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꿈꾸듯 황홀한 컬러와 감각

2009-05-23 (토)
크게 작게

▶ 크리스천 디올 2009 봄·여름 컬렉션

요즘 세계 패션계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진진하다.

워낙 유행 없음이 유행이다 보니 패션 대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만의 장기를 십분 발휘, 감탄 어린 런웨이를 창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9년 시즌 런웨이는 그 어느 해보다 독창적이면서도 감각적이었고 황홀했다. 혹자는 경기가 어두울수록 패션이 화려해진다는 속설을 들이밀면서 런웨이가 그 어느 해보다 화려해 진 것이 바로 이런 세계 경기를 반영한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하지만 꼼꼼히 살펴본 이들은 알겠지만 이번 시즌 런웨이가 무조건 알록달록 화려한 것만은 아니다. 올 초 밀라노와 파리와 뉴욕에서 타전된 패션은 세기말적 블랙과 그레이가 무대를 뒤덮기도 한 반면 존 갈리아노의 핑크와 화이트, 블루가 절묘하게 섞인 몽환적인 무대도 적잖았다. 이는 단지 컬러감각뿐 아니다.

크리스천 라크루아나 샤넬처럼 페미니즘의 끝을 작정하고 보여준 디자이너가 있는 반면,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자신의 브랜드 네임처럼 ‘앵글로 매니아’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마음을 빼앗긴 듯도 싶다. 어디 이뿐인가. 지방시와 니나치치, 랑방은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은 듯,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작품’들로 패션 매니아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지방시와 랑방은 요 몇 년 새 뉴욕에 뺏긴 세계 패션계의 주도권을 다시 한번 유럽으로 끌고 가는데 확실한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가장 마음을 빼앗긴 무대는 존 갈리아노가 이끈 디올이다. 몽환적이면서도 여심을 자극하는 페미니즘에 마음을 빼앗기다 보면 또 어느새 적절한 미니멀리즘과 기하학적 건축을 연상시키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갈리아노는 그의 열렬한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파리에서 열렸던 2009년 디올의 봄·여름 컬렉션을 지상중계 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사하는 그의 아름다운 무대에서 이번 여름 패션의 영감을 얻어보길 바란다.

HSPACE=5

현란한 천상의 옷 - 갈리아노의 주특기인 아름다운 새틴과 탄성을 자아내는 꽃무늬 자수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그 어디서도 확실한 팁을 주진 않지만 자수도, 메이컵도, 헤어스타일도 언뜻 일본 인형을 연상시킨다.


HSPACE=5

한 떨기 꽃처럼 - 이번 시즌 디올 런웨이 드레스의 특징은 플라워 프린트와 새틴, 그러면서도 겹쳐 입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가을꽃을 연상시키는 옐로 계열 속옷 드레스와 핑크빛 공단 드레스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HSPACE=5
로열 코펜하겐을 입다 - 이번 시즌 갈리아노의 드레스는 도자기를 연상시킨다. 특히 화이트 새틴에 블루 플라워 프린트는 단박에 로열 코펜하겐 본 차이나를 빼 놓고는 이야기를 시작할 수가 없을 듯. 심플하면서도 단조로운 디자인이 오히려 기품 넘쳐 보인다.

HSPACE=5

집시처럼 - 영국 태생이지만 스페인계인 갈리아노의 무대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스페인의 정열과 집시의 화려함이 묻어나는 레드 드레스.


HSPACE=5
레트로는 죽지 않았다 - 지난 시즌부터 갈리아노의 무대에서 시선을 끈 X자형 실루엣. 이번 무대에서도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드레스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심플한 튜브탑 드레스이지만 허리선을 강조하고 앞단에 자수를 놓아 몸매가 더 강조되는 느낌을 준다.


HSPACE=5
레드에 빠지다 - 레드여도 다 같은 레드가 아님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작품. 이번 무대 드레스 밑단을 차용한 레드 수트는 이번 여름이 아니더라도 한 벌쯤은 소장하고 싶은 작품이다. 아무런 프린트도, 디테일도 없는 듯 심플한 디자인만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HSPACE=5

디올 룩의 부활 - 크리스천 디올을 단숨에 유럽 패션계에 스타로 만들어 준 ‘디올 룩’이 21세기에 부활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분명 허리를 강조한 X라인이 여성성을 한껏 강조한 실루엣이지만 기하학적 스커트 밑단과 소맷단이 21세기의 그것이다. 옐로 컬러와 화이트 칼라, 함께 매치한 모자로 인해 깜찍 발랄한 느낌까지 준다.


<이주현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