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변하지 않는 전통, 신화가 되다

2009-04-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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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전통, 신화가 되다

프랑스의 중요 문화재로 지정된 마고 성.

샤또 마고(Chateau Margaux)

▲생산지- 보르도/ 오 메독/ 마고
▲등급- 1등급
▲포도 품종- 카버네 소비뇽 75%, 멜로 20%, 쁘띠 베르도 5%
▲와인 타입- 레드/ 드라이/ 풀바디
▲특징- 섬세하고 풍부하며 유연한 맛으로 보르도 와인 중 가장 화려하고 여성적이다. 특히 독특한 과일향은 어떤 와인도 따라올 수 없는 화려함을 자랑한다. 비단결 같은 감촉으로 길게 남는 뒷맛이 일품이다.


200년 역사 이어온 최고급 명품
‘마고 성’ 그려진 레이블도 유명



대부분의 소위 명품이라고 하는 것들은 바로 이 변하지 않는 전통을 무기삼아 어떤 값을 치르더라도 그 물건을 사려는 전 세계 소비자들을 상대로 세월을 파는 경우가 많다. 물건에는 시효가 따르고 그 시효가 지나면 낡거나 버려지는 속성을 이들은 역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 물건은 세월이 갈수록 더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드러나는 위엄, 당당함, 도도함이 200년 동안 변함없이 전통을 지켜가는 샤또 마고가 가진 이미지이다.

샤또(Chateau)란 프랑스어로 성을 가리킨다. 하지만 와인에서 샤또는 보다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는데, 포도나무를 재배하는 밭, 와인을 만드는 곳, 성 등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샤또라고 해서 모두 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성이 없는 포도원에 왜 굳이 샤또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일까. 여기에는 와인 제조자와 소비자들의 와인에 대한 인식이 숨겨져 있다.

1833년 보르도 1등급 와인들 가운데 샤또라는 이름이 붙은 와인은 샤또 마고가 유일했다. 그러나 1855년 파리만국박람회에서 보르도 와인의 공식적인 등급 체계가 만들어질 때 샤또라는 명칭이 붙는 와인은 다섯 개로 늘어났고, 20세기에 들어서자 등급 분류에 들어간 모든 와인 앞에 샤또가 붙는 현상이 일어났다. 거기에는 고급 와인 생산자들이 당시 가졌던, 와인은 자연이 준 선물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만들어낸 전통의 결과라는 인식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와 전통은 와인의 포지셔닝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고, 18세기 말에 발명된 석판인쇄술로 인해 와인 레이블이 하나의 홍보의 장이 되자, 포도원들은 일제히 제품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나서면서 너도나도 샤또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뉴 월드에까지 영향을 끼쳤고, 현재 샤또라는 이름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호주, 미국, 캐나다의 포도원 이름에도 사용된다.

샤또 마고의 레이블로 그려 넣어져 현재까지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마고 성의 그림은 변함없는 품질을 약속하는 상징이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샤또 마고는 레이블마저도 영속성을 지니게 되었다.


흔히 와인 이름을 부를 때 보통 샤또를 빼고 라피뜨니 라뚜르니 하며 부르지만 샤또 마고 만큼은 항상 샤또 마고라고 불린다. 마고라는 지역에서 나오는 와인들이 마고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샤또 마고는 그것들과 비교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단 하나이기 때문이다.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 초대 총리에 임명된 아데나워 총리가 2차 대전에 대한 사죄장소로 이곳을 택한 것은 바로 프랑스인들에게 있어 샤또 마고가 갖는 상징성을 보여준다. 아데나워 총리는 장소 선택의 배경에 있어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프랑스인들 마음 한가운데 보르도가 있고, 보르도 한가운데 샤또 마고가 있다”고 말이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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