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한식의 세계화

2009-05-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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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한식을 세계적으로 알리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일을 하는 기관을 만들고 ‘김치, 비빔밥, 떡볶이, 그리고 전통술’을 우선적으로 한식 세계화의 주력음식으로 정했다는 기사도 얼마 전 보도되었다. 현재 미국에서 중국음식과 일식은 이미 보급 단계를 넘어서 대중화의 길을 가고 있다. 그리고 요즘은 타이 음식과 베트남 국수도 주류사회에서 좋은 평판을 쌓으면서 시장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한식은 맛과 영양의 탁월함에 비하여 아직까지 주류사회에서 소수의 사람들만 좋아하는 음식으로 남아있다.

작년에 뉴욕으로 여행을 갈 일이 있어서 그곳의 식당들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식식당에는 가는 곳마다 한인 이외의 손님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고급한식을 파는 식당은 한인보다 주류사회 손님들로 가득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도 많은 식당을 다녀봤지만 몇몇 식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한인 운영의 식당들이 한인만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었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나는 그 원인을 현실에 안주하려는 안일함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뉴욕도 한인이 많이 살지만 LA처럼 한곳에 많이 몰려서 살지는 않는다. 그리고 비싼 임대료와 물가 때문에 식당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외국인 손님을 위한 준비를 한다. 예를 들어 모든 간판과 메뉴 판이 한글과 영어로 되어있고, 종업원들도 영어로 주문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한인이 많은 LA에서는 한인만 상대해도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서 뉴욕의 한식당들이 하는 그런 기본적인 노력조차 안하고 있다. 모든 메뉴를 한글로만 만들어놓고 음식에 대하여 영어로 설명조차 하지 못하는 식당에 비한인 손님이 왔다면 과연 그 손님을 단골로 만들 수 있을까? 참 난감한 이야기이다.


내가 지난 칼럼에서 몇 번 언급했지만 LA 한인타운에 고기구이 집은 너무나 많다. 그리고 그 많은 고기구이 가게들이 경쟁을 하기 때문에 무제한이라는 경제성이 없는 퍼주기가 주류가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재료값과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오르는데 음식값은 도리어 싸지고 있으니 물론 소비자들은 좋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이것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다. 나는 이런 어려움의 해결책으로 주류 손님을 향한 마케팅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몇몇 무제한 고기구이 집과 순두부가게는 비한인 손님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한인타운에서 잘 된다는 식당을 가보면 한인과 비 한인이 섞여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많이 하는 말 중에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지금 한인타운의 식당들이 모두 어렵다고 말하지만 비한인 손님들을 끌어들일 수 있게 노력한다면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단지 미국인뿐만이 아니라 같은 아시안들, 그리고 매운 것을 좋아하는 라틴계 손님들은 지리적으로도 우리와 가까이 살고 일단 한식을 맛을 보면 너무나 좋아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일본 테리야끼보다 그리고 중국의 브라컬리 비프보다 우리의 불고기, 갈비가 더 맛이 있다고 생각한다.

큰 미국에서 좁은 한인타운에 갇혀 살지 말자. 우리가 개척할 시장은 너무나 크고 우리가 만드는 음식은 최고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주류사회를 향해 나가는 전략을 세우고 밀고 나가라. 그런 안일함에서 벗어날 때 사업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게 되고 그것이 곧 한식의 세계화에 우리가 이바지하는 것이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이것이 핵심

1. 한식은 최고의 음식이다. 알리기만 하면 비한인 손님들을 많이 잡을 수 있다.
2. 한식은 한인들을 위한 음식이라는 고정관념부터 버려라.
3. 비한인 손님을 잡을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사항을 행동으로 옮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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