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9-04-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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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나무 장학생

LA에 있는 온누리 교회로 가는 길이다. 밀알 간사님의 전화가 우리의 발걸음을 더 재촉하게 한다. 곧 장학금 수여식이 있는데 승욱이만 도착하지 않았다는 전화다. 바쁜 날은 꼭 주차장에 자리도 없다. 게다가 좀더 서둘러 주었으면 하는 승욱이도 전혀 협조가 없다. “승욱, 늦었어, 뛰어!” 헐레벌떡 장학금 수여식이 있는 행사장으로 들어서니 식사가 끝나고 사진을 찍는 순서다. 음식냄새는 나는데 먹을 것을 주지 않고 바로 사진을 찍으려 자리에 앉히니 수화로 먹을 것을 먼저 달라고 한다.

장학금 수여식이 시작되었는데도 승욱이는 행사에 별 관심이 없고 먹을 것만 계속 달라고 심술과 온갖 투정을 부리고 있다.

투정을 받아주다간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서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머리를 한대 쥐어박았다. 아고고, 성난 사자의 코털을 건드렸나보다. 아예 바닥에 드러누웠다. 옆을 지나가던 간사님들이 “오늘 승욱이 왜 이래요?” ‘아, 민망, 창피. 승욱이 이 녀석. 밖에 나갈 때 보자’ 달라는 과자를 계속 줘도 짜증을 있는 대로 부리며 내 무릎에 앉아서 꼼짝도 않는다.


다음은 승욱이가 장학금을 받는 순서다. 들고 있던 장난감 3개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장난감 3개를 들고 단상으로 올라가는 것이 보기 싫어서 2개를 빼앗었더니 안 뺏기려 바닥에서 뒹군다. “정말 오늘 왜 이러냐” 장난감을 다 쥐어 주고서야 겨우 단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이승욱’이름을 호명하며 장학금을 받는데 승욱이는 화난 얼굴 엄마는 당황스런 표정일 수밖에.

장학증서를 받고 자리에 돌아와서 “승욱, 네가 무슨 꿈나무 장학생이냐? 이렇게 버릇없는 장학생이 어딨어?” 계속해서 째려보고 머리를 한대 더 쥐어박고 싶은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오늘 같은 날 좀 의젓하면 안돼? 올해로 3년째 장학금 받는 장학생이 태도가 이게 뭐야? 이게 어떤 장학금인데. 이 녀석.”

승욱이의 태도에 화가 났다. 다른 날도 아니고 장학금 수여식 날에 좀더 늠름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나를 더 실망스럽게 했다. 밀알의 밤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분들이, 얼마나 많은 정성이, 얼마나 많은 기도가, 얼마나 많은 준비가 모여진 귀한 장학금인 것을 알기에 오늘 내 마음이 더 죄송스럽고 민망했었다.

‘버릇없는 아들, 더 열심히 키우라는 뜻으로 알고 감사히 받고 또 열심히 승욱이를 가르치는 것에 사용하겠습니다. 말 그대로 꿈나무. 아직은 철없고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나무지만 열심히 키워서 훌륭한 나무가 되도록 잘 키우겠습니다.’ 그나저나 언제쯤 우리 아들이 본인이 꿈나무 장학생인 것을 알까?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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