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9-05-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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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살

몇 달간 입버릇처럼 하루만 푹 쉬었으면 했더니 밤사이 멀쩡하던 몸이 아침에 일어날 수가 없다. 어지럽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하고 오한이 나고 마치 꾀병처럼 몸살이 나에게 왔다. 게다가 주일 아침이라 승욱이도 집에 와있는 터라 더 바쁜 날 일에 터지고 만 것이다. 집에 있는 약을 대충 먹고 몸을 추스린 뒤 애들을 챙기는데 말이 나오질 않는다.

내가 아픈 것이 마치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양 신기한 듯 큰 녀석이 바라본다. “엄마, 누워 있어. 우리가 알아서 챙길게”아,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다시 침대로 가서 누우니 자던 승욱이가 깨서 나를 더듬거리며 만진다. ‘엄마가 왜 아직도 여기 누워 있지?’ “승욱, 엄마 아프니까 할머니한테 가서 먹을 것 달라고 해” “히히히” 마치 재밌는 게임을 시작하려는 웃음으로 내 몸을 놀이터 삼아 이리저리 넘나들고 있다. 어지러워서 머리도 못 들겠는데 침대가 흔들리니 구역질이 날 정도다. 작정을 하고 장난기가 발동했다. “아이고 어지러워~~” 더 신난다고 침대 위를 콩콩거리고 뛰고 있다.

하루종일 일어나질 못하고 있으니 애들이 진짜 엄마가 아픈 것을 아는지 아래층에서 올라오지도 않는다. 승욱이조차도 아래층에서 나를 대신해 할머니를 연신 괴롭히고 있는 것 같다. 평소같으면 잠깐 낮잠이라도 자려고 누우면 일분도 안돼 나를 부르던 아이들도 오늘은 잠잠하다.


난 언제나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바쁘게 살고, 끊임없이 뭔가를 하고,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을 제일 아까워하기 때문에 짜투리 시간조차도 의미 있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타입이다. 물론 타고난 체력도 있지만 언제나 건강했고 아파본 적이 없어서 건강에 나름 자신이 있었는데 체격만 컸지 점점 체력이 약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하루만 쉬어봤으면 했던 바람이 몸살로 인해 며칠 아무 것도 못하고 푹 쉬게 되었다. 몸이 감기와 열심히 싸우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은 아프면 크는데 어른은 아프면 늙는 것 같다. 며칠만에 얼굴이 늙어버렸다. 마냥 청춘인 듯 에너자이저를 자처했던 나의 몸에 미안한 생각이 든다. 너무 몸을 혹사시켰더니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이젠 몸도 좀 아껴가면서 장거리 마라톤 인생의 완주할 때까지 달려가야겠다. 때론 몸이 아프다고 다 나쁜 건 아닌 것 같다. 사람이 감기조차도 걸리지 않고 산다면 건강에 대한 감사함과 자신의 건강을 되돌아보지 못할 것 아닌가?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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