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9-06-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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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특수교육학 개론 수업 중에 실습이 있는 날이다. 토랜스 사랑의 교실이 실습장소이다. 교사와 자원봉사자 그리고 장애우들을 함께 관찰하면서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

참관보고서를 받아들고 보고서에 나와 있는 질문에 대한 것들을 답하기 위해 관찰을 열심히 하는 중이다. 토랜스는 다른 사랑의 교실보다 장애우들의 연령이 높다. 시스템을 관찰하고 프로그램을 관찰하는 것을 하다가 장애우 한 사람 한 사람을 관찰하게 되었다.

‘어? 저 친구는 말을 제법 잘하네, 저 친구는 자기 주장도 분명하고, 저 친구는 대인관계도 원만하네’ 말을 걸어보니 대답도 잘하고, 한글도 잘 쓰고, 영어도 잘 한다.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자폐를 가지고 있어도 기능 면에서 모두가 능력에 차이가 있다. 시각장애인도 마찬가지, 청각장애인도 마찬가지. 그런데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어 보이면 사실 제일 부럽다. 아무리 말을 잘해도 장애는 장애인데 왜 이리 부러운지.


사람이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슬퍼진다. 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른 장애우들을 가까이 관찰을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승욱이와 비교를 하면서 마음에 부러움과 슬픔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승욱이가 저 정도만 되면 좋겠다’

이런 마음은 많은 장애인 부모님들이 갖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장애우들을 가까이 보면서 그 동안 저만큼 키우기까지 부모님과 주변에서 얼마나 노력하고 함께 키워왔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해진다. 잘 자란 장애우들을 보면서 도전도 받고, 부러움도 생기고, 더 책임감도 든다.

물론 승욱이보다 더 심한 장애를 가진 부모님들은 또 승욱이가 부럽겠지. 아이를 키우면서 다른 장애우와 비교하지 않기를 수도 없이 다짐했건만 오늘 마음의 다짐이 무너져버렸다. 리포트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다른 장애우들에게 신경을 쓰니 이럴 수밖에.

아직도 난 승욱이 엄마로 많이 멀었다. 승욱이는 승욱이고 다른 장애우들은 다른 장애우들이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탤런트가 다 다른데 왜 비교를 하고 있는지. 에구.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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