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파릇파릇한 나물~ 봄내음 물씬

2009-04-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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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수 자극하는 웰빙식

타운호텔 ‘봄나물 정식’


먹거리만큼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 또 있을까.

아련한 동심, 유쾌한 유년시절, 첫 사랑과의 추억 등 떠나온 모든 것들에 얽힌 먹거리들은 그 음식을 보는 순간 바로 그 시절, 그 시간대로 이동하게 만드는 위력이 있으니 말이다. 특히 계절음식은 그 계절만 되면 싫든 좋든 입에서 원하기도 하거니와 먹어주지 않으면 섭섭한 마음마저 든다. 더욱이 캘리포니아 사막 한가운데서 딱히 계절 지나가는 것도 모르고 살지만 봄이 되면 얘기가 틀려진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다시 겨울로 지나가는 계절 변화는 감지하기 힘들어도 나름 춥고 지난한 겨울이 이제 막 꼬리를 보이며 문밖으로 지나가는 요즘, 봄 제철 음식은 간절하기도 하거니와 원기회복을 위해서도 챙겨 먹어야 할 듯 싶기 때문이다.


웰빙 먹거리 열풍과 함께 다시 한번 재조명되고 있는 한식이 가장 빛을 발하는 지점은 바로 나물. 파릇파릇한 제철 나물에 특별한 간 없이 소금이나 된장 정도로만 조물조물 무쳐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곁들이면 어디 이를 임금님 수라에 비할 바 되겠는가. 이런 정겨운 향수를 자극하는, 거기다 덤으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봄나물 특선이 요즘 한인타운 식당가에 눈에 띈다. 로텍스 호텔과 JJ 그랜드 호텔 한식당이 꾸준히 사랑 받아온 봄나물 정식이 바로 그 아련한 향수 어린 메뉴다.

어려운 경기 전망 속, 이럴 때일수록 건강하게 가족들 거둬 먹이고 잘 먹어야 되는 법이니까. 이번 주말, 따뜻한 햇살을 받아 파릇파릇 돋아난 봄나물에 구수한 된장찌개 곁들인 웰빙 밥상 똑 부러지게 한 상 차려보는 건 어떨까. 호텔식 봄나물 정식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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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LA 한인타운에 봄나물 특선이 인기 메뉴로 떠오르고 있다. 겨우내 모자랐던 비타민과 무기질을 신선하게 섭취할 수 있는 봄나물 특선을 제공하는 로텍스 호텔 한식당 여수(사진 위)와 JJ 그랜드 호텔 우미관의 메뉴 상차림.


냉이·달래에 된장찌개 “입맛 돋우네”


#봄나물이 뜬다

웰빙의 바람은 한인타운에도 거세다.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고 광고하는 식당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것은 이제 구문이 된지 오래고 과거 기름지고 푸짐했던 메뉴로 승부했던 식당들이 갈수록 소박하면서도 영양까지 챙기는 건강식단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그런 의미에서 웰빙 밥상의 최고봉은 바로 봄나물이 아닐까 싶다.

몇년 전부터 해마다 이맘때면 봄나물 정식을 선보여 온 로텍스 호텔과 JJ 그랜드 호텔은 이런 웰빙바람을 타고 요즘 더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두 호텔 봄나물 정식은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로텍스 호텔은 봄나물 생채를 양념 고추장과 비벼 먹게 서브되며 JJ 그랜드 호텔은 데친 봄나물을 살짝 양념해 무쳐 밥반찬으로 먹을 수 있게 제공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JJ 그랜드 호텔 마이클 맹 매니저는 “점심시간 손님의 절반 이상이 이 봄나물 특선을 찾을 만큼 인기가 높다”며 “웰빙 바람을 타고 건강을 생각하는 손님들이 늘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단골이 생길 만큼 갈수록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두 호텔 한식당이 제공하는 봄나물 정식에 나오는 나물은 냉이, 달래, 돌나물, 비듬나물, 민들레, 쑥갓, 참나물, 유채 나물 등 6~7가지로 한국의 봄 향취 가득한 나물들로 일부는 한국에서 직수입되는 ‘귀하신 몸’들도 있다. 여기에 불고기나 돼지고기 등의 육류와 된장찌개를 곁들여 내놓은 것이 봄나물 특선 정식. 가격은 런치 기준으로 로텍스 호텔이 15.95달러, JJ 그랜드호텔이 16.99달러다.

로텍스 호텔‘여수’ 원종문 수석셰프는 “예로부터 봄나물은 입맛 없는 봄철에 입맛을 돋워줄 뿐 아니라 겨우내 부족했던 영양분을 채워주는 보양식에 다름없다”며 “특히 봄나물엔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해 봄이 되면 꼭 먹어줘야 하는 식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봄나물 어디에 좋을까 

◇돌나물=돌나물은 식욕을 돋워주고 피를 맑게 하는 효능이 있으며 살균, 소염, 해독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냉이=냉이는 비장을 튼튼하게 하며 이뇨, 지혈, 해독 등의 효능이 있어 한방에선 예로부터 비위가 약하거나 당뇨병, 토혈, 코피, 월경과다, 산후출혈, 안질 등에 처방해 왔다.
◇달래=예로부터 달래는 말려서 달여먹으면 혈액순환을 도와줘 빈혈에 도움이 되며 간장기능에도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쑥=정혈 작용이 뛰어난 쑥은 피를 깨끗하게 만들어주므로 혈관을 튼튼하게 하며 고혈압, 저혈압 및 신경통에 효과가 좋다. 또 위장병과 변비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치커리=향균성의 세정작용과 완화작용이 있어 요산과 오염물을 없애준다. 또 위산과다를 줄여주고 간을 자극시키며, 비장 담낭 그리고 신장을 깨끗이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들레=예로부터 위염이나 음식을 잘못 먹어 배가 아플 때 민들레를 달여 먹었다. 봄철에 입맛이 없을 때 민들레처럼 쓴 잎을 나물로 먹으면 입맛이 돌아온다고 한다.
◇돌미나리=청열작용이 있어 감기로 인해서 생기는 열에 많이 사용한다. 또 변비를 해소시키고 부종에도 효과가 있으며 지혈작용도 한다.


#로텍스 호텔 원종문 셰프가 알려주는 봄나물 요리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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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데쳐낸다=봄나물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내 찬물에 바로 헹궈야 영양소 파괴도 최소화할 수 있을 뿐 더러 봄나물 특유의 파란 색을 예쁘게 유지 할 수 있다.
◇먹을 양 만큼 요리한다=한번 무친 봄나물은 한번에 다 먹는 게 좋다. 많이 무쳐 냉장고에 보관하면 물이 생겨 처음 무친 그 맛을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생채의 경우엔 공기를 확실하게 막아주는 컨테이너에 보관하면 2~3일 정도까지 갈 수 있다.
◇젓가락으로 양념한다=보통 나물은 손으로 무치게 마련인데 손의 열이 나물 맛을 절감시킬 수 있으므로 젓가락을 이용, 가볍게 저어주는 기분으로 무치면 훨씬 더 싱싱한 나물 맛을 즐길 수 있다.
◇흙이 많이 묻은 게 신선한 나물=봄나물의 특징은 겨울을 견디고 이제 막 대지를 뚫고 나온 여린 잎이라 싱싱함이 최고의 맛이다. 따라서 봄나물을 고를 때는 이제 막 따 마켓에 나온 게 좋은데 그런 나물들은 뿌리를 중심으로 흙이 많이 묻어 있는 게 특징.
◇양념 고추장 간은 최대한 적게=봄나물 생채와 비빌 고추장은 마늘과 참기름 정도만 살짝 넣어야 봄나물 특유의 향과 맛을 최대한 느낄 수 있다.

◆로텍스 호텔 여수
주소: 3411 W. Olympic Blvd. LA
문의: (323)734-1214

◆JJ 그랜드 호텔 우미관
주소: 620 S. Harvard Blvd. LA
문의: (213)386-3003

<글 이주현·사진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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