가 쓰던 보청기를 찾았는데 집을 다 뒤져도 보청기가 보이질 않는다.

‘이걸 어쩌지? 겨우 검사를 시작하기로 했는데 제일 중요한 보청기가 없네?’ 다음날 병원에 전화를 걸었더니 UCLA에 있는 것을 일단 빌려 줄 테니 예약한 날짜에 병원에 오라고 한다.

가까운 날짜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귀에 달고 있는 와우이식을 빼고 승욱이의 청력검사가 시작되었다. 왼쪽 귀에 보청기를 끼우고 청력검사를 하는데 자꾸 지나가 웃는다. 자꾸 헛기침도 한다. 지나의 얼굴에서 뭔가 이상한 표정을 볼 수가 있다. 검사를 계속해서 하고 또 한다. 큰소리 작은 소리를 계속해서 들려주고 있다. 소리가 들리면 작은 상자에 장난감을 떨어뜨리는 게임을 하는데 지금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검사가 드디어 끝나고 지나가 청력검사 용지를 들고 나에게 온다.

“참, 이상한 일이네” 지나의 말이다.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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