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래, 나도 루비족이 되는거야”

2009-04-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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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50대 여성들을 위한 제안

“그래, 나도 루비족이 되는거야”

‘르 베이지’ 컬렉션의 특징은 모노톤 컬러의 무정형 디자인으로 미니멀리즘과 시크함을 절묘하게 오가는데 있다. <사진=행복이 가득한 집>

“그래, 나도 루비족이 되는거야”

김희애

요즘 한국 패션계 핫 뉴스는 ‘르 베이지’(Le Beige)의 성공적 런칭이다.

‘청담동 며느님 패션’의 정석을 만들어낸 ‘구호’의 정구호 디자이너가 40~50대 여성들을 타겟으로 한 브랜드 ‘르 베이지’가 말 그대로 대박을 친 것이다. 아직 자체 웹사이트도 없을 만큼 신생 브랜드지만 백화점 내 입점해 있는 한국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초토화시킬 만큼 그 위력은 대단하다.

‘르 베이지’ 런칭 컬렉션들은 그의 성공작 ‘구호’라인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재단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무정형의 디자인에, 특별한 프린트가 없는 단조로운 무채색 계열이며 몸매를 드러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감싸주는 어찌 보면 미니멀리즘과 아방가르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처럼도 보인다. 한국 패션계에선 이를 두고 디자이너 정구호가 최근 ‘루비족’들의 여심을 정확하게 읽어내 발빠르게 브랜드를 런칭해 성공을 거운 것이라고 호들갑들이다.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장미희의 등장으로 이 루비족은 한인 여성들에게도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바로 현실에서도 가능한 이야기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20대(결코 30대가 아닌) 부럽지 않은 몸매와 피부를 기본으로 역시 웬만한 20~30대보다 훨씬 더 놀라운 패션감각으로 젊은 여성들 기를 팍팍 죽이는 루비족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라고까지는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간혹 혹은 심심찮게는 만나볼 수 있다. 그만큼 이제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하잖아요’라는 광고 카피가 현실세계로 안착한 것이다.

루비족을 위한, 혹은 ‘워너비 루비족’들을 위한 모든 것을 알아봤다.


꾸준하게 몸매·피부 관리
자신에 어울리는 스타일 찾아
기품갖춘 패션의 우아함 추구


■피부와 몸매가 기본

루비족에게 패션은 사실 둘째 문제다. 루비족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20대도 부러워 할만큼의 완벽한 S라인과 매끈한 피부를 갖는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루비족의 대표 배우 장미희를 보면서 ‘저 여자, 애를 안 낳아 그래. 애 낳아봐, 어떻게 저렇게 몸매 유지가 가능한가’라고 질투 어린 딴죽을 걸기도 하지만 최근 출산 후에도 20대 못지 않은 몸매와 피부를 자랑하는 40~50대 루비족 연예인들의 행진은 끝도 없어 보인다. 그녀보다 좀 젊긴 하지만 내일 모레 지천명을 내다보는 황신혜를 비롯, 전인화, 김희애 등도 조금 젊은 루비족에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겠다.


물론 그녀들의 동안과 탱탱한 피부는 타고 났다기보다는 분명 현대과학의 힘을 빌린 것이 확실하다. 각종 레이저 시술과 보톡스 등 돈 많이 드는 피부과나 성형외과의 힘을 빌린 것일 테지만 몸매로 오면 얘기는 달라진다. 다이어트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모두들 알 것이다.

지방흡입에서부터 식이요법에 이르기까지 다이어트 성공 후에도 그를 탄탄하게 유지하는 것은 거의 고문에 가깝다는 것을. 여기에 탄탄한 복근과 완벽 S라인까지 갖추려면 근력운동은 필수다. 바로 이점에서 그저 마르기만 한 전인화와 탄탄한 팔뚝과 복근을 갖춘 김희애의 몸매 느낌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자, 오늘 루비족이 되려고 생각했던 이들이라면 백화점으로 달려가기보다는 식단을 짜고 조깅 계획을 세우거나 피트니스 클럽 회원권을 끊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아두자. 제발 각종 여성지의 ‘5년은 젊어 보이는 옷입기’ 라든지 ‘10파운드는 날씬하게 보이는 옷입기’라는 말도 되지 않는, 부질없는 기사 제목에 현혹되지 말길.


■어떻게 입을까

무조건 영 캐주얼을 입는다고 어려 보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드라마 속 장미희나 김희애를 봐서 알겠지만 그녀들은 나이를 벗어나려 ‘발악’하는 것이 아닌 이미 충분히 어린 몸매와 얼굴이다 보니 그냥 그녀들이 20~30대 입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입는 것이다.

루비족들의 패션을 찬찬히 뜯어보면 페미니즘과 시크함을 적절하게 오갈 줄 아는 코디 능력이 출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과 컬러를 정확하게 꿰고 있을 뿐더러, 몸매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면서 단점은 커버하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과 디자이너가 확실하게 있다는 것이다. 또 결코 오버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들의 공통점이다. 20대들 패션을 터무니없이 쫓아 하지도 않으며 액세서리도 치렁치렁하거나 남발하지 않는다.

그리고 50대의 경제적 여력은 액세서리와 핸드백 등 한 가지에 포인트를 줌으로써 패션에 기품을 완성시킨다는데 있다. 이 루비족이 다른 어떤 연령대의 여성들과 견주어 더 빛을 발하는 것은 바로 패션에 있어 오랜 연륜에서 나온 이 절묘한 ‘치고 빠지는’기술이 놀랄 만큼 적절한데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제발, 20대 혹은 30대의 패션을 따라하지 말자. 허리선과 두툼한 뱃살 다 잡히는 것은 물론(자신은 모르겠지만) 쳐진 히프 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스키니진을 달랑 짧은 가디건 한 장과 받쳐입는 ‘황당 패션’이나, 알록달록한 대학생 딸의 티셔츠나, 과하게 타이트 한 옷들은 아무리 장미희라 할지라도 꼴불견을 넘어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를 만큼 민망하니 말이다. 루비족의 키워드는 바로 우아함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말자.

<이주현 기자>

■루비족이란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루비족’이란 삶을 다시 신선하게 만들고(refresh), 평범한 아줌마임을 거부하며(uncommon), 아름답고(beautiful), 젊어 보이는(youthful) 45~55세 여성을 일컫는 말로, 트렌드 정보사 PFIN에서 지난 2007년 매년 이슈가 되는 소비자층을 집중 분석해 소개하는 스페셜 세미나에서 최초로 발표하였다. 실제 나이 50대. 그러나 마인드는 20대, 외모는 30대, 신체나이는 40대. 전통적인 주부, 아줌마 상을 거부하고 진정한 인생은 지금부터라 외치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어머니들. 운동과 다이어트로 건강과 몸매를 가꾸고 피부관리로 젊음을 유지하며 과거의 아줌마와는 달리 자신을 꾸미는데 주저함이 없다. 게다가 살림까지도 똑 부러지게 해내는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사전적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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