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장사 이렇게 하라- 종업원 관리- (1)전체를 봐라

2009-04-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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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있었던 이야기다. 주문을 받는 아르바이트 학생과 음식을 만드는 남미 종업원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 아르바이트 학생은 나를 보자마자 어려움과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이야기를 듣는 나도 남미 종업원에게 주의를 주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한쪽의 일방적인 말만 들어서는 안 되고 양쪽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 남미 종업원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다.

양쪽의 의견을 다 들어본 후 나는 한쪽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바쁘고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소통의 문제라고 결론을 지었다. 잘못 만들어진 음식을 다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아르바이트 학생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남미계 종업원간에 의사전달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었다. 두 종업원 모두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려는 마음에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나는 두 종업원에게 모두 질책보다는 격려를 해주었고 아무리 바빠도 서로 존중하는 자세를 가지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바쁜 시간에 주문을 받는 이와 만드는 종업원 사이에 좀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나는 앞에서 언급한 두 종업원의 갈등을 해결하면서 부분에 반응하지 않고 전체를 보도록 노력하자는 평소 내 원칙대로 행동했다. 내가 만일 한 종업원의 일방적인 이야기만을 듣고 반응을 했다면 우선 다른 종업원은 크게 낙담을 하고 일에 대한 열정을 잃었을 것이다. 그리고 본질은 바쁜 시간에 종업원 서로간의 소통의 문제였는데 그것을 종업원 한 명의 태도의 문제로 여기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그럼 부분에 반응하지 않고 전체를 본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첫째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자신의 감정을 앞세우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부분에 반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날 내가 불시에 한 가게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그때는 점심시간이 지나고 한가할 시간이었는데 식재료 준비도 안 돼 있고 가게가 너무나 어수선했다. 나는 순간 화가 났고 일하는 종업원에게 짜증스럽게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내가 오기 전에 갑자기 큰 주문이 들어왔고 정신없이 그것을 만드는 바람에 저녁장사 준비를 못한 것이었다. 나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도 않고 순간의 내 감정에 따라 행동했다가 종업원들 앞에서 참으로 민망해야만 했다.

두 번째로는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도 대부분의 경우 부분에 반응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라는 격언이 있다.

식당을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눈에 보이지 않은 이면에 이유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신중한 자세로 일을 처리할 때 많은 경우 지혜롭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아직도 종업원에게 군림하려 하고 군대식으로 시키면 말없이 하기만 하라고 강요하는 주인이 있다면 정말 시대에 뒤떨어진 식당경영자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존중하고 소통하는 가운데 서로 협력해서 일하는 것이 대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식당 경영자는 부분에 반응하기 보다는 항상 넓게 전체를 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더디고 귀찮은 일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경제적으로 종업원을 관리하는 첫 번째 원칙이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이것이 핵심

1. 종업원에게 신뢰를 쌓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 신뢰를 깨는 것은 순간이다.
2. 모든 상황을 최대한 파악하기 전에는 순간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말아라.
3.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전체를 보도록 하고 부분에 반응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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