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9-04-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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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찜질방에서

날씨가 왜이리 꾸물거리는지. 온몸이 쑤시는 것이 승욱이 낳고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한 것이 언제나 날씨가 흐린 날 몸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흐린 날씨에는 뜨뜻한 아랫목에서 누워 있으면 좋을 텐데” “민아야, 찜질방 갈래?” 친정엄마가 기다렸다는 듯이 찜질방으로 유혹한다. “애들 데리고? 어휴, 나 집에 있을래. 갔다오면 더 힘들 것 같아” “승욱이도 좋아할 거야. 가자~” 캬, 승욱이도 좋아할 거라는 말에 넘어가서 애들을 데리고 찜질방으로 이동.

오호라.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LA 동부에 사람들은 전부 찜질 방으로 오셨나 보다. 뭣 모르고 따라온 승욱이는 신발 벗는 입구부터 무슨 일 난 것처럼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거기다 옷을 벗기고 귀에 달고 있는 와우이식을 떼어내고 찜질방에서 입는 옷을 갈아 입히니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여서 서러움에 북받쳐 있다.

사람이 많아서 앉을 때가 없어 구석에 자릴 잡고 승욱이를 안고 있다. 뭐가 그리 억울한지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 없이 운다(이럴 때가 사실 제일 불쌍하다). 다른 녀석들은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음료수 사달라, 삶은 계란 사달라 계속 조르고 찜질방이 좁다하고 돌아다니고 있다. ‘뭐야, 따뜻한 곳에 쉬러 왔는데 이게 뭐야?’ 승욱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니 괜히 웃음이 난다. 찜질방안이 더워 얼굴은 불그스레해 눈물은 가득 고여서 나에게 딱 붙어 앉아 있는 것이 그보다 더 처량해 보일 수가 없다.


와우이식을 빼놨으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밖에 나와서 신발 벗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데 신발에 양말까지 벗고 있고, 아주 더운 곳에 땀을 뻘뻘 흘리며, 익숙한 곳이 아니니 돌아다닐 수도 없고.

“더워? 덥지? 여기 찜질방이야. 사람들이 여기 와서 쉬는 거야. 땀도 빼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목욕도 하고” 입을 삐죽거리며 내 손등을 꼬집는다. 화가 났다는 표시다. 마침 누울 수 있는 자리가 나서 승욱이를 데리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바닥이 뜨겁지만 참을 만한지 한참을 누워 있다. 화가 좀 풀렸는지 바닥에 누워 제법 몸을 뒤집으며 제대로 찜질방에 적응하고 있다.

친정엄마와 한 자리에 누워 승욱이는 뜨뜻하게 몸을 지지고 있다. 난 다른 아이들을 붙잡으러 다니느라고 제대로 본전을 못 뽑았건만 승욱이는 제대로 즐기고 본전을 뽑고 있는 것 같다.

“에구, 메이드 인 코리아 아니랄까봐 찜질방을 태어나서 처음 왔는데도 저렇게 적응을 잘 해요. 역시 한국 사람은 찜질방이 체질이네. 승욱이까지 저리 빨리 적응을 하니 말이야~~”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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