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말께 바닥 주택시장 U자형 회복

2009-05-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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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은 가히 ‘부동산 정체기’라고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다. 주택구입을 고려중인 구매자에게나 주택을 내놓은 판매자에게나 추이를 짐작하기 힘든 현재의 시장상황은 마치 벌집에서 뛰쳐나온 벌떼가 어디로 향할지 짐작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언제쯤이면 마음 놓고 주택을 사고팔 수 있을까?
전국적으로 주택가격은 올해 말쯤 바닥을 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디스 이코노미 닷컴은 주택 중간가격이 올 연말까지 10% 가량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놓고 있는 차압방지 지원 정책, 은행 융자 확대안 등 다양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부동산 가격의 추가하락 여부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디스 이코노미 닷컴은 오바마 대통령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경우 주택가격은 2011년 하반기까지 하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친 후에도 회복은 가파른 ‘V’형이 아닌 완만한 ‘U’형을 그릴 전망이다. ‘웨이스 리서치’ 마이크 라슨 부동산 분석가는 “주택가격이 바닥을 친 후에도 당분간 반등을 기대하긴 힘들다”며 “향후 10년간 부동산 활황기인 2006년 수준의 가격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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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를 예측하기 전에 몇 가지 생각해 봐야 할 요인이 있다.


첫째,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매우 심했다는 점이다. 현재 진행 중인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둘째,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점이다.

셋째, 부동산 경기가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하면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아이디어는 앞으로는 주택을 투자용이 아닌 거주용으로 인식하고 샤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거주용 주택의 경우 부동산 경기에 따라 가격의 등락이 있더라도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만큼 거래로 인한 재정적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부동산 거래에서 구매자, 투자자, 판매자가 명심해야 할 사항을 살펴본다.


사려면…
가격 추가 하락 무기로
셀러 설득해 굿 딜 가능
차압·숏세일도 좋은 선택


■구매자

부동산 시장의 미래는 분명히 하락세다.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구매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주택가격이 바닥을 칠 때까지 임대 주택에 거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임대주택 거주기간이 길어져 렌트비 지출이 누적될 경우 오히려 주택가격 하락으로 발생하는 손실보다 더 큰 부담을 안게 될 수도 있는 만큼 지혜로운 판단이 필요하다.

주택구입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은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구매자는 물론 판매자도 인식하고 있다. 구매자가 이러한 상황을 잘 이해한다면 거래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바이어 마켓이 형성됐고 구매자는 가격의 추가하락을 무기로 좋은 거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은행 차압매물이나 숏세일 매물을 목표로 삼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일반적으로 은행 차압매물은 평균시가와 비교해 20-30% 저렴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택가격의 추가하락에 대한 완충장치를 미리 갖추고 있는 것이다.

차압주택을 선택한 구매자는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하더라도 그만큼 재정적인 손해를 줄일 수 있다. 차압매물의 가장 큰 단점은 주택구입 비용 이외에 수리비로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차압매물 구입을 결정했다면 전문 건축가에게 감정을 의뢰해 추가비용을 산정해야 한다.
좋은 금리도 구매자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5월 초 기준으로 30년 고정 주택대출의 평균 이자율은 5.2% 선이다. 발품을 판다면 최저 4.75%로 융자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융자심사가 강화되면서 융자를 받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 만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융자 심사기간도 지난해보다 20-30% 가량 길어졌고 다운페이먼트도 구입가격의 20%는 넘어야 융자대상이 될 수 있다. 크레딧 스코어도 720점 이하는 융자가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일단 은행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이자율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도전할 가치가 있다.


투자하려면…
장기투자 가능한지 확인
‘선 융자승인’ 받아두고
발전 가능한 지역 골라야


■투자자

현 시점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점은 ‘투자의 장기화가 가능한가?’이다. 부동산 가격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추가하락 가능성도 적지 않은 만큼 시간에 쫓기는 투자자는 손해를 볼 확률이 높다.

투자용 부동산을 구입할 때 위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질로우 닷컴’ 에이미 보우틴스키 대표는 “투자용 부동산의 가치는 지역 발전 가능성에서 나온다”며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더라도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의 부동산은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용 부동산 구입을 준비하고 있다면 융자 선 승인(loan pre-approved)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 좋은 매물을 골랐더라도 은행이 융자를 거부한다면 다 잡은 고기를 눈앞에서 놓칠 수 있는 만큼 미리 융자승인을 받는 등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팔려면…
현실적인 가격 책정 중요
내놓기전 잘 꾸미기부터
‘임대 후 렌트’도 고려를


■판매자

판매자는 우선 현 상황이 ‘바이어 마켓’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구입한 당시의 가격을 고집하기보다는 최근 3개월 사이 거래가 성사된 인근 주택의 가격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판매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뉴저지주 로커웨이시에서 활동 중인 브로커 엘렌 클라인은 “심지어 6개월 전 거래도 이미 현실성이 없을 정도로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며 “주택을 판매하고 싶다면 욕심을 버리고 최근 거래 동향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실적인 가격을 내걸었는데도 30일 넘게 문의가 없다면 가격을 내려야 한다. 가격을 내리는 것은 싼 가격에 주택을 처분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변 매물보다 10% 가격이 낮은 매물은 더 많은 구매자를 끌어들이게 되고 경쟁을 통해 리스팅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될 수도 있다.

주택을 내놓기 전에 깨끗이 꾸미는 것도 판매에 큰 도움이 된다. 은행 차압매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판매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많지 않다. 판매자는 가격이 저렴한 차압매물에 비해 일반주택이 갖는 장점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차압매물은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많은 수리가 필요하다.

인근 지역에 차압매물이 많다면 약간의 투자를 하더라도 주택을 최고의 상태로 유지해 구매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즉시 입주를 원하는 구매자에게는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잘 꾸며진 일반 주택이 차압매물보다 훨씬 매력적인 매물이다.

주택판매에는 왕도가 없다. 판매자가 창의성을 발휘한다면 불경기에도 좋은 조건에 주택을 판매할 수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신종 판매기법으로 임대 후 구매(rent to own)가 있다. 구매자는 입주 후 6-18개월간 임대형식으로 주택에 거주한 후 구입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많은 주택구입자들이 이러한 옵션에 호감을 보이고 있으며 입주 후 구매로 이어지는 확률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판매자는 창의력을 발휘해 구매자를 끌 수 있는 판매방안을 고려해야한다.

<심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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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이 회복조짐을 보이며 주택 구입시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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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정돈된 주택은 차압주택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매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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