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9-06-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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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운 아이 떡 하나 안 준다

일년에 한번 하는 승욱이 학교 IEP 미팅 날이다. 미팅에선 앞으로 일년간 승욱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에 대한 두 가지를 준비해 왔다. 거의 1시간이 넘게 내가 제시한 안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나 고마운 것은 다들 열심히 승욱이를 위해 좋은 의견들을 내주는 것이다.

3시간의 미팅이 전부 끝나고 언제나 그랬듯이 교감선생님인 엘리와 빈 교실에 남았다. 마지막으로 미팅한 자료에 사인을 해줘야 하기에 자료를 준비하는 30분 가량은 엘리와 언제나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오늘은 엘리가 먼저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저, 퇴직해요. 6월 마지막 날이 저의 마지막 근무예요” “정말요?”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왜 이리 짧은 것인가. 승욱이가 ‘프렌시스 블랜드’ 시각장애 학교로 오면서 엘리의 도움이 제일 컸다. 승욱이에 관한 결정을 할 때마다 중간에서 큰 역할을 해주던 사람이 바로 엘리다. 언제나 승욱이와 내편에 서서 생각해 주고 함께 결정해 주던 사람이 학교를 떠난다니. 완전 상실감 그 자체다.


다음에 올 교감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다. 지금처럼만 하면 모든 사람들이 잘해 줄 거라는 격려를 하면서 이런 부탁을 한다. 학교 입장에서 보면 부모님들이 참 무례하게 굴 때가 많다고 했다. 아이를 함께 잘 키우기 위해 IEP 미팅을 하는데 미팅에 참석도 안 하고 나중에 와서는 부당한 대우를 했니 어쩌니를 따지고, 미팅에 참석해서도 아이를 너무 낮게 평가했다는 이유로 미팅 중간에 자리를 일어나 나가버리고, 터무니없는 서비스를 요구하고, 언성을 높이고 학교를 옮긴다고 나가고.

엘리는 너무 답답하다고 하소연을 했다. 조금만 더 예의를 갖추고, 이해하고, 아이에 대해 공부하고, 학교와 함께 협력하고 서로 도우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이젠 예전에 받던 많은 장애학생들을 위한 교육 서비스들이 중단되거나 줄거나 없어지는 가운데 이왕이면 적은 예산으로 어떤 장애학생에게 교육 서비스를 계속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 달라고 했다.

옛말에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미운 아이 떡 하나 안 준다’는 말이 적용되는 것 같다. 모든 장애 부모님이 한번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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