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평생 집이 없다?

2009-06-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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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살 때가 아닌데… 더 떨어질 것 같은데요? 한 30%정도 더?” 바이어 손님께서 그림을 보여 주신다. 1880년대부터 올해 2009년까지 미국 부동산 가격의 역사와 그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 곡선이다. 2005년에서 2007년에 걸쳐 가격 상승이 거의 직각이다.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가 하늘로 치솟는 그림과 함께이다.

롤러코스터가 하강곡선을 막 그리기 시작하며 이제 2008~9년이다. 30%이상 하락했는데 또 앞으로 30%정도 더 빠져야 하는 거품이란다. 바이어 손님은 시내 아파트에서 몇 년 째 거주하고 계신다. 집을 살 경제적인 능력은 충분하다. 외아들이 내년이면 중학생이 된다. 좋은 학군과 이웃도 절실하고 시내의 번잡함이 이제는 정말 싫다. 그러나 망설인다. 사고 나서 계속 더 떨어지면 어떻게 해?

80년대에 제일 비쌀 때 집을 샀다가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때 팔 수 밖에 없었던 실패의 기억이 자꾸 그의 발목을 잡는다. 이 집이 이 가족에게 안성맞춤이기 때문에 지금이 바로 이 집을 살 때인데 안타깝다. 6개월 후에 가격이 더 떨어진다 한들 이 집이 그 때까지 팔리지 않고 남아 있을지 아무도 보장하지 못한다. “그래? 이 집이 팔리면 비슷한 다른 집을 사면되지 뭘?” 이런 마음이면 평생 집 사기 힘들다.


“마음에 들기는 하나 이 집이 아니면 다음 집, 다른 집을 사지 뭐” 집이 마음에 들어도 흠을 찾는다. 흠이 없는 집은 없게 마련이다. 그러나 특히 흠을 부각시키며 스스로 결정을 미루는 이유를 찾는다. 그러다가 떨어지던 집값이 어느 순간에 다시 올라 가기 시작하고 이제는 옛날 쌌던 가격의 기억 때문에 또 집을 사지 못한다. “작년에는 이정도의 집이면 10만 달러 이상 쌌었는데 억울해서 어떻게 더 줘?” 2010년 내년 봄에 이럴 수도 있다.

아이가 취학연령이 돼서 꼭 학군 좋은 동네를 찾아 이사해야할 때가 마침 부동산이 바닥을 칠 때인 가족은 나중에 돈을 벌고 그 반대인 가족은 집 때문에 돈을 잃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가족을 위해서 가족과 함께 사는 집만큼은 자신의 의지와 판단대로 최고점과 최저점을 찍기 힘들다는 뜻이다.

독신이거나 아이가 아직 태어나기 전에는 대부분 주택 장만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가족이 생기면 가족을 위하여 절실해지는 것이 집이다. 최저점을 찍기 기다리다 세월 다 보낸다.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평생 집을 사지 못하는 이유? 결국 집을 반드시 사야할 이유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이가 마당있는 집에서 세발자전거 타는 햇수가 몇 년이나 될까? 1~2년 지나면 진짜 자전거로 갈아타고 또 잔디에서 깔깔거리며 뒹구는 나이가 언제로 끝이 날까? 아이가 지금 10살이라면 몇 년 지나가 대학에 들어간다. 집을 떠난다. 가족의 수가 줄어든다. 집도 방들도 비어 간다. 모든 것이 그렇게까지 필요하지 않는 순간이 허무하게 참 빨리도 돌아온다.

무리하지 않는다면 지금이 바로 집을 살 때이다. 첫째,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최고 꼭지점은 2005년에서 2006년 사이이다. 지역에 다라 다르지만 해마다 10 ~20%이상씩 내려왔다. 지금은 집을 살 때이다.

둘째, 이자율이 좋다. 지난 주 갑자기 0.75% 올랐다고는 하나 여전히 낮은 이자율이다. 10% 이상 13%까지도 보통이던 80년대도 있다. 가족을 위해 연 4~5% 싼 은행 돈을 이때 이용하지 언제 하나?

셋째, 경기가 변기에 빠져 있다는 토크쇼 방송을 듣고 실소를 금치 못한다. 재미있는 표현이며 옳은 이야기이다. GM도 파산, 구조 조정에 들어가고 직원들을 2만명이상 해고한다 하고 실업률 역시 여전히 높다. 설상가상으로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적자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그러나 반대의 지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해 이맘 때에 비하여 가격이 36.5% 떨어졌으나 올해 지난 3월에 비하면 1.4% 가격이 올랐다. 주택 재고 처리 기간도 빨라지고 있다.


떨어지면 오른다. 머지않아 바로 국면 전환이 시작되면 셀러들도 만만치 않아진다. 기다리면 오르는 마켓이 다시 시작되면 오랫동안 바닥을 찾던 그대는 또 다시 억울해져서 이 넓디 넓은 미국 땅에서 평생 집 한 채 사지 못하고 만다. 지금이 바로 적극적으로 집을 살 때다.

서니 김
<리맥스 부동산>

(818)952-4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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