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남자이야기’서 자폐증 주식 천재 역
컬러풀한 헤드셋을 꼈지만 이어폰에는 선이 없다. 벽에 손가락을 대고 있어야 상대방과 대화를 할 수 있고 시종일관 눈동자를 불안하게 굴리고 몸을 흔든다.
정신 상태가 의심스럽고 지능도 낮아보인다. 하지만 이 남자는 천재다. 인터넷에서 ‘마징가헌터’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주식과 경제 흐름을 꿰뚫어본 그는 네티즌들로부터 ‘경제 대통령’으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이것이 정부에 밉보이면서 그는 어떤 죄명에 엮여 교도소에 들어간다.
KBS 2TV ‘남자 이야기’에서 박기웅(24)이 연기하고 있는 안경태라는 인물 얘기다.
역할이 워낙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역할이에요. 안경태, 너무 멋지지 않나요?
교도소에 들어가있던 안경태는 14일 방송분에서 형량을 마치고 출소했다. 다시 자유의 몸이 된 그는 천재성을 살려 주인공 김신(박용하 분)의 복수를 돕는다.
안경태는 틱 장애가 있고 자폐증, 대인기피증도 있어요. 헤드셋을 쓰는 이유도 감옥 가기 전 증권방송을 했기 때문인데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라야 마음의 안정을 찾는 인물입니다. 교도소에서 벽에 손가락을 댄 채 대화를 한 것 역시 컴퓨터에 연결됐다는 의미죠.(웃음)
그는 안경태가 김신의 복수를 돕는 것은 그저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 그만큼 독특한 인물이라며 일상적이지 않고 결코 경험해볼 수도 없는 연기에 도전해야한다는 것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박기웅은 출연을 앞두고 실제 틱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교도소에 관한 외국의 다큐멘터리들을 찾아보며 안경태의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극 중에서 제가 목을 한 번씩 꺾는 것도 철저히 계산을 하고 하는 것입니다. 너무 많이 꺾으면 산만해질 것 같아 적절히 선을 지키려 하죠. 아직까지는 안경태를 연기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촬영 끝나고 집에 가면 진이 싹 빠지는 느낌이에요. 대사는 별로 없이 표정과 행동만으로 보여줘야하는 연기가 많아 신경 쓸 부분이 많거든요. 게다가 앞머리가 눈을 슬쩍 가리고 있어 눈빛 연기도 보여주기 어려워요.(웃음)
사실 그는 이번에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다. 지난 1년간 세 편의 미니시리즈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허리를 다쳤기 때문. 디스크에 무리가 와 수술을 요하는 상태다. 전작인 ‘서울 무림전’에서는 과로로 탈진해 이틀간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그는 체력적으로 너무 달려서 꼭 쉬고 싶었다. 하지만 안경태 역을 보는 순간, 살면서 이런 역을 맡을 기회가 얼마나 될까 싶더라며 웃었다.
극 중에서는 경제 천재인 그의 경제 관념은 어느 정도일까.
주식은 하지도 않고 돈은 부모님이 관리하세요. 그래서 대사에 주식 전문 용어가 나오면 많이 어려워요. (웃음) 대신 부동산 관련 기사는 좀 관심 있게 봐요. 집이 안동인데 활동하느라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거든요. 빨리 돈을 벌어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서울에 마련하고 싶어요.
2006년 1월 휴대전화 광고에서 일명 ‘맷돌춤’을 추며 주목받은 그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2’와 드라마 ‘연애결혼’, ‘밤이면 밤마다’ 등에 출연했다.
돈 많이 벌고 유명해지고 싶어서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하다보니 재미있고 저와 잘 맞는 분야 같아요. 아직까지 광고 인기를 뛰어넘는 작품이 없었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지금까지 순조롭게 잘 온 것 같아요. 열심히 해왔고 분명 처음보다는 발전했으니까요.
대진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그는 그림을 그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친한 형의 작업실이 집 근처라 시간 날 때마다 가서 그림을 그려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연기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단적으로 작품을 전체적인 틀에서 보려고 하거든요.
박기웅은 유연성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