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자의 욕망을 그 핸드백 속에”

2009-04-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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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봄 ‘잇 백’ 을 찾아라

샤넬의 ‘디스크’백
발렌티노의 ‘로즈 버티고’
프라다나 구치의
파이톤 핸드백 눈길 끌어


불행인지 다행인지 혹은 암울한 경기 탓인지 이번 시즌엔 ‘잇백’은 고사하고 썩 그럴듯한 핸드백 하나 떠주질 않고 있다. 비단 이번 시즌만이 아니다. 요 몇 년간은 어찌된 영문인지 발렌시아가 모터스와 샤넬의 코코 카바스, 클로이의 패딩턴 백, 마크 제이콥스의 스탐 백 등과 같은 ‘왕 대박’ 아이템 하나 터져 주질 않았다. 물론 그 사이사이 펜디의 바게트 백이나 이브생 로랑의 다운타운 백, 발렌티노의 일명 리본 백(Nuage Bow Tote) 등이 트렌드 세터들의 레이더 망에 포착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왕 대박’이란 헌사를 보내기엔 적어도 50%이상은 모자란 감이 있지 않은가.

그런 침체기는 이번 시즌에도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잇백의 노다지를 노리고 핸드백 라인이 없던 탑 디자이너들까지 너도나도 백 컬렉션 런칭에 열을 올렸지만, 그리하여 거기엔 필립 림, 프로렌자 슐러(Proenza Schouler), 도나 카렌 등도 이름을 올렸건만 별반 재미를 보지 못한 듯 싶다. 간혹 조금은 아방가르드 하면서도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는 트렌드 세터들이 랑방에 레알 마드리드 극성 팬들에 버금가는 환호를 보내긴 했지만 아직도 백 시장은 고요하다 못해 저러다 문닫지 싶을 만큼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다.


한때 잇백의 왕좌를 이어갔던 브랜드들은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재무장하고 잇백의 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이 험난한 경기를 이겨내기 위해 ‘클래식’에서 조금씩 디자인의 변형만을 시도하고 있거나, 샤넬처럼 히트 백이라 할지라도 ‘리바이벌은 죽어도 못해’를 외치며 자존심을 세우는 브랜드들의 경우는 그 콧대가 무색하리 만치 별반 이렇다할 히트 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 이렇거나 저렇거나 그래도 바야흐로 살짝 달뜬 여심을 흔들어 놓는 꽃피는 봄이 왔고 이번 봄 모아 놓은 쌈짓돈으로 큰맘 먹고 잇백 샤핑에 나선 이들을 위해, 그게 그렇게 엄청난 고가의 제품이 아닐지라도, 새로운 욕망을 담을 핸드백 하나 장만하려는 이들을 위해 이번 시즌 잇백 총정리를 해봤다. ‘밑줄 쫘~악’까지는 아니더라도 알아두면 소소한 정보가 당신의 잇백 샤핑에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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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el Disc Bag


■오버 사이즈 비비드 컬러가 대세

워낙 패션 전반에 미니멀리즘에 빈티지 캐주얼이 강세를 떨치면서 이에 어울리는 오버사이즈 핸드백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샤넬에서부터 코치에 이르기까지 지난해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 오버사이즈 백은 여전한 화두였고, 봄에 어울리는 보다 더 밝고 화사한 컬러가 등장한 정도가 변화라면 변화다. 이렇게 악천후의 불경기라곤 하지만 희한하게도 소재는 럭서리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어 파이톤, 악어가죽, 오스트리치 등 이그조틱한 가죽들이 패션 리더들의 마음을 훔친 듯 싶다.

이 오버사이즈 백 중 가장 마음을 잡아당기는 것은 샤넬의 디스크 백이다. 이미 핸드백 매니아라면 각종 백화점 캐털로그나 샤넬의 런웨이에서 봤을 이 디스크 백은 이름 그대로 샤넬의 로고를 얇은 디스크로 연결하여 입체적으로 제작한 것외에는 기존의 샤넬 백처럼 특별하거나 복잡한 디자인은 없다. 양가죽을 소재로 한 이 핸드백의 화룡점정은 바로 컬러. 블랙컬러도 있지만 그리스 지중해를 연상시키는 터키석을 닮은 이 코발트 컬러는 보는 순간 단박에 그 백과 사랑에 빠지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아마 이 터키석 컬러는 디자이너들이 점찍은 이번 시즌 유행 색조인지 발렌시아가 역시 모터스 백을 조금 변형한 ‘자이언트 폴더 백’을 내세우면서 시그니처 컬러로 터키석을 선택했다.


만약 이번 시즌 보다 더 여성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런 핸드백을 고려한다면 발렌티노의 ‘로즈 버티고’(rose vertigo)도 고려해 볼만하다. 이미 지난 시즌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이 장미꽃을 연상시키는 핸드백은 올 봄엔 보다 더 큼지막한 오버사이즈로 재 단장하면서 캐주얼과 정장 어디에도 잘 어울리게 나왔다. 사랑스런 핑크 컬러 외에도 블랙 컬러도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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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 Jacobs Hillary


■럭서리 vs 실용성 모두 유행

만약 소재에 집착하는 당신이라면 프라다의 핑크 컬러 파이톤 핸드백이나 구치의 불멸의 베스트셀로 재키 백을 조금 변형한 ‘뉴 재키’로 명명된 파이톤 백을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여기까지도 구미가 당기지 않는 실속파 당신이라면 발걸음을 마크 제이콥스 매장으로 옮겨 보길. 이번 시즌 마크는 그에 어울리게 않게 단조로우면서도 조신하거나 아니면 또 너무 그에 어울리지 않는 비비드한 디자인과 컬러라는 양극단을 오가는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으니까 말이다.

소가죽 소재의 ‘힐러리’ 핸드백은 그 조신한 이름만큼이나 40~50대 중년여성들이 무난하게 들 수 있으면서도 시크한 느낌까지 전해줄 수 있는 실용성 200% 핸드백처럼 보이며 만약 보다 더 마크스러우면서도 유니크한 디자인을 원한다면 ‘멤피스 로버트 렉시’라는 다소 긴 이름이 부여된 파이톤 우븐(wooven) 소재를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이렇게 알록달록 마음을 훔치는 핸드백들이 산적해 있지만, 다들 알고 있듯, 다들 그렇듯이 문제는 예산이다. 그럴싸한 잇백은 아직도 요원해 보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디자이너 브랜드 핸드백들의 가격은 웬만한 월급쟁이 한 달치 월급을 넘어 선지 오래다.

주말 샤핑길, 이 럭서리 브랜드들의 트렌드를 꼼꼼히 살펴 그 대안을 쿠바(kooba)나 디자이너들의 세컨드 브랜드인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시 바이 클로이(see by chloe) 등에서 찾아보는 것도 썩 괜찮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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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da Python b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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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enciaga Giant Folder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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