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전기록·등산객 진술 등 속속 드러나

2009-05-27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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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전대통령 ‘마지막 30분’

“함께 있었다”“담배 있나”등
당초 경호관 진술 신빙성 의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하기 직전 25분 동안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노 전 대통령의 투신 당시 경호관이 옆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당일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행적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지난 23일 이모(45) 경호관의 진술을 토대로 노 전 대통령이 경호관과 함께 오전 6시20분부터 45분까지 부엉이 바위에 머무르다 투신했다고 발표했었으나, 27일 이운우 경남지방경찰청장은 6시17분부터 자리를 비운 경호관이 30여분 뒤 투신한 노 전 대통령을 발견했다고 정반대의 발표를 했다.

이 청장 말대로라면 노 전 대통령이 6시17분부터 6시45분 사이 정확히 어느 시점에 투신했는지 알 수 없게 되며, 만약 그 시점이 경호관이 자리를 비운 직후라면 노 전 대통령은 투신 후 30여분간이나 방치돼 있었다는 것이 된다.

경찰에 따르면 이 경호관은 경찰의 재조사 과정에서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찾아 산 속을 뛰어다녔다”고 말을 바꿨다. 2차 조사 때는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정토원에 갔다 왔다고 하더니 3차 조사에서는 등산객이 다가와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고 와보니 노 전 대통령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모 경호관이 경찰의 첫 조사 때 “사저에서 투신 직전까지 동행했었다”는 기존 진술과 “노 대통령이 ‘담배가 있냐’고 묻고,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누구지’라고 물었다”는 진술도 믿기 어렵게 됐다.

또 당시 경호관 무전기록에도 ‘놓쳤다’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의 투신 추정시각이 오전 6시45분인데, 청와대 소속인 경호관들이 이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한 시각은 오전 7시12분으로, 27분이나 경과해 보고가 이뤄졌다는 점도 미심쩍은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떤 경위에서는 이모 경호관이 노 전 대통령의 소재를 놓친 뒤 경호 부실에 대한 자책감과 문책의 두려움에 허위진술을 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경호팀이 초기 대응을 잘못해 집단 문책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해 단체로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역사의 기록에도 남을 ‘마지막 상황’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경찰도 전직 대통령 서거 당시 상황파악이라는 중대 사안에 대해서 경호관의 진술에만 의존해 초기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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