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독해지지 말고 강해져라

2009-06-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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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일하던 아르바이트 학생이 있었다. 고등학생이었지만 일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고 내가 맡긴 일은 별무리 없이 처리하곤 했었다. 하지만 우연하게 내 앞에서는 그렇게 성실한 그 학생이 정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금전적인 손해보다도 내 스스로 바보가 된 느낌 때문에 마음이 상당히 아팠다. 그리고 내가 공을 들여 일을 가르친 남미 종업원이 얼마 되지 않은 돈 때문에 다른 업소로 일을 옮긴다고 할 때도 사람에 대한 실망감이 나를 힘들게 했다. 또한 가끔씩 겪게 되는 손님들과의 갈등, 아무리 손님이라고 해도 사람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무례한 사람들에게 시달리다 보면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진다.

이렇듯 식당을 하다 보면 마음을 다치는 일을 자주 당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시간이 지나가도 적응이 안 된다. 내 경우에도 식당을 십년 넘게 하다 보니 사람에 대한 피해의식이 심해지면서 점점 마음이 강퍅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가는 한식 식당재료 도매상에서 한 한인 사장님이 그 곳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심하게 화를 내고 있었다. 그 사장님이 미리 주문한 물건이 준비가 안 된 것이 이유였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그렇게 소리를 친다는 것이 참으로 보기가 좋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 곳에서 만나는 한인 사장님들의 인상을 관찰하니 온유하고 편안한 모습이라기보다는 거칠고 신경질적으로 보였다. 왜 그럴까? 그 날 이후 며칠 동안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내 경우와 같이 일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시달리다가 마음에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얼굴에 나타난 것이었다.


식당 일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참으로 힘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즐겁게 일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몸은 시간이 지나면서 일에 적응하지만 정신적인 피로감과 스트레스는 계속 쌓이기만 한다.

그래서 식당을 오래 경영을 하면 대부분 성격이 예민해지고 날카롭게 변하게 된다.

그러면 이렇게 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온유한 마음을 가질 수는 없을까? 나는 우선적으로 스스로 마음 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마음관리라는 것은 내적인 힘을 키우는 것이다. 사람이 독해지고 신경질적이 된다는 것은 힘든 상황에서 평정심 잃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전쟁터와 같이 험한 현실 속에도 긍정적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려고 노력을 할 때는 도리어 마음은 독해지는 것이 아니라 강해진다.

모든 것은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다. 식당을 경영하면서 겪는 힘들고 억울한 일들을 잘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의 성격이 비뚤어진다면 그것은 내 자신의 손해일 뿐이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식당 일을 한다고 독해지지는 말자.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짜증나고 어려운 일은 긍정적으로 해석하도록 노력해라.

그리고 나를 힘들게 하고 화나게 하는 사람을 만나면 이해하고 품도록 해라. 그것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강하고 담대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이고, 이 힘든 현실 속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이것이 핵심

1. 현실에 찌들어 마음이 독해지면 인상도 사나워진다.
2. 힘들고 어려운 일 속에서도 마음 관리를 해서 강하고 담대해지자.
3. 긍정적이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고 일을 해라. 그러면 절대 독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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