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저가 ‘명품 패션’ 이 몰려온다

2009-06-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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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이너 브랜드들 저가 라인 런칭

저가 ‘명품 패션’ 이 몰려온다

Anna Sui for Target

저가 ‘명품 패션’ 이 몰려온다

Alexander Mcqueen for Target

올 봄, 트렌드 세터들의 우상 알렉산더 맥퀸이 대형 할인매장 타겟(Target)과 손잡고 저가 라인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올 가을 H&M의 새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프로젝트 디자이너가 지미 추라는 뉴스는 단순한 충격을 넘어 21세기 패션계의 이변으로까지 보인다. 지미 추가 누구이던가. 명품 브랜드의 대명사 마놀로 블라닉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바로 그 디자이너가 아니던가. ‘섹스 앤 시티’에서 캐리 브로드쇼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바로 그 브랜드란 말이다. 그러던, 그랬던 지엄하신 지미 추가 하강하여 패스트 패션의 대명사 H&M과 손을 잡는다고 하니 꽤 충격적일 수밖에. 물론 수년 전 타겟이 영국 디자이너 루엘라와 손잡고 저가 디자이너 의류를 내놓은 이래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의 가장 큰 트렌드는 이렇게 유명 디자이너들과 손잡고 디자이너 이름을 건 저가 라인을 선보이는 것이 돼버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콜라보레이션은 떠오르는 신진 디자이너를 넘어 칼 라거펠트, 스텔라 맥카트니, 빅톨 앤 롤프, 매튜 윌리엄스 등 말 그대로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에까지 번지고 있는 추세다. 명품 브랜드의 저가 라인은 비단 타겟과 H&M 뿐만 아니다. 2년 전쯤에는 갭이 두리 정, 리처드 채, 타쿤 등 젊은 미국 디자이너들과 손잡고 몇 가지 라인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이보다 더 오래 전엔 대형 할인매장인 콜스(Kohl’s)에서도 베라 왕과 손잡고 ‘심플리 베라’를 런칭한 이래 지금까지 별 탈없이 브랜드를 잘 키워오고 있다.


알렉산더 맥퀸은 ‘타겟’과 손잡고
지미 추는 패스트패션 H&M과 제휴
브랜드 이미지 오히려 올리는 효과


■유명 디자이너들, 왜 저가 라인 런칭에 몰두하는가


정말이지 20세기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감히 그 지극히 존엄한 디자이너 선생님께서 땅으로 내려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레이블에 30달러, 50달러짜리 택(tag)을 단단 말인가. 아마도 1세 명품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을 듯 싶다. 그러나 이제 막 뜨는 활기찬, 거기다 비즈니스 마인드 확실한 젊은 디자이너들에 이르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들은 그들의 옷이 더 이상 소수 돈 많은 이들의 전유물이 되길 바라지도 않고, 자신의 옷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지갑 사정 얇은 이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싶다. 거기다 그들 입장에선 큰 유통망을 통해 꽤 적잖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인 딜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콜라보레이션이라는 게 한 시즌만 한시적으로 하는 것이라 디자이너 이미지를 손상시킬 필요 없는데다 덤으로 오히려 낭만적이면서도 재미있는 패션 이벤트로 패션 피플들에게 비춰져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재고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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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hew Williamson for H&M


■샬롯테 론슨 - JC 페니(Charlotte Ronson for JC Penney)

사랑스러우면서도 편안한 걸리시 룩을 선보여 온 샬롯테 론슨이 이번 시즌 저가 백화점 JC 페니와 손잡고 아름다운 옷들을 내놓았다. 그녀 특유의 플라워 프린트 블라우스, 시폰 드레스, 베스트 등을 믹스 앤 매치 할 수 있게 선보여 패셔니스타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거기다 가격도 정가가 50달러를 넘지 않는 데다 지금 봄 상품 세일기간이라 최대 50%까지 할인하고 있어 매장이나 온라인 스토어에 들러볼 만하다. jcpenn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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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레이 - 타겟(Felix Rey for Target)

지난 3월 타겟에 런칭한 펠릭스 레이의 핸드백은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섹스 앤 시티’에 종종 등장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끈 핸드백 브랜드다. 보통 정가 500달러선인 이 핸드백을 타겟에서는 30~50달러 정도에 팔고 있는데 일부 핸드백은 세일에 들어가 ‘단돈’ 20달러면 구입할 수도 있다. targ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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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서리 패션’내게로 가까이


■노르마 카말리 - 월마트
(Norma Kamali for Wal-Mart)

활동적인 액티브 웨어로 명성이 높은 노르마 카말리 라인을 월마트에서는 20달러 밑으로 만나 볼 수 있다.

스판덱스 면 소재로 활동성과 실용적인 면을 십분 살리면서도 섹시함을 잃지 않는 디자인으로 트렌드 세터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그녀의 라인은 월마트에서는 액티브 웨어와 커리어 웨어로 나눠 판매한다.

블랙 앤 화이트가 주조를 이루는 심플한 그녀의 디자인은 한 벌 쯤 갖춰 놓으면 요긴하게 입을 수 있을 듯.

walm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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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크 바이 그린 포드 - 어반 아웃피터
(Hawks by Geren Ford for Urban Outfitters)

뉴 디자이너에 호기심 많은 당신이라면 이미 이름은 들어봤을 터. 그린 포드 말이다. 삭스핍스 애비뉴나 니먼 마커스 컨템포러리 섹션에서 만나 볼 수 있는 그린 포드는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런 소재, 그러나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패셔니스타들에게 최근 각광받고 있는 브랜드다. 그런 그가 최근 호크 바이 그린 포드라는 세컨 라인을 런칭하고 이를 어반 아웃피터에서 팔기 시작했다. 가격은 대형 할인매장의 의류 라인들보다는 조금 비싸 100달러 안팎.

urbanoutfitt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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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리 베라, 베라 왕 - 콜스
(Simply Vera, Vera Wang for Kohl’s)

이름처럼 베라 왕의 페미닌한 디자인을 보다 더 심플하게 각색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수년 전 런칭한 선발 주자답게 그간의 내공이 말해주듯 ‘이지 룩’ 중심의 그러면서도 편안하게 외출복으로 입을 수 있는 드레스 류가 눈길을 끈다. 그러나 첫 런칭 쇼에서 보여준 실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컬러는 요즘은 좀체 만나보기 힘든 게 흠이라면 흠. 20~80달러선.

koh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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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런칭할 저가 명품 브랜드는

이미 앞서 말했듯이 지미 추가 H&M과 손잡고 가을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보헤미안 패션의 대가 안나 수이(Anna Sui) 역시 이번 가을 타겟에 자신의 라인을 들여놓는다고 발표해 패션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런가하면 최근 가장 ‘핫’한 디자이너 중 하나인 잭 포센(Zac Posen)은 이번 겨울 저가의 브리지 라인을 내놓고 패션시장을 공략할 것이라 공포했다.

젊은 패션 리더들이 손꼽아 기다릴 안나 수이의 이번 타겟 라인은 인기 드라마 ‘가십 걸’에서 영향을 받은 걸리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에서는 9월13일부터 판매가 시작될 예정.

다가올 가을 가장 확실한 패션 뉴스가 될 게 확실한 지미 추의 H&M 런칭은 H&M의 최초의 구두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크다. 섹시하면서도 도시 여성의 자유로움을 십분 살린 시크한 디자인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70~300달러 선으로 지미 추의 정상가가 600달러를 호가하는 걸 고려하면 ‘반 값’인 셈.

어찌됐든 올 가을 저렴한 가격의 럭서리 브랜드를 장만하고픈 이들이라면 지금 당장 캘린더에 마크하길. 아마도 런칭 며칠 전부터 스토어 앞에 텐트 치는 이들로 오픈 수 시간만에 옷들은 동이 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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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my Choo for H&M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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