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태봉이처럼 입어볼까”

2009-06-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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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고있는 윤상현 패션 따라 잡으려면

설마 당신이 F4 패션을 따라 입는다고 지후 선배나 구준표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고싶다. 그건 당신의 여자친구나 아내가 미니 드레스를 입는다고 순식간에 수퍼모델 트위기가 되거나 숏팬츠에 페도라를 둘러쓴다고 김민희가 될 수 없음과 동일한 이치다. 한동안 남성 패션계를 뜨겁게 달궜던 ‘꽃보다 남자’ 패션은 사실 웬만한 일반인들이 따라하기 민망할 만큼 과장된 패션인데다, 몸매되고 기럭지가 되는 모델들이 입는다고 해도 사실 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0대도 아닌 남성들이 프레피 룩을 입는다니 그건 사실 우스꽝스럽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종영한 ‘내조의 여왕’의 ‘태봉이 패션’은 훨씬 더 현실적이어서 웬만한 표준 체격, 표준 몸매, 그러니까 모든 게 보통인 ‘평범 남’들이 가장 쉽게 따라해 볼 수 있는 패션 교과서다. 적어도 올 여름엔 말이다. 물론 태봉 역의 윤상현은 일본 배우 기무라 타쿠야를 닮은 훈훈한 마스크 탓에 뭘 입혀 놓은들 그 후광을 가릴 수 있겠냐마는 사실 그는 모델 출신도 아니고 그렇다고 체격조건이 함께 출연한 오지호와 비교해 보면 떨어져도 한참 떨어지는 것이 사실. 그러나 바로 이점이 우리가 그의 패션을 따라 한다 해도 실패할 확률이 없고 자연스러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그러면서도 보헤미안 ‘간지’ 폴폴나게 올 여름엔 패셔니스타로 거듭나보자. 최근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완소남 태봉이처럼.


부드럽고 화사한 베스트에
면이나 린넨소재 바지면 OK
파스텔톤의 재킷도 어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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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에 스키니 타이

이미 패션 감각 있는 이들은 태봉이 패션의 최대 장점으로 옷장 안에 있는 옷들을 베이직으로 몇 가지 아이템만 더 장만하면 ‘퍼펙트 게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간파했으리라. 그 중 태봉이 패션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은 바로 베스트, 조끼다. 이미 클래식 수트가 유행에 유행을 거듭하면서 남성 패션에서 조끼는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아이템이다.

그러나 태봉이 패션 베스트는 지금까지의 남성 베스트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화사해졌다. 수트 안에 받쳐입는 베스트가 아닌 소재도 면이나 린넨 등으로 한결 가볍고 컬러 역시 화이트나 핑크, 그레이 등 부드러운 파스텔 톤이 대세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태봉이 조끼가 되려면 무엇보다 피팅이 중요하다. 이미 드라마를 본 이들은 알겠지만 극중에서 윤상현이 베스트를 입을 때 베스트 단추를 풀고 입는 적은 없다. 답답해 보일 만큼 꼭 채워 입는다. 이쯤에 이르면 너무 살집 있는 아저씨들이 이 베스트를 소화하긴 쉽지 않다는 답이 나온다. 베스트 V존에 드러난 셔츠에는 블랙 스키니 타이나 스카프가 매여져 있다. 만약 보다 더 튀고 싶거나 특별한 날이라면 보타이(나비넥타이)를 하는 것도 멋스러울 듯.


■팬츠는 화이트로 

태봉이의 하의 역시 특별하다. 일반인들이 가장 따라하기 좋은 건 역시 데님. 그러나 태봉이 패션의 하이라이트는 무심한 듯 입은 면이나 린넨 소재 팬츠다. 특히 쉬운 듯 보이지만 막상 남자들이, 특히 30~40대 남성들이 입기 꺼려하는 화이트 팬츠는 태봉이 패션의 백미다. 사실 화이트 팬츠 한 벌만 있다면, 그리고 이걸 입어줄 용기만 갖고 있다면 올 여름 패셔니스타가 되는 건 시간 문제다.

화이트 팬츠에 가지고 있는 셔츠, 새로 장만한 몸에 꼭 붙는 베스트를 걸치면 당신 역시 짝퉁일지, 원조보다 나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완소남으로 거듭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스텔 톤 재킷은 옵션

만약 지갑 사정이 허락한다면 면이나 린넨 소재 파스텔 톤(특히 핑크나 하늘 색)의 몸에 꼭 맞게 피팅되는 재킷을 한 벌 구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겠다.

아마 캘리포니아에서는 지금 사두면 올 한해 내내 위켄드 패션으로 유용하게 입을 수 있어 투자한 돈이 결코 아깝지 않을 듯 싶기 때문이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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